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지원가' 동병상련으로 정신장애인 아픔 나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1.25. 09:00

수정일 2021.11.25. 18:38

조회 519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근무하는 동료지원가의 이야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분이 있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현장에서 나누고 있다. 그가 바로 ‘동료지원가’이기 때문이다. 동료지원가는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과정을 경험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장애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돕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에는 2명의 동료지원가가 주 1회 교대로 출근하며 상담실에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상담에 응하고 있다. 
광진구 중곡동에 자리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윤혜숙
광진구 중곡동에 자리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윤혜숙

홍정수(가명)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동료지원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동료지원가 양성과정 교육을 받았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국립정신건강센터 동료지원가 모집에 지원했고 올해 4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처음엔 자신이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망설였다는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잘한 것 같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해요’,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요’, ‘낯선 말소리가 들리거나 다른 사람이 신경 쓰여요’, ‘술이나 약물을 끊기 힘들어요’, ‘죽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 사고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등등 다양하다. 몸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의원을 방문해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듯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마찬가지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동료지원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의원에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윤혜숙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병의원에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윤혜숙

동료지원가의 상담은 환자와 보호자가 상담실을 방문하면서 이루어진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자발적으로 상담실을 방문하지만 처음 대면할 때는 쉽게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런 어색한 상황에서도 동료지원가는 오늘의 날씨, 여기까지 오는 교통수단 등을 물어보면서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도록 대화를 해간다. 매주 보는 경우에는 “친구를 만난다고 했는데 잘 만났냐?”, “친구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냐?” 등 일상대화를 시작으로 방문자는 상담자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 외래진료소 내에 동료지원상담실이 자리했다.ⓒ윤혜숙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 외래진료소 내에 동료지원상담실이 자리했다.ⓒ윤혜숙

동료지원가와의 상담을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는 분들은 어떨까. 이들은 같은 처지에 있던 동료지원가에게 말을 꺼내기 쉬웠다고 한다. 동료지원가가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에 비춰서 공감해주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저 없이 다 털어놓을 수 있다고. 특히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그 자체로도 치유가 될 수 있다. 우리도 일상에서 편한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마음의 유대, 즉 라포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이끌어가며 신뢰감을 쌓은 과정을 동료지원가가 맡고 있다. 
동료지원상담실 내부 모습 ⓒ윤혜숙
동료지원상담실 내부 모습 ⓒ윤혜숙

동료지원가는 정서적으로 많이 지지한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불안이나 환청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 방문자도 상담자의 진심을 알아준다. 홍정수씨는 환청이 많이 들렸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데 어디선가 자꾸만 “너를 불안하게 만들 거다” 소리가 들려왔고, 당시엔 생각과 환청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웃 사람이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웃집과 연결된 벽을 두드리면서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병이 시작된 것은 30대 초반이었다.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고 집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안감은 커졌고 환청에 시달렸다. 환청 증상에서 회복한 뒤 장애인복지관의 연계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머니는 출근하시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정작 취직해도 대인관계 형성이 어려워서 오래 근무하지 못했고 직장에서는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현재 동료지원상담실에 찾아오는 동료 당사자와 보호자들에 도움이 되고 있다. 
동료지원가의 경험이 동료지원상담실을 찾는 동료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된다.ⓒ윤혜숙
동료지원가의 경험이 동료지원상담실을 찾는 동료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된다.ⓒ윤혜숙

그는 정신건강의 문제로부터 회복된 분들에게 동료지원가 활동을 해보라고 적극 추천한다. 지난해의 경우 40여 곳의 정신재활기관에서 동료지원가 양성과정이 진행됐다. 동료지원에 관심 있다면 일정한 교육과 실습 후 ‘동료지원가’로 활동할 수 있다. 

홍정수씨는 “나와 같은 증상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사연에 공감하고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는 동료자원가, 그들은 다른 동료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세상을 향해 닫혔던 마음을 활짝 열어가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 주소 : 서울 광진구 용마산로 127 국립정신건강센터
○ 찾아가는 길 : 중곡역 1번 출구에서 242m
○ 홈페이지 : http://www.ncmh.go.kr/
○ 문의 : 02-2204-0114
☞ 국립정신건강센터 동료지원가 양성교육 : http://www.ncmh.go.kr/ncmh/html/edu_content.do?depth=edu&menu_cd=07_01_01&EDU_M_C_SCH=0110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 지원사업 : https://blutouch.net/service/family/col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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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윤혜숙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다양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