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21 미술주간…소격동 무료전시 4곳 추천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10.15. 12:00

수정일 2021.10.15. 16:08

조회 962

올해는 단풍 소식이 늦다지만, 가을이 색색으로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무색이었던 마음을 환하게 색칠해보고 싶다면 '2021 미술주간'을 맞아 서울 속 미술의 메카 종로 소격동에서 예술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지난 10월 7일부터 17일까지 미술주간이 열리고 있다. 미술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민들이 미술을 좀 더 일상에서 즐기도록 매년 열고 있는 행사다.
2021 미술주간은 서울 속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2021 미술주간은 서울 속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김윤경

이 기간에는 전국 300여 개가 넘는 전시장에서 전시를 무료, 할인된 가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역시 많은 미술관이 참여해 여러 행사를 함께 한다. 특히 평소에 지나쳤던 가까운, 크고 작은 미술관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 미술의 메카, 소격동

소격동은 행정동 상 종로구 삼청동에 속한 곳으로 안국동, 남송현동과 사간동, 팔판동 등으로 둘러 쌓여있다.
소격서와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총친부를 품고 있다.
소격서와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총친부를 품고 있다. ⓒ김윤경

'소격동'이란 이름은 조선 시대 도교의 행사를 주관하는 소격서(昭格署)에서 유래됐다. 지금은 한국 현대 미술의 핵심으로 불리는 소격동은 간간이 보이는 한옥이 잘 어우러진 곳이지만, 굴곡진 역사가 많았다. 유교의 나라인 조선에서 유생들은 소격서를 놓고 폐지를 주장해왔고 임진왜란 이후 사라졌다. 또한 현대에는 국군기무사령부 등이 있었던 권력의 장소였다. 그런 소격동이 예술로 피어난 건 참 의미깊다.
소격동은 미술관 건축들만 구경하며 걸어도 즐겁다.
소격동은 미술관 건축들만 구경하며 걸어도 즐겁다. ⓒ김윤경

필자는 종종 삼청동과 북촌을 오갔지만, 소격동 미술관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색달랐다. 몇 년 전, 서태지와 아이유의 노래로도 유명했던 소격동을 온전히 미술로 보고 싶었다. 때마침 미술주간에서 진행한 미술여행을 따라 소격동을 찾았다. 이중 지갑 없이도 가벼이 들릴 수 있는 미술관 4곳을 소개한다.

①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14년 3월 소격동으로 이전한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아리리오 갤러리 간판
아리리오 갤러리 간판 ⓒ김윤경
아라리오 갤러리 외관
아리리오 갤러리 외관 ⓒ김윤경

이름처럼 외관부터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늘 오가며 지나쳤던 이곳을 들어가보았다. 1층 공간은 작지만,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들어서면 전시장을 만나게 된다.
폭포를 그린 원성원 작가의 작품
폭포를 그린 원성원 작가의 작품 ⓒ김윤경

“여기 보면 나무들이 물방울에서 양분을 받아 거센 물줄기를 뚫고 자라고 있잖아요. 이 물방울 하나가 작은 격려라고 생각했을 때, 수만 개가 모였다는 건 엄청난 힘이거든요. 사람들 모두 이런 작은 위안이 쌓여,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포가 보이는 작품 앞에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감동스러웠다.
원성원 작가가 직접 그림 설명을 해주고 있다.
원성원 작가가 직접 그림 설명을 해주고 있다. ⓒ김윤경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11월 13일까지 원성원 작가의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전이 열린다. 전시는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들을 주류, 비주류로 나눠 자연으로 표현했다. 이날은 운 좋게 원성원 작가를 만나 직접 그가 작업한 작품들에 관해, 깊이 설명들을 수 있었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제주도, 한탄강 등 6개 장소를 다니며 수천 장을 찍은 후, 콜라주한 작품이다. 폭포의 물방울을 한 방울씩 만들었다고 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2층에 위치한 전시실
아라리오 갤러리 2층에 위치한 전시실 ⓒ김윤경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 위치 :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84
○ 운영시간 : 평일 11:00~18:00 (매주 일, 월요일 휴관)
○ 홈페이지 : https://www.arariogallery.com/ 
○ 문의 : 02-541-5701

② 학고재 갤러리

좀 더 걸어가볼까. 이제 한옥의 멋을 살린 학고재 갤러리와 만나게 된다. 
학고재 갤러리 외관
학고재 갤러리 외관 ⓒ김윤경

1988년 서울 인사동에 처음 생긴 학고재 갤러리는 전통과 한옥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지향해 만들어졌다. 학고재는 논어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는 이념에서 따왔으며, 건물 역시 전통적인 과거와 창조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학고재 갤러리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학고재 갤러리 ⓒ김윤경

학고재는 본관, 신관, 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 팔판동소재)으로 이뤄져 있다. 

