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창업자들이 '금천솔루션앵커'로 모이는 이유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5.31. 11:00

수정일 2022.05.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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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스마트센터 금천솔루션앵커는 패션산업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 금천솔루션앵커는 패션산업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윤혜숙

지난 2020년 10월 29일 금천구 시흥사거리에 서울패션스마트센터 금천솔루션앵커가 문을 열었다. 그 뒤 일 년이 지났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 곳곳에 소상공인을 위한 솔루션앵커 7곳을 오픈했다. 첫 번째로 문을 연 금천솔루션앵커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기자가 금천솔루션앵커를 방문했다.
금천솔루션앵커는 자동재단실을 비롯한 최첨단 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다.
금천솔루션앵커는 자동재단실을 비롯한 최첨단 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다. ⓒ윤혜숙

금천솔루션앵커는 자동재단실, CAD실, 공용장비실, 교육장, 청년창업공간 등을 두고 있다. 봉제산업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을 제공하는 한편 패션산업에 뛰어들 청년 취업자나 창업자를 위한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재단실 벽면의 대형스크린에서 일자별로 자동재단기 이용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재단실 벽면의 대형스크린에서 일자별로 자동재단기 이용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윤혜숙

건물 2층에 있는 금천솔루션앵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동재단실이 있다. 커다란 공간의 중앙에 P-CAM 162 자동재단기가 있다. 자동재단기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입력한 대로 천을 자동으로 자르는 기계다. 금천솔루션앵커는 자동재단기를 활용하여 무상으로 재단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벽면에 있는 대형스크린에 일자별로 자동재단기 이용자 명단이 나타난다.  5월 한 달간 자동재단기 이용자 명단이 꽉 차 있다.
김시봉 일신인터라인 대표가 자동재단실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시봉 일신인터라인 대표가 자동재단실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윤혜숙

마침 김시봉 일신인터라인 대표가 CAD/CAM 재단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는 금천솔루션앵커 덕분에 자동으로 재단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과거엔 어땠을까? 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재단해야만 했다. “여기에서 자동으로 재단하니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대신 그 비용을 직원들의 인건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 대표로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금천솔루션앵커와 같은 곳이 추가로 더 생겨난다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겐 도움이 많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교육장에선 패션산업에 뛰어든 청년들을 위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장에선 패션산업에 뛰어든 청년들을 위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윤혜숙

교육장에선 일러스트 교육이 한창이다. 강사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교육생은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면서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으리라. 지금까지 금천솔루션앵커의 지원을 받아서 총 14팀이 창업했다. 그중 금천솔루션앵커에 상주하고 있는 두 팀을 만나봤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무려 14팀이 창업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센터만의 비결을 알아보기로 했다.
인블랭크의 김윤호 대표가 공용장비실의 재봉틀로 작업하고 있다.
인블랭크의 김윤호 대표가 공용장비실의 재봉틀로 작업하고 있다. ⓒ윤혜숙

공용장비실에서 재봉틀 앞에 앉아서 일하는 청년이 있다. 그 청년은 인블랭크의 김윤호 대표다. 인블랭크는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격식 없는 의류를 지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패션 전문교육을 찾던 중 패션산업 특화공간으로 금천솔루션앵커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 이곳을 방문해서 박광규 센터장과 상담하였고, 센터의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안내받았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과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기업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서 상품화해야겠단 생각에 고심 끝에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패션산업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생산, 패턴 등 패션산업의 전반을 알고 싶었던 그에겐 센터의 시설을 이용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김윤호 대표는 금천솔루션앵커 덕분에 어려운 난관을 해결하고 있다.
김윤호 대표는 금천솔루션앵커 덕분에 어려운 난관을 해결하고 있다. ⓒ윤혜숙

