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 체험해 보니…"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졌다"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1.09.28. 16:00

수정일 2021.09.28. 17:13

조회 6,960

10월 2일 노인의날 맞아 용산구 '노인생애체험센터'를 찾다

초고령화사회에 임박한 우리나라는 열에 두 명이 노인이다. 작년 기준 65세 인구 비중은 16.4%로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OECD회원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인 동시에 노인빈곤률, 자살률은 1위, 기대수명도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용산구 효창동 (사)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입구, 노인봉사(老人奉仕) 표석
용산구 효창동 (사)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입구, 노인봉사(老人奉仕) 표석 ⓒ최윤정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지난 199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노인의 날을 맞아 용산구 효창공원에 있는 ‘노인생애체험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선 노인의 체력에 준하는 복장과 시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체험하고, 어떻게 노후를 맞을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2006년에 세워진 노인생애체험센터는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에서 관리 운영하며 서울에서 유일한 노인 가상체험센터이기도 하다. 초등학생부터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 노인 분야 종사자, 일반인까지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가 운영중인 노인생애센터, 방문 전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가 운영중인 노인생애센터, 방문 전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최윤정

누구나 건강하고 여유 있는 미래를 꿈꾼다. 노인에게 빈곤, 질병, 고독, 무위는 젊을 때 간과했던 부분이라 더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특히 노인이 되면 미각, 특히 짠 맛을 먼저 잃게 되어 음식이 점점 짜지게 되고 시각은 노화가 가장 빨리 되는 감각이라고 한다. 진행을 맡은 김동우 사회복지사는 백내장, 녹내장에 대한 사진을 비교해주며 "요즘 핸드폰 사용으로 그 시기가 빨라지고 정도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다.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다. ⓒ최윤정

노인의 몸이 되어 그간 몰랐던 불편을 체험하다

이제 노인 체험복 환복의 시간이다. 모래주머니를 차자 몸이 두 배로 무거워졌다. 노화가 되면서 둔해지는 감각을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복장이었다. 제일 힘든 것은 노인의 시각이었다. 고글을 쓰자 앞이 뿌옇게 보이고 시각의 범위가 훨씬 줄어들었다. 

체험 공간은 일반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현관, 주방, 거실, 세탁기, 욕실 등 생활전반에서 노인의 체력과 신체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어떤 의자가 편한지, 계단은 어떻게 오르내리는지를 세심하게 체크해 보았다. 
80대 노인의 신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복이 준비돼 있다.
80대 노인의 신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복이 준비돼 있다. ⓒ최윤정

신발 신기부터 난관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고글 때문에 신발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가볍게 여닫았던 반찬통도 몸이 둔해지니 실수가 생기고 더뎌졌다. 앉았다 일어나기도 어려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생각마저 들었다. 어르신들이 ‘귀찮아’ 하며 의욕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야가 좁아지니 신발을 찾기도, 신기도 어려웠다. 현관에 보조의자를 마련해두면 좋겠다.
시야가 좁아지니 신발을 찾기도, 신기도 어려웠다. 현관에 보조의자를 마련해 두면 좋겠다. ⓒ최윤정

계단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가기가 더 어려웠다. 마치 아이를 업고 다니는 듯한 무게감 때문이다. 얼른 어디 가서 앉고만 싶어졌다. 젊은 성인에게 맞춘 가구와 가전도 노인의 체형에 맞게 바꾸거나 고령친화제품의 필요성도 느껴졌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계단을 올라보니 난간을 붙잡아야 할 만큼 힘들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계단을 올라보니 난간을 붙잡아야 할 만큼 힘들었다. ⓒ최윤정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다 아프고 예전 같지 않다’라는 표현은 노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중년인 필자도 하루가 다르게 병원을 찾는횟수가 늘고 노안에다가 피곤함도 자주 느낀다. 하물며 노인은 어떨까 막연히 상상만 했는데 직접 노인의 체력을 경험해보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청소년들은 노인 몸 체험 후 “왜 할머니의 음식이 점점 짜지는지, 엘리베이터만 고집하는지 알겠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생긴단다. 한 청소년은 체험 후기에서 “고령임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체험을 통해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침대와 일반바닥요를 번갈아 체험했다. 침대의 높이도 어르신들에게 맞춰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침대와 일반바닥요를 번갈아 체험했다. 침대의 높이도 어르신들에게 맞춰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윤정

노인생애체험센터를 다녀간 시민들도 후기를 통해 "건강관리를 잘 해야겠다", "10~30대가 더 많이 이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어르신들이 있는 집은 생활이 편리하게 구조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전하며 "시민들이 꼭 한번 해봐야 할 체험"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령친화형 전시체험관에는 노인생활을 편리하게 만들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고령친화형 전시체험관에는 노인생활을 편리하게 만들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최윤정

필자도 한 시간 동안 노인의 신체를 가지고 살아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졌다. 열에 두 명이 노인인 초고령화사회가 코 앞인데, 나의 노년은 아직도 멀었다고만 여겼던 것 같다. 노인 체험을 통해 신체 변화에 따른 힘듦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에서 생후 9개월 동안 온 가족의 관심과 보호로 신생아가 잘 자라는 것처럼 임종을 앞둔 노인의 9개월도 똑같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임종의 때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노인의 4고(질병, 고독, 빈곤, 무위)를 그들만의 책임으로 몰아선 안 되지 않을까.

■ 노인생애체험센터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임정로 58번지 (사)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 운영시간: 월~금요일 09:00~17:00, 토·일요일 및 법정공휴일 휴관
 ※체험시간 : 1회 10:00~12:00, 2회 14:00~16:00 (시간 조정 가능)
○ 이용인원 : 1회 4인 이상 12인 이하(인원 조정 가능, 전화로 사전 문의)
사전예약
○ 문의: 02-701-6400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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