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건축으로 태어나다! 서울비엔날레 열린 세운상가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1.09.29. 12:00

수정일 2021.09.29. 18:06

조회 1,345

‘의심스러운 발자국’ 전시…작가의 사적인 도시 이야기와 건축의 특별한 만남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이 펼쳐지는 세운상가 일대
현장프로젝트 '의심스러운 발자국'이 펼쳐지는 세운상가 일대 ⓒ김수정

서울은 급속한 성장과 무분별한 개발을 지나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적인 작가들과 도시 관계자들이 참여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서울비엔날레)는 지금 도시에 필요한 철학과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도시건축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장이다. 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2017, 2019년에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9월16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된다. 행사는 10월31일까지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10월31일까지 DDP,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열린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10월31일까지 DDP,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열린다. ⓒ김수정

세운상가 일대에서 열리는 현장 프로젝트는 ‘의심스러운 발자국’이란 주제로 개인이 바라보는 사적인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장 프로젝트에는 다섯 명의 문학 작가들이 함께 했는데, 이들은 ‘스케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적인 도시 경험을 서술하고, 건축가들은 그 이야기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사전 예약 후 방문해 QR코드가 있는 주사위를 받았다.
사전 예약 후 방문해 QR코드가 있는 주사위를 받았다. ⓒ김수정
QR코드를 모바일로 스캔해 문학작품을 읽거나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은 필수다.
QR코드를 모바일로 스캔해 문학작품을 읽거나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은 필수다. ⓒ김수정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마다 QR코드가 부착돼 있어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거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용앱을 이용하면 오디오 해설, 전시관별 안내 맵, 작품과 작가의 정보 등을 받을 수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사전예약을 통해 1시간 간격으로 입장하고 잔여석이 있을 시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파빌리온을 제외한 설치작품은 별도 예약 없이 상시 관람할 수 있다.

필자는 사전예약 후 시간에 맞춰 아세아전자상가 앞 세운교 앞으로 갔다. 명단 체크를 한 후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가이드맵과 브로슈어, 주사위를 하나씩 받았다. 주사위의 6면에는 작가 1인의 문학작품과 지도를 볼 수 있는 QR코드로 채워져 있었다. 
세운상가 일대에 설치된 파빌리온
세운상가 일대에 설치된 파빌리온 ⓒ김수정

먼저 파빌리온부터 관람했다. 펜스로 둘러싸인 공간은 모랫바닥 위에 철근 구조물이 놓여있어 마치 공사장에 온 것 같다. 한쪽 벽면에는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고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현장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인데, 그 방식이 독특해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느껴졌다. 

세운상가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설치된 노란색 그물망은 건축가 보다(Bo.Daa)가 제작한 ‘세운상가의 그물망’이라는 작품이다. 작가 최영건의 ‘나무왕의 방’을 시각화한 것으로 놀이터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작가의 문학작품을 읽어보면 설치된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이어폰을 챙겨가 천천히 걸어가며 문학작품을 들어도 좋다. 
세운상가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설치된 '세운상가의 그물망' 작품
세운상가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 설치된 '세운상가의 그물망' 작품 ⓒ김수정

세운상가의 그물망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가면 세운전자상가와 세운청계상가를 잇는 다리 위다. 초록색과 노란색의 철근 구조물에 1에서 5까지 숫자가 적혀 있고 그 아래 문이 있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창이 있고 아래로 청계천과 주변 건물들이 내려다보였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의 ‘공상의 방’ 작품이다. 이설빈 작가의 문학작품 ‘g의 자서전’을 형상화했다. 오랜 세월 동안 도시의 온갖 부품들을 생산해 온 세운상가에서 자연이 살아있는 청계천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공간으로 넘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오에이 아키텍츠의 ‘공상의 방’ 작품
에이오에이 아키텍츠의 ‘공상의 방’ 작품 ⓒ김수정

공상의 방에서 나와 다시 세운전자상가 방향으로 걷다 보면 흰색 구조물이 보인다.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보니 4개의 작은 창이 나 있다. 각각의 창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 있어 을지로의 좁은 골목, 종각타워 등 근대건물, 종묘, 우뚝 솟아 있는 타워크레인을 바라다보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상상하게 하는 김이홍 아키텍츠의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다. 정지돈 작가의 ‘나는 그것이 환영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배경이 된 작품이다. 
각기 다른 4개의 방향으로 나 있는 창이 인상적인 '한 개의 현장 네개의 시나리오' 전시
각기 다른 4개의 방향으로 나 있는 창이 인상적인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 전시 ⓒ김수정
한개의 현장 네개의 시나리오에서 바라보이는 종묘
'한 개의 현장 네 개의 시나리오'에서 바라보이는 종묘 ⓒ김수정

세운전자상가 앞 다시세운광장으로 내려가니 이번엔 두 개의 작품이 나란히 서 있다. 오브라 아키텍츠의 ‘캣하우스’와 알라잉어의 ‘영혼의 나무’ 작품이다. ‘캣하우스’는 도시, 사람, 고양이,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화합을 대변하는 건축적 제안으로 박세미 작가의 ‘캣스케일’ 이야기를 담았다. ‘영혼의 나무’는 이연숙 작가의 문학작품 ‘중력들’을 토대로 했다. 살아있는 식물을 건축재료로 사용해 땅속과 공기 사이를 순환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보여준다. 
도시, 사람, 고양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건축적 제안 '캣하우스'
도시, 사람, 고양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건축적 제안 '캣하우스' ⓒ김수정
살아있는 식물을 건축재료로 사용한 '영혼의 나무' 작품
살아있는 식물을 건축재료로 사용한 '영혼의 나무' 작품 ⓒ김수정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주제전, 도시전, 글로벌스튜디오를 관람할 수 있는 DDP와 게스트시티전과 서울전을 관람할 수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도 가봐야 한다. 이 둘을 연결하는 세운상가 일대의 전시를 통해 현장 프로젝트를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작가와 건축가의 콜라보로 서울의 과거, 현재, 발전상을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 일정 : 2021. 9. 16.(토) ~10. 31.(일)
○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유료), 서울도시건축전시관(무료), 세운상가 일대(무료)
○ 홈페이지 : https://seoulbiennale.org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전예약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81110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사전예약 : https://yeyak.seoul.go.kr/web/reservation/selectReservView.do?rsv_svc_id=S200508133921446808
○ 세운상가 전시 사전예약 : https://yeyak.seoul.go.kr/web/reservation/selectReservView.do?rsv_svc_id=S210910172200945641
○ 전용앱 다운로드 :
아이폰 - https://apps.apple.com/kr/app/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id1579797878
안드로이드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org.seoulbiennale.android&hl=ko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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