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는 마음의 고향…미군 가족의 삶을 엿보다
발행일 2021.08.12. 14:26
용산공원개방부지 장교숙소 ‘오손도손’과 그 곳에 담긴 이야기
얼마 전 뉴스에서 이제 ‘용산기지’라는 말이 사라지고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이 탄생할 것이라고 보도됐다. 지난해 8월 개방된 용산공원내 개방부지는 주한미군 장교들의 숙소가 있던 곳이다. 이 곳 오픈하우스 ‘오손도손’에선 용산기지에 살던 미군 가족들의 삶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용산공원 내 장교숙소 모습 ⓒ김정희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 '용산공원'으로 조성 중
서울 도심에 위치한 용산은 군사적으로 상당히 역사가 깊은 곳이다. 일본과 청나라 등 외국 침략군이 주재했었고, 주한 미군이 한국 내 미군 부대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강과 접해 있어 선박을 통한 물류이동이 용이했던 용산의 지리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조선군의 병참기지,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군의 보급기지, 이어 구한말에는 청나라군이 주둔했고, 러일전쟁 이후에는 주조선 일본군 사령부가 위치하게 됐다. 이후 미군이 이 곳을 접수해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라 불리며 반세기 넘게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다.
이곳 옛 용산기지 부지에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 ‘용산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미군장교 숙소 일부가 개조돼 용산공원연구소가 만들어졌다. 건물 한 채를 통으로 사용하는 용산공원 연구소는 용산공원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이곳 옛 용산기지 부지에 우리나라 최초 국가공원 ‘용산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미군장교 숙소 일부가 개조돼 용산공원연구소가 만들어졌다. 건물 한 채를 통으로 사용하는 용산공원 연구소는 용산공원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미군장교 숙소 일부를 개조한 용산공원연구소 건물 ⓒ김정희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로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용산공원은 부지도 넓고 사람들이 줄지어 방문하는 곳이 아니어서 아이들과 한번쯤 가볼 만하다. 특히 용산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도 보고 용산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현재 용산공원은 매주 화요일~토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200명까지 입장이 제한되지만 담당자에 따르면 관람객이 붐비지 않아 일부 내부시설이 문을 닫는 오후 5시만 고려해 편하게 방문을 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용산공원은 매주 화요일~토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200명까지 입장이 제한되지만 담당자에 따르면 관람객이 붐비지 않아 일부 내부시설이 문을 닫는 오후 5시만 고려해 편하게 방문을 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용산공원 중앙광장 모습, 용산공원 면적은 여의도공원보다도 더 크다. ⓒ김정희
오픈하우스 '오손도손'에선 이 곳에서 거주했던 미군 가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김정희
용산기지가 '제2의 고향'이 된 이들의 삶의 이야기
아이들과 용산기지를 방문했다면 가장 추천하는 장소가 오픈하우스 ‘오손도손’이다. 미군 장교 가족들의 삶의 모습이 흥미롭고 유익한 방문이 될 것이다. 오픈하우스에 들어서니 실제 주부의 모습을 한 입간판이 눈길을 끈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의 환한 모습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장교숙소에 살던 주부 마리 루가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는다. ⓒ김정희
"나는 군인의 자녀이다.
내 고향은 아무 데도 없지만 내 친구들은 어디에나 있다.
내가 자라면서 얻은 교훈은 나의 집은 내 마음과 내 가족이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만난 이 글은 용산기지 안에 있는 아메리칸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글이다. 글 아래에는 ‘그 안에서 살던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전해진 적이 없었다. 이 곳을 통해 이루어진 문화교류가 두 나라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적혀있다.
‘오손도손’에는 이처럼 각기 다른 시기에 이곳에서 살았던 6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들의 경험과 가치가 그대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얼마나 이들이 이 곳에서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또 이 전시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내 고향은 아무 데도 없지만 내 친구들은 어디에나 있다.
내가 자라면서 얻은 교훈은 나의 집은 내 마음과 내 가족이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만난 이 글은 용산기지 안에 있는 아메리칸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글이다. 글 아래에는 ‘그 안에서 살던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전해진 적이 없었다. 이 곳을 통해 이루어진 문화교류가 두 나라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적혀있다.
‘오손도손’에는 이처럼 각기 다른 시기에 이곳에서 살았던 6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들의 경험과 가치가 그대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얼마나 이들이 이 곳에서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또 이 전시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가족식사실의 모습 ⓒ김정희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진열돼 있다. ⓒ김정희
첫 번째 방은 부엌과 창문으로 연결된 식당 공간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전시된 이 공간은 가족들이 식사를 하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던 장소다. 거실 벽면에는 그들의 장소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이 집이 집안일을 하던 엄마,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곳, 가족들이 일상을 공유했던 공간으로 이들에겐 추억이 가득한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용산기지에 실제 살았던 이들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흘러나왔다.
가족이 모이고 아이들이 뛰놀았을 가족실의 모습, 우리 일반 거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희
용산기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상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김정희
2층으로 가는 계단에도 이들의 추억을 담은 사진과 용산기지 내 옛 모습이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제이슨 터너는 1988년부터 6년간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이 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성장 후 그는 미군이 되어 2017년 다시 용산기지를 찾아 그의 가족과 함께 살다가 2020년에 평택 험프리스 캠프로 이주했다. 왜 그들에게 용산이 ‘마음의 고향’인지 빼곡히 적힌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계단 벽면에 가족들의 사진과 옛 용산기지 모습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좌) 한국과 인연이 많았던 터너 가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우) ⓒ김정희
2층에는 3개의 방이 있는데, 이 중 서재공간에 장교가 입었던 옷도 전시되어 있어 더욱 실감이 났다. 놀이방에선 9살 조이와 7살 잭 남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국의 생활과 친구들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남매 엄마의 증조할아버지 역시 1950년 당시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로 이 가족과 한국은 여러 인연으로 맺어져 있었다.
한 장교의 서재 모습, 장교가 입었던 옷이 전시돼 있다. ⓒ김정희
우리들의 놀이방, 조이와 잭 남매 모습 ⓒ김정희
같은 시간, 같은 서울에서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미군 장교 가족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으로 용산기지를 만나게 해주는 듯하다. 필자는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활동으로 오픈하우스 ‘오손도손’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용산공원 개방부지는 사전예약 없이 신분증만 가져가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 용산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서빙고동 235-101)
○ 교통 : 서빙고역(경의중앙선)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개방시간 : 매주 화~토요일 09:00~17:00(내부시설) / 09:00~18:00(외부공간)
※ 일부 내부시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실내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
○ 입장료 : 무료(신분증 지참), 주차 불가(장애인 차량만 출입 가능)
○ 홈페이지: www.park.go.kr
○ 문의 : 070-4224-1708
○ 교통 : 서빙고역(경의중앙선)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개방시간 : 매주 화~토요일 09:00~17:00(내부시설) / 09:00~18:00(외부공간)
※ 일부 내부시설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실내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음
○ 입장료 : 무료(신분증 지참), 주차 불가(장애인 차량만 출입 가능)
○ 홈페이지: www.park.go.kr
○ 문의 : 070-4224-1708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