형제에게 공짜 치킨 줬던 사장님, '서울시 명예시장' 된 사연은?

시민기자 전주영

발행일 2022.07.26. 14:00

수정일 2022.07.26. 17:01

조회 6,466

서울시 소상공인 명예시장이 된 박재휘 사장이 위촉패를 들고 웃고 있다. ©전주영
서울시 소상공인 명예시장이 된 박재휘 사장이 위촉패를 들고 웃고 있다. ©전주영

2021년 2월, 코로나19로 인해 너도나도 힘들었던 시기에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하여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울린 홍대 치킨집 사장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서교동에 위치한 ‘철인7호치킨 홍대점’ 사장 박재휘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올해 서울시 소상공인 명예시장으로 위촉되었다고 하여 만나보았다.

서울시 명예시장은 시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제도다. 그동안 총 34명이 명예시장으로 위촉되어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 과정에 참여해 왔고, 올해는 청년, 소상공인, 교육, 장애인, 관광, 1인가구, 도시안전, 스마트시티, 도시계획 등 총 9개 분야에서 최종 9명을 선발했다.

시민 및 관련 부서 추천을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선발심사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명예시장은 1년 임기 동안 해당 부서와 협력을 통해 시정 관련 각종 회의나 행사 등에 참여하며 현장 곳곳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시정 관련 제안·자문 등의 활동을 한다. 박재휘 사장은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명예시장으로 1년 동안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Q.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위촉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아직까지는 얼떨떨합니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자리이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됩니다.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차라 배워야 할 점이 더 많지만, 많은 분들께서 추천해주셨으니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년이 지나, 본사를 통해 박재휘 사장에게 편지를 전한 형제의 손편지
1년이 지나 형제는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본사에 손편지를 보냈다. ©인스타그램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박재휘 사장의 경우 2019년 10월 가게를 오픈한지 4개월 만에 코로나19가 강타하면서 매출이 아예 없던 날도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손님이 없어 답답한 마음을 식히려 가게 밖에 나와 있던 차에 골목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형제를 목격했다. 박재휘 사장은 자신도 어린 날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에서 자랐기에 피자나 치킨이 먹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을 잘 알았다고 했다. 마침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 치킨이었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 치킨밖에 없었기에, 선뜻 내주었던 치킨. 그 치킨이 일 년 뒤에 형의 편지로 인해 세상에 알려지며 박재휘 사장은 갑작스레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그간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Q. 선행이 알려지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이제야 말하지만, 숨고 싶었습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고, 생각없이 한 행동이었어요. 뭘 바라고 하겠어요. 닭 말고 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요. 유명해지고 난 후, 정신없이 끌려 다니는 느낌으로 지냈습니다.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날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싫고 관심이 부담스러워지기도 하고요. 결국 공황장애도 오고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인정하고, 운동도 하면서 다시 마음가짐을 달리 하려고 합니다. 제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니까요.
초복을 맞이하여 지역아동센터에 치킨과 토마토주스를 기부한 카페 '푸르딩' 사장 김환희 씨(좌)와 박재휘 씨(우)
지역아동센터에 토마토주스와 치킨을 기부한 카페 '푸르딩' 김환희 사장(좌)과 '철인7호치킨' 박재휘 사장(우) ©서울시
‘사장님, 좋은 일에 써주세요’
돈쭐 내주겠다며 치킨을 주문해주신 분들의 
요청사항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나누는 순간, 너무 보람되고 벅찼더라고요. 

Q. 힘든 시간을 보내셨지만 최근까지도 나눔활동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선행을 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A. 솔직히 말하면 저 좋자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2021년 3월 15일에 첫 기부를 했습니다. 전날 설레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기부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돈쭐(돈+혼쭐의 신조어) 내준다며 주문하신 분들의 요청사항엔 하나같이 ‘사장님 좋은 일에 써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미 제 것이 아닌 돈으로 시작됐지만, 하는 김에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일에 써달라며 보내주신 금액을 취합해보니 500만 원이 좀 되지 않았습니다. 제 돈을 조금 보태서 600만 원을 만들어 구청에 갔습니다.

구청에 가니 많은 분들께서 환대해 주시더라고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기부 신청서를 쓰고 폰 뱅킹으로 이체를 하는 순간의 기분은 너무 보람되고 벅차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이후 더 하고 싶었는데, 주저하게 되었던 건 일부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이 걱정됐습니다.

그러다 잊혀질 때쯤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침 올해 어린이날이 100주년이었거든요. 100주년 기념으로 한 번, 또 초복이니까 한 번 했고, 앞으로도 명분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나눔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Q. 이번에는 주변 상인분과 함께 기부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A. 제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알고 보니 저랑 동갑내기더라고요. 제가 이번 초복 때 지역아동센터에 치킨을 나눔한다고 했더니, 자기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이거 절대 무언가 바라고 하면 안 된다. 저는 제가 좋다고 하는 거다라고 말하니, '주스만 들고 가면 좀 민망하니, 사장님 갈 때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답하지 뭐예요.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러 가는 시간이 카페가 한창 바빠질 시간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해 함께 나선다고 하니, 든든하고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이 좋은 일을 부르는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토마토 주스 서른 개와 초복 맞이 치킨 서른 마리는 그렇게 전달하게 됐습니다.

Q. 소상공인을 대표하여 명예시장으로 위촉되셨는데,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됩니다. 가게를 직접 운영하시는 사장님으로서, 현재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A. 지금은 구인난이 몹시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희 가게 식구들만 해도 다 지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구인광고를 통해서 인연이 된 직원은 없습니다. 근처 사장님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는데, 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네요. 영업제한이 풀려서 좋기는 하지만, 이제는 함께 일할 사람이 없어서 오래 영업할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물가도 올라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재난지원금보다는 '착한 임대인 운동' 같은 정책을 조금 더 홍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임대인에게 세금 감면 같은 혜택을 줘서 임차인에게까지 그 혜택이 이어지는 것이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더 좋거든요. 일상을 되찾은 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변이 바이러스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모두 방역수칙을 잘 지켜 올 한 해 마무리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철인7호치킨 홍대점 내부. 박재휘 사장의 선함이 소상공인을 위한 명예시장 활동으로도 이어지길 응원한다. ©전주영
철인7호치킨 홍대점 내부. 박재휘 사장의 선함이 소상공인을 위한 명예시장 활동으로도 이어지길 응원한다. ©전주영

박재휘 사장은 형제를 돕기 전까지 마음 속으로만 봉사활동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중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모른척하지 말자' 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오르막길에서 보면 함께 밀어 드린다든가, 계단에서 짐보따리를 들고 힘들어하는 어르신의 짐을 함께 들어준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평소 지닌 그의 선한 마음이 골목에서 투닥이던 어린 형제의 모습을 쉽게 지나치게 하지 않게 한 것은 아닐까. 동생의 덥수룩한 머리를 보고 이발까지 시켜준 그의 섬세함을 보니, 분명 힘들고 어려운 시기의 소상공인의 마음을 더 섬세하게 대변해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남을 돕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박재휘 사장과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의 선함과 섬세함이 서울시 소상공인의 힘이 되어 빛나기를 기원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전파되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시민기자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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