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문구 대신 안전펜스 설치한 마포대교, 그 효과는?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1.07.21. 13:10

수정일 2021.07.21. 14:50

조회 8,233

지난달 18일, 서울시는 4명의 고등학생에게 서울시장 표창을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포대교 난간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한 환일고등학교 김동영, 전태현, 정다운, 정두 학생을 올해 첫 번째 ‘재난현장 의로운 시민’으로 선정하고 표창장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지난 5월 1일,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산책 겸 한강을 거니는 중 마포대교 난간에 매달려 있는 남성을 경찰관이 붙잡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지체 없이 달려가 경찰관을 도왔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남성을 무사히 구조했다. 
지난 5월 1일 마포대교 난간에서 20대 남성이 투신하려는 것을 경찰관과 고등학생들이 붙잡고 구조하는 중이다.
지난 5월 1일 마포대교 난간에서 20대 남성이 투신하려는 것을 경찰관과 고등학생들이 붙잡고 구조하는 중이다. ⓒ서울시

2020년 서울기술연구원 자료(현장리포트 SPOTLIGHT ‘한강교량 투신자살 증가와 서울시 골든타임 5分 생존율 확보노력’ 보고서)에 의하면 한강교량 자살건수는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총 2,500건으로, 교량별로는 마포대교가 매년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마포대교 간다’는 말이 스스로 신변을 비관할 때 자조적으로 쓰는 말로 쓰이고 있다. 마포대교가 시민들 사이에서 투신 자살과 관련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포대교에 높은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마포대교에 높은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김진흥

서울시는 투신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2년에 자살예방 문구를 마포대교 난간에 새겼다. 시민 공모로 받아 써 넣은 이 문구들은 해외 광고제에서 37개 상을 받으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역효과가 나타났다.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 2012년 투신 시도자가 15명이었던 수가 2013년에는 93명, 2014년 184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시는 2016년 자살방지 난간을 마포대교에 2016년 12월 설치했다. 기존 1.5m에서 2.5m로 높였다. 이후 투신자살 건수가 211건(2016년)에서 163건(2017년)으로 감소했다. 자살 예방 문구가 실효성이 없다고 본 서울시는 2019년 마포대교에 쓰인 문구를 모두 없앴다.
2019년에 자살예방 문구를 모두 없앴다.
2019년에 자살예방 문구를 모두 없앴다. ⓒ김진흥

아울러 지난 5월 고성능 센서를 장착한 안전펜스를 새롭게 설치했다. 철사를 끊거나 10cm 이상 벌어지면 119구조대와 연결된 센서가 작동한다. 그러면 구조대가 바로 출동해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이 안전펜스가 설치된 후, 구조율은 100%에 근접하다. 이전에는 난간에 센서가 없어서 구조대 출동이 늦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전펜스가 설치된 이후로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수호 역할을 도맡고 있다. 
마포대교에 길게 안전펜스가 쳐져 있는 모습
마포대교에 길게 안전펜스가 쳐져 있는 모습 ⓒ김진흥

일례로 지난 5월 말, 한밤 중 남성이 마포대교 안전펜스를 통과했다. 난간에 매달린 남성이 떨어지려고 하자 119구조대의 수상보트가 도착했다. 다리 위에는 소방대와 경찰도 출동했다. 이 상황은 그 시민이 펜스를 넘은 지 불과 5분 만에 나타났다.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센서로 인해 구조대가 신속히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포대교에서 산책하고 있던 한 시민은 “마포대교가 자살 시도가 많기로 유명한데 펜스가 높게 설치되어 있으니 더 안전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와 마포대교를 거닐던 한 20대는 “예전에 자살예방 문구가 적힌 것보다 펜스 설치한 게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좋지 않은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 ⓒ김진흥

마포대교에 안전펜스가 높게 설치돼 있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생명보험재단이 발표한 2011년부터 2020년 6월까지 ‘SOS생명의전화’ 누적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년간 자살 위기 상담이 총 8,113건인데, 가장 많은 전화가 걸려온 곳이 마포대교였다. 총 5,242건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투신 시도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자살 위기자 수는 여전히 적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마포대교가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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