“컬러로 '검을 현' 색을 만들어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요. 추상적인 개념이자 동양의 뜻이 담긴 무한한 공간감을 표현했는데, 바이올린 현 같은 느낌도 줍니다.”
학고재 갤러리 내부 전경
학고재 갤러리 내부 전경 ⓒ김윤경

이 곳에서는 10월 17일까지 김현식 화가의 현(玄)이 열리고 있다. 우선 색감이 너무 예뻤다. 
가까이 가면 거울로 보이는 작품이다.
가까이 가면 거울로 보이는 작품이다. ⓒ김윤경

안으로 들어가니 알록달록하고 둥근 하얀 벽이 펼쳐졌다. 멀리서 볼 때 많은 동그란 레진 소재로 된 작품은 가까이 가면 거울이 된다. 거듭되는 선이 깊이감을 주지만, 멈출 곳을 아는 신비로운 전시같다.

학고재 갤러리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 운영 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www.hakgojae.com
○ 문의 : 02-720-1524~6, 02-739-4937

③ 국제갤러리

소격동에는 지붕 위를 걷는 여성과 외관이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국제갤러리 외관
국제갤러리 외관 ⓒ김윤경

요즘 더 핫한 국제갤러리다. 작년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관해 더 편리해진 곳이다. 1982년 인사동에서 시작해 1987년 이전한 이곳은 K1~K3관으로 구성돼 전시실은 물론 카페, 레스토랑 등도 함께한다. 
정원으로 나가는 문
정원으로 나가는 문 ⓒ김윤경

이중 K1 건물은 영국의 유명한 건축 디자인 잡지 ‘웰페이퍼’가 뽑은 최고 문화공간 부문에 선정되는 등 건축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는 건물 왼쪽에 있는 카페는 디자이너의 벽화를 통해 앉는 사람 하나하나가 작품이 될 수 있는 곳이다. 
K1에서는 박서보 작가의 전시가 10월말까지 펼쳐진다.
K1에서는 박서보 작가의 전시가 10월말까지 펼쳐진다. ⓒ김윤경

현재 한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서보 작가의 개인전이 10월 말까지 열리고 있다. 삼청동을 조망하는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기색과 벚꽃색, 유채꽃 색 등을 더 아름답게 느끼게 한다. 저절로 사진 셔터를 누르게 되는 작품이 감탄을 자아낸다.
정원에 위치한 줄리안 오피의 작품
정원에 위치한 줄리안 오피의 작품 ⓒ김윤경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 만나는 K2관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 만나는 K2관 ⓒ김윤경

아담한 정원을 따라 걸으면 K2, K3관을 만난다. 특히 K3관은 철조망으로 감싼 듯한 외관이 독특한데 바로 옆에 기와집이 보여 더한 오묘함을 선사한다. 
줄리안 오피의 생동감 있는 작품들
줄리안 오피의 생동감 있는 작품들 ⓒ김윤경

이곳은 다채로운 옷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미디어파사드 영상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줄리안 오피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영국 출신의 이 작가는 동물, 사람, 랜드마크 등을 단순하고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하지만 충분히 정체성이 드러나는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국제갤러리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 운영 시간 : 월~토요일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10:00~17:00
○ 홈페이지 : https://www.kukjegallery.com/
○ 문의 : 02-735-8449

④ BGA마루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고즈넉한 작은 한옥 하나를 만나게 된다. BGA마루라고 쓰인 이곳은 올해 4월 소격동 한옥에 오픈했다. 
한옥갤러리 BGA마루 외관
한옥갤러리 BGA마루 외관 ⓒ김윤경

BGA는 매일 밤 11시 한점의 그림과 에세이를 받아보는 구독형 미술을 추진한 곳으로 직접 원화 작품을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을 꾸몄다.
BGA마루 전시장 내부
BGA마루 전시장 내부 ⓒ김윤경

내부로 들어서면 편안한 마루에서 푹신한 방석에 앉아 찬찬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앞에 놓인 아이패드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과 에세이를 읽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BGA 마루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2길 26
○ 운영 시간: 평일 11:00~18:00 (월·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s://bgaworks.com/
소격동과 북촌이 어우러진 곳.
소격동과 북촌이 어우러진 곳.ⓒ김윤경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우울감도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가을은 계절성 우울증이 동반되기 쉬운 계절이다. 필자는 그간 쌓였던 온갖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번 미술여행으로 덮어버릴 수 있었다. 소격동에 위치한 미술관들을 관람하며 그간의 우울함을 벗고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 '2021 미술주간'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artweek.kr/2021/main/main.php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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