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만 달라졌을 뿐인데! 다 예뻐 보여~

시민기자 최지윤

발행일 2021.04.12. 10:03

수정일 2021.04.12. 10:03

조회 9,362

오래된 골목길이 바뀌었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골목길 재생사업'이 서울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골목길 재생사업’은 골목길을 따라 500m에서 1km 이내의 ‘선’단위로 추진되는 ‘현장밀착형 소규모’ 재생사업이다. 도시개발에 제외되어 열약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지역 등을 재생해 슬럼화되는 것을 막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이다. 일정 구역을 정해 대규모 ‘면’단위로 대상을 선정해 재생하는 기존의 재생사업과는 달리, ‘골목길 재생사업’은 재건축이 어려운 폭 1~2m 내외의 오래된 생활 골목길부터 8m 미만의 골목상권 등이 대상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46개소 중 10개소 첫 사업길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에 골목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기 위해 직접 길을 나섰다.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 32일대에 위치한 주민쉼터 ‘익선공감’. 이곳은 원래 나대지였다. ⓒ최지윤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 32일대에 위치한 주민쉼터 ‘익선공감’. 이곳은 원래 나대지였다. ⓒ최지윤

오랜 주민들의 숙원을 해소한 생활인프라 조성

서울시는 사업을 완료한 10개소의 변화를 두고 실속 있는 생활 인프라 조성, 낙후한 보행환경 및 골목경관 개선, 공동체 활성화로 정리했다. 총 3년에 걸쳐 추진되는 사업은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겪어왔던 불편사항을 해결한다. 

필자가 방문한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 32일대에 위치한 주민쉼터 ‘익선공감’은 본래 방치된 나대지였다. 황폐했던 이곳은 누구나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깔끔한 주민쉼터로 탈바꿈되었다. 쉼터를 기점으로 삼일대로32일대에 많은 맛집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고, 쉼터 한쪽 끝에는 3D프린터로 만든 ‘코로나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백색의 해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누르는 모습이었는데, 코로나가 끝난 뒤 사람들이 길을 가다 혹은 산책을 하다 ‘익선공감’에서 쉬어가는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었다. 골목도 잘 정비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창덕궁도 있어 궁 구경을 하다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산책을 하기에 좋아 보였다.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의 놀이터 ‘마을마당’. 낡은 주택 4개동을 사들여 허물고 놀이터 및 주민쉼터를 지었다.  ⓒ최지윤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의 놀이터 ‘마을마당’. 낡은 주택 4개동을 사들여 허물고 놀이터 및 주민쉼터를 지었다. ⓒ최지윤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에는 놀이터 ‘마을마당’이 있었다. 이 ‘마을마당’은 낡은 주택 4개동을 매입한 뒤 허물어 좁은 도로를 확장하고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전의 도로는 좁고 하수관이 낡아 악취와 오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년도 더 된 노후하수관을 전면 교체하고, 각 주택의 빗물 홈통을 하수관에 직접 연결하여 악취와 오수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도로가 확장되면서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되었다. 
새 보도블록을 깔고 널찍하게 정비된 골목길이다. 전봇대에 은은한 무지갯빛의 띠가 둘러져 있어 분위기가 밝아 보인다.  ⓒ최지윤
새 보도블록을 깔고 널찍하게 정비된 골목길이다. 전봇대에 은은한 무지갯빛의 띠가 둘러져 있어 분위기가 밝아 보인다. ⓒ최지윤

골목상권을 살려라!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연남동 세모길

골목길 재생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작지만 실속 있는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재생은 대규모로 장기간 진행되지만 골목길 재생은 소규모에다 마중물 사업비 총 10억 원으로 3년간 진행된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거리의 분위기이다. 거리의 분위기는 어떤 시설이 얼마나 많이 들어서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은 일명 ‘연남동 세모길’로 유명하다. 이전에는 60여 동의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골목길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했다. 노후된 하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오수 때문에 사람들이 걸음하지 않는 곳이었다. 연남동 세모길이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된 후 골목길 주민들로 구성된 ‘세모길 주민협의체’가 만들어졌다. 협의체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수립했고, 노후 하수관이 정비되고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새 보도블록이 깔리는 등 쾌적한 골목길이 조성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연남동 세모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 음식점들이 생겨나 상권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필자는 연남동 세모길의 변화와 활기를 느끼기 위해 연남동 세모길 파스타 가게를 찾았다. 골목길 끝에 연남동 마지막 맛집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이곳은 반려견도 함께 할 수 있는 식당으로 골목길을 향해 난 전면 창 너머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였다. 가게 안에서 바라본 밖은 골목길의 정취로 가득해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카페 안과 밖의 풍경을 함께 담은 사진 ⓒ최지윤
카페 안과 밖의 풍경을 함께 담은 사진 ⓒ최지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는 이번 골목길 재생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다른 장소에 적용하고,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상수도 수리와 함께 개별 집수리를 통한 실질적인 주거환경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골목건축가’와 연계해 지역 맞춤형 건축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며 골목 복지, 골목경제 실현을 위해 개별 골목길의 지리적, 환경적, 문화적 조건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목길 재생사업으로 인해 서울에 예쁜 골목길이 잔뜩 생겨났다. 산책로로 이용해도 좋음 직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골목들이다. 대규모로 더디게 진행되는 기존의 거시적인 재생사업보다 소외된 골목길을 재생해 골목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한 골목길 재생사업에 박수를 보낸다. 아직 36개소의 사업지가 남아있지만 봄비가 내린 뒤 초목이 순식간에 푸르러지듯 골목길과 해당 지역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 골목길 재생사업을 완료한 10개 사업지

①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로40길 일대 
② 종로구 운니·익선동 삼일대로32길 일대 
③ 중구 장충동2가 퇴계로56가길 일대 
④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 일대 
⑤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4길 일대 
⑥ 영등포구 신길3동 신길로41라길 일대 
⑦ 강남구 대치동 삼성로64길 일대 
⑧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 
⑨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로101·103길 일대 
⑩ 강북구 수유1동 삼양로73가길 일대

시민기자 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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