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된 버스정류장, 광고 대신 그림을 채웁니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11.15. 14:52

수정일 2021.11.15. 16:12

조회 4,091

어느 때부터인가 지하철 연결통로에 그림이나 사진이 걸리기 시작했다. 갤러리가 된 통로를 지날 때면 작품을 감상하느라 걸음이 느려지곤 했다. 마치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라는 쉼표 같았다. 시민들에게 작은 여유를 선사하는 이러한 공간이 버스정류장에도 조성됐다. 지난 10월, 서울시내 버스정류장 44곳이 예술갤러리로 변신했다. 버스정류장 광고게시판에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서울 아트스테이션’ <같이, 우리>展을 통해서다. 그래픽부터 사진, 회화, 일러스트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서울 아트스테이션'이 도봉미아로, 종로대로 44개 버스정류장에서 11월30일까지 열린다. ⓒ박은영
'서울 아트스테이션'이 도봉미아로, 종로대로 44개 버스정류장에서 11월 30일까지 열린다. ⓒ박은영

‘도심 구석구석의 정류장에 버스예술여행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취지로 10월부터 조성된 ‘서울 아트스테이션’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두 달간 도봉미아로, 종로대로 등의 정류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 대학생, 일반시민 등 총 74명이 참여했다.

'서울 아트스테이션'은 2016년에 시작된 사업으로, 이번 전시는 2021년 상반기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같이, 우리: Happy Together>의 뒤를 잇는 전시다. ‘함께’라는 의미의 전시 주제가 경전철에서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갤러리가 된 버스정류장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  ‘오늘의 천문학 사진’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된 천체사진작가 권오철의 오로라 사진부터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가 전하는 위로의 그림,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사진 작업으로 유명한 노세환 작가의 작품 등 155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성북구 버스정류장에 서울 아트스테이션 '같이, 우리: 안녕'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은영
성북구 버스정류장에 서울 아트스테이션 '같이, 우리: 안녕'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은영

전시는 ‘같이, 우리’라는 주제처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할 소중한 일상을 재조명하고, 행복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람’, ‘환경’, ‘일상’ 3가지 테마 아래 주제전시, 협력전시, 오픈전시로 개최된다. 

주제전시는 지난 4년 간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전시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협력전시는 네이버의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 그라폴리오 협력작가와 대학생들이 참여한다. 오픈전시는 시민들의 작품 참여로 이뤄진다.
월곡뉴타운역의 버스정류장에 전시된 사진들, 일상 속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기회다. ⓒ박은영
월곡뉴타운역의 버스정류장에 전시된 사진들, 일상 속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기회다. ⓒ박은영

이중 도봉미아로~종로대로(도봉·강북·성북·종로구)에 이르는 총 28개 정류장에서 선보이는 ‘주제전시’ <같이, 우리: 안녕>의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일상을 보내는 ‘작별의 안녕’, 일상의 회복을 맞이하는 ‘희망의 안녕’, ‘서울 아트스테이션’을 ‘반기는 안녕’의 의미를 담았다. 이 중 도시 속 풍경을 통해 치유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병섭 작가, 작은 낙원을 보여주며 마음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계남 작가, 고요한 도시를 통해 사소한 아름다움의 감동을 전하는 박효빈 작가 등 23명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같이, 우리 안녕' <회복과 치유의 도시> 주제전으로 전시된 사진작가 머스터드의 <무지개 달> ⓒ박은영
'같이, 우리 안녕' <회복과 치유의 도시> 주제전으로 전시된 사진작가 머스터드의 <무지개 달> ⓒ박은영

성북구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작품들은 아름다운 우이신설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우리는 짧게는 1,2분에서 길게는 10분을 넘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곤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듯 멍한 시선을 돌리니 색다른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근 지역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시민참여형 사진전으로 정릉천, 정릉골 처마밑의 화분, 개운산 돈암동의 동네 등의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한 쥬드 프라이데이의 그림에는 만화 속 평범한 일상이 화사하게 연출돼 있었다. 파랗거나 노란 색채들, 혹은 꽃이나 거리 등의 사진에 집중하는 동안 눈의 피로도 덜어주는 느낌이다. 광고로 채워진 공간 속에서 조금을 벗어나는 듯 말이다.
사진작가 머스터드의 <무지개 달 2> ⓒ박은영
사진작가 머스터드의 <무지개 달 2> ⓒ박은영

통일의주로, 은평구 일대의 버스정류장에는 창작활동 지원커뮤니티 네이버 그라폴리오 작가와 대학생 공모 작품으로 구성된 ‘협력전’ <같이, 우리: 아슬한 지구>가 전시 중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 감수성을 고조시킬 수 있는 작품들이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활동하는 신진작가와 공모전으로 선발된 11명의 대학생의 환경포스터 작품을 통해 환경의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지구환경에 대한 고민을 자신만의 언어로 담아내 일상 속 정류장에서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같이, 우리 : 안녕' <여전히 달달한 안부> 주제전에 전시된 쥬드프라이데이의 <여행기분> ⓒ박은영
'같이, 우리 : 안녕' <여전히 달달한 안부> 주제전에 전시된 쥬드프라이데이의 <여행기분> ⓒ박은영

마지막으로 망우왕산, 중랑구, 통일의주로은평·서대문구 일대에 펼쳐지는 ‘오픈전시’ <같이, 우리: 신박한 일상관찰법>에서는 시민공모전에서 선발된 36점의 작품이 준비됐다. 눈에 보이는 익숙한 풍경 혹은 사물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소개해, 단조로운 일상에 낯설고 신선한 경험을 전달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서울 아트스테이션’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작품은 ‘우이신설선 문화예술철도 홈페이지’나 공식 SNS채널(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쥬드프라이데이의 <우리의 춤을> ⓒ박은영
쥬드프라이데이의 <우리의 춤을> ⓒ박은영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장소 ‘버스정류장’을 새롭게 단장해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겐 일상의 작은 행복을 선사하는 서울시의 기획이 반가웠다. 광고대신 편안하게 감상하는 그림과 사진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좀더 많은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류장별 전시맵
정류장별 전시맵

서울 아트스테이션 '같이, 우리'

○ 전시기간 : 2021.10. 1.(금) ~ 2021.11.30.(화)
○ 전시장소 : 도봉미아로, 망우왕산로, 통일의주로, 종로 일대 44개 정류장
○ 전시부문 : 그래픽, 디자인, 사진, 일러스트, 회화 등 총 155점
○ 전시작가
 - 주제전 : 강병섭, 권오철, 노세환 등 총 23명
 - 협력전 : 네이버 그라폴리오 협력 작가 4명, 대학생 11명
 - 오픈전 : 공모당선 시민 36명
○ 홈페이지 : 우이신설선 문화예술철도
○ 문의 : 2021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운영본부 02-6952-4907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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