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존중받아 마땅한 요양보호사입니다

시민기자 이성국

발행일 2022.06.27. 13:30

수정일 2023.05.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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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최경숙 센터장, 오귀자 요양보호사, 이경진 팀장, 임지민 사무국장(왼쪽부터)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최경숙 센터장, 오귀자 요양보호사, 이경진 팀장, 임지민 사무국장(왼쪽부터) ⓒ이성국

7월 1일은 ‘요양보호사의 날’이다. 벌써 14년째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며 축하하고 있다. 서울에는 약 7만 8,000명의 요양보호사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돌보고 있지만, 요양보호사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낮은 임금, 힘든 노동, 무엇보다 존중받지 못한 부당한 경험에 요양보호사들은 누구보다 고단하게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만들어 갑니다.
돌봄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만들어 갑니다. ⓒ이성국

‘존중 받는 돌봄 캠페인 준비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 요양보호사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듯,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진행자는 다섯 글자로 지금의 감정을 표현해보자고 했다. '기분짱이다', '기대와흥분', '잘될것같다', '뭉치면된다', '아줌마아님', '매우아프다'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매우아프다'라고 쓴 오귀자 요양보호사와 인터뷰를 했다. 13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두 분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오전에 돌보는 93세 어르신이 잠을 주무시지 못해 망상이 심했어요. 빨리 집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최대한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가족에게 연락하고 다른 분을 돌보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일을 하고, 서둘러 다시 그 어르신 댁으로 갔다. 어르신은 여전히 불안에 떨며 안절부절 못했다. “제가 오늘 같이 잘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귀자 요양보호사는 갓난아이를 재우듯 옆에 누워 어르신을 진정시켰다. 

밤 9시가 넘어 아들이 찾아왔다. 아들에게 어르신 상황을 설명하고 나왔는데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일을 하며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을 때 속상하죠. 그렇지 않은 어르신이나 가족들도 있지만 하대하거나 막 대할 때는 많이 힘들죠”라고 말했다.
‘존중받는 돌봄 캠페인 준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존중받는 돌봄 캠페인 준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이성국

최경숙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은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돌봄노동자들의 오아시스’라고 소개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힘들고 지칠 때, 여기서 지지 받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마의자부터 요가수업·동아리 활동 지원, 심리상담·성희롱·노동 상담, 건강증진교육까지 돌봄종사자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최경숙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지치고 힘들 때 이곳에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경숙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지치고 힘들 때 이곳에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성국

10년째 일하고 있는 장보금 요양보호사는 “아픈 사람을 돌본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고 했다. 한식조리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음식 준비를 했을 때, 어르신이 맛있게 잘 드시면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지금은 24시간 입주 요양보호를 하고 있다. 가슴 아팠던 순간을 물어보니 “대변을 검은 콩이라고 먹는 치매 어르신이 있었죠. 그러다 정신이 돌아오면 울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던 어르신이 생각납니다.”
장보금 요양보호사와 임지민 사무국장
장보금 요양보호사와 임지민 사무국장 ⓒ이성국

임지민 사무국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사진 찍는 게 쑥스러운 요양보호사 옆에서 팔짱을 끼며 웃어주었다. “좋은 돌봄은 주고받는 것이죠. 요양보호사, 센터장, 어르신과 돌봄가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요양보호사들이 대시민 거리홍보에 쓸 자료를 만들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대시민 거리홍보에 쓸 자료를 만들고 있다. ⓒ이성국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기념해 6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공간별(은평센터, 마포쉼터, 인사동쉼터) 열린축제’가 열린다. 주말은 운영하지 않는다. 7월 1일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존중받는 돌봄은 다릅니다’라는 주제로 불광천 캠페인이 열린다. 언젠가 돌봄을 받아야 할 때가 오면, 오늘 느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감사를 표현해야겠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좋은돌봄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좋은돌봄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 주소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0 대일빌딩 2층(녹번동)
홈페이지
○ 문의 : 02-389-7790

시민기자 이성국

매일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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