김 대표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묻자 그는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다면서 주요한 교육 몇 가지를 알려줬다. 의류패턴, CAD패턴, 고급봉제, 테크니컬 디자인 등의 교육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박광규 센터장과 상담하면서 센터장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해줬다고 한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신청해서 수강했다. 그는 센터장을 비롯한 매니저들이 창업한 그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 것 등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금천솔루션앵커가 패션으로 특화된 공간인 만큼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최상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이곳에 계신 분들입니다. 센터장이나 매니저에게 상담을 요청할 때면 마치 자기 일인 양 마음을 다해 들어줍니다”라고 말한다. “1인 기업이다 보니 사소한 문제라도 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센터에 문의하면 해답을 찾아줍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건재한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의 말에서 센터에 대한 무한신뢰가 느껴진다. 
하시엔다를 창업한 3명의 청년이 자사의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하시엔다를 창업한 3명의 청년이 자사의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청년창업공간 옆 세미나실에선 화상 회의가 한창이다. 그곳에는 하시엔다를 창업한 이승범, 김경준, 김석현 3명의 청년이 입주해 있다. 하시엔다 상호는 영국 맨체스터 팩토리 클럽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작년 남성복에 이어 올해 여성복을 추가로 제작하고 있다. 3명의 청년은 패션디자인학과 동기생으로 만났다. 처음엔 일단 취업해서 일을 배운 뒤 창업하자는 식으로 진로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학과 담당 교수의 조언에 따라 창업을 결정했다. 그런데 자금을 조달하는 게 문제였다. 정부가 주최하는 문화예술 분야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작년에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교수의 소개로 금천솔루션앵커를 알게 되었다는 그들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센터에서 추천받은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하시엔다 팀원들이 공용장비실에서 디자인한 패턴을 살펴보고 있다.
하시엔다 팀원들이 공용장비실에서 디자인한 패턴을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이승범 공동대표는 “센터장과 매니저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제품을 개발할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라면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도 이론 위주로 배우는 대학 교육과 차이가 있어요. 센터에선 패션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실무를 배우고 익힐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도 센터에서의 교육이 유용했다고 한다.

김석현 공동대표는 “센터에서 패션 창업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요. 기초부터 심화까지. 그리고 자동재단실과 공용장비실이 붙어 있어서 한 공간에서 패턴 재단과 제품 생산이 가능해요. 소규모 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저희 같은 업체엔 이곳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또 그는 “주변의 또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정말 어려워요. 당장 취업하기 힘든 경우 저희처럼 창업에 도전하면 경험이 축적될 수 있어요”라면서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덧붙인다.

김경준 디자이너는 “센터는 저희 같은 초기 창업자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간, 장비, 교육 등 모든 게 갖춰져 있는 곳입니다”라면서 패션업계 진출을 고려하는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금천솔루션앵커 복도에 센터의 지원을 받아서 창업한 팀의 로고가 부착되어 있다.
금천솔루션앵커 복도에 센터의 지원을 받아서 창업한 팀의 로고가 부착되어 있다. ⓒ윤혜숙

인블랭크, 하시엔다 두 업체는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 창업 초반이어서 아직 오프라인 매장까지 갖출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감각이 반영된 상품이어서 온라인으로 판매해도 점점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
청년창업공간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제작할 수 있다.
청년창업공간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제작할 수 있다. ⓒ윤혜숙

금천솔루션앵커는 지역 내 전통적인 봉제산업과 가산디지털단지의 IT산업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과 지역 내 소공인들을 연결해서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서 소공인이 제품을 제작해서 납품하는 식으로 국내 패션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박광규 센터장은 “금천솔루션앵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 방문하고 있어요. 저희 센터가 가장 먼저 개소한 만큼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현재 금천 시흥을 비롯한 총 7곳에서 솔루션앵커를 가동 중이다.
서울시는 현재 금천 시흥을 비롯한 총 7곳에서 솔루션앵커를 가동 중이다. ⓒ서울시

서울시는 현재 총 7곳에서 솔루션앵커를 가동 중이다. 솔루션앵커는 제조업의 기반이자, 지역 경제의 허리 축인 도시형 소공인을 지원하여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금천 시흥(의류봉제)을 선두로 해서 종로 창신(의류봉제), 강동 암사(가죽), 구로 개봉(기계금속), 도봉 창동(양말), 성북 종암(의류봉제), 강북 미아(의류봉제)에 서울형 솔루션앵커가 있다.  

기자가 금천솔루션앵커를 방문해 보니 불과 일 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곳의 눈부신 성장이 놀라웠다.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개소한 금천솔루션앵커는 분명 후발주자인 6곳의 솔루션앵커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 금천솔루션앵커

○ 주소 :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57길 5, 2층
○ 교통 : 1호선 금천구청역 1번 출구에서 금천구 시흥사거리 방향으로 800m
○ 영업시간 : 평일 09:00~18:00, 정기휴무(토요일, 일요일)
홈페이지
○ 문의 : 02-6294-904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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