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재밌는 골목길! ‘재미로’가 새로워졌다!
발행일 2021.07.01. 15:34
주말 아침, TV로 보는 만화는 어린시절 큰 행복이었다. 빨강머리 앤이 상상의 나래를 펼 때 흩날리는 꽃잎마저 사랑스러웠다. 뽀로로에 열광하는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순수한 동심을 자극한다. 서울에는 만화 속 추억이 물씬 피어나는 동네가 있다. 태권V가 나이 먹지 않은 채 살아있는, 명동의 '재미로'다.
명동역 3번 출구 앞 타요 버스정류장 ⓒ박은영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왔다. 앞에 타요 버스 캐릭터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재미로는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까지의 500m의 언덕을 의미한다. 만화문화 정류장 상상공원에 ‘재미로’를 안내하는 구조물이 보이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늠름한 자태의 태권 V가 반갑다. ⓒ박은영
골목을 따라서 걸으면 화려한 단색으로 벽면을 꾸민 주차장이 눈에 띈다. 재미로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조금만 걸으면 세상 친근한 느낌의 명동주민센터도 만날 수 있다. 오르막길 끝에 숭의여자대학교가 있어서인지 바닥에는 여성안심귀갓길의 표시도 그려져 있다.
생활 속에 녹아든 재미로의 친근하고 독특한 건물들 ⓒ박은영
남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재미로에선 벽, 건물, 혹은 상가 간판까지 곳곳에서 만화 속 캐릭터들과 마주하게 된다. 캐릭터를 발견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만화 관련 전시와 무료 열람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센터 ‘재미랑’이 나온다.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기획전시와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구경하기에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개방하며,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방학동안은 아이들의 방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기인 곳이다.
명동에서 마주친 추억의 둘리, 그 자체가 포토존이다. ⓒ박은영
재미랑 웹툰 카페와 알록달록한 무늬로 단장한 주변 상가 ⓒ박은영
만화 캐릭터는 편의점, 식당, 술집이나 미용실 앞에도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심지어 전봇대, 계단, 지붕까지 친근한 모습으로 거리를 빛낸다. 둘리와 포비, 태권 V 등 아는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몹시 반갑다. 그 곁에 포토 존이 마련돼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만화 캐릭터로 가득한 재미로 거리 풍경 ⓒ박은영
건물의 디자인 속에서도 캐릭터가 등장한다. ⓒ박은영
밋밋한 상가 벽에 색색의 캐릭터가 추가되니 건물에 생기가 돈다. 특히 주차장이나 숙박시설에 재미난 그림들이 많다. 또한, 소나기와 같은 이야기 속 캐릭터도 등장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재미로와 딱 어울리는 웹툰 카페는 물론 애니메이션 소나기, 메밀꽃, 운수 좋은 날을 제작한 스튜디오도 만화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벽화 ⓒ박은영
곳곳에 숨겨진 재미로 상가의 친근한 캐릭터 ⓒ박은영
명동과 남산을 연결하는 재미로의 주소는 ‘중구 남산동2가’다. 관광객이 많은 화려한 명동이 바로 앞인데도 이 길은 오랫동안 낙후된 상태였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지난 2013년 12월, 이 골목길을 만화의 거리로 조성하면서부터다. 그 과정에는 약 70명의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지역 주민의 의견도 수렴했다. 거리명인 ‘재미로’와 ‘재미랑’의 이름 역시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SNS를 통한 시민 공모와 명동 거리투표로 선정됐다. 뭔가 색다른 기대와 흥미로움이 생기는 재치만점이 작명이 아닐 수 없다.
재미로에서 길을 안내하는 캐릭터들 ⓒ박은영
미용실 앞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자두네 가족 ⓒ박은영
화려한 명동에 새롭게 탄생한 만화 특화거리.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 탓인지 비어있는 상가가 더러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거리 곳곳에 아이들을 반겨주고 어른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캐릭터들은 여전히 친근하고 따뜻하다. 가족, 친구, 연인들과 명동을 구경하고 길 건너 재미로를 따라 남산자락까지 올라보자. 길 끝에선 유명한 남산 돈가스 거리도 볼 수 있다.
새롭게 단장한 '쏘쏘빌딩 서울' 건물 외관 ⓒ박은영
지난 3월, 이 거리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움직임이 있었다. 재미로의 초입에 ‘쏘쏘빌딩 서울’ 건물이 들어섰다. 하얀색으로 깔끔해진 3층 건물을 도화지 삼아 10cm 테두리라인 속에 '별일 없지만 아름답고 평범한 우리 일상(What a SoSo Day)' 장면들이 담겼다. 이나피스퀘어 작가의 쏘쏘 캐릭터가 살고 있는 모습을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이는 콘텐츠 특화거리 명동 재미로가 새 단장에 본격 돌입한다는 취지로 조성됐다고 한다.
재미로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건물들 ⓒ박은영
재미로 끝의 편의점도 만화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박은영
명동 재미로는 아이와 방문하면 이만한 곳이 또 없다. 아이는 숨어있는 만화 캐릭터를 찾느라 신나고 부모는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만화로 공감대를 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명동 맛집에서 외식까지 하면 완벽한 주말 나들이 코스다. 태권V와 빨강머리 앤, 하니와 둘리, 뽀로로 등 시대에 따라 캐릭터는 변화지만 마음 한 켠 동심을 지닌 채 살아가는 우리는 캐릭터와 마주하는 순간 그 시절 순순했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사랑받던 재미로가 다시 한번 활기를 되찾기 기대한다.
■ 명동 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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