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도 지상에도 "반갑다, 강남구 미세먼지 프리존"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3.30. 14:11

수정일 2021.03.31. 13:29

조회 2,314

3월 18일자 대기오염정보
3월 18일자 대기오염정보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한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미세먼지가 다시 봄철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기오염정보를 살펴보니 미세먼지가 ‘나쁨’이다. 그래서일까? 연일 하늘이 뿌옇게 흐려 있다.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아주 미세한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는 마음껏 호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되어 있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미세먼지 프리존(Free Zone)’을 만나면 마치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라도 한듯 무척 반갑다.   
청담역 지하 통로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청담역 지하 통로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윤혜숙

강남구 곳곳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강남구는 서울교통공사와 청담역 공간사용 및 사업추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담역 지하 650m 보행 구간에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는 ‘미세먼지 프리존’을 조성했다. 청담역 미세먼지 프리존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상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지상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윤혜숙

필자가 선릉역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역삼역까지 걸어가다가 또 다른 ‘미세먼지 프리존’을 보았다.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지상에 투명한 창으로 실내가 환히 보이는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들어갔다. 자동문이 열리면서 입장하자마자 공기의 결이 달랐다. 미세먼지 프리존 내부가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다. 
미세먼지 프리존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막아준다.
미세먼지 프리존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막아준다. ⓒ윤혜숙

정면에 '미세먼지, 바이러스 청정존'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세먼지 저감장치에 UV LED 빛을 이용한 살균 시스템을 추가로 탑재해서 바이러스 감염 확산까지 방지하고 있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공격까지 막아주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한쪽 벽면에 플랜트월이 있어서 식물들까지 공기 정화에 가세하고 있다. 
디지털 게시판에 버스 도착 정보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게시판에 버스 도착 정보가 나오고 있다. ⓒ윤혜숙

미세먼지 프리존은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행인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디지털 게시판도 있어서 버스 도착 정보를 안내해 주고 있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피할 수 있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 특히 비나 눈이 올 때 이곳을 드나드는 행인들이 많아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에도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지하에도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윤혜숙

지상의 미세먼지 프리존을 나와서 다시 역삼역 방향으로 걷다가 이번엔 지하에 있는 미세먼지 프리존을 보았다. 지난 1983년에 준공된 역삼 지하보도이다. 그동안 노후한 환경 탓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야간에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곳이다. 필자도 예전에 이곳 지하보도로 내려갔다가 어두운 조명에 행인이 드물어서 종종걸음으로 쫓기듯 걸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역삼 지하보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랬던 역삼 지하보도 125m 구간이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변신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식물이 기둥을 에워싸고 있다.
식물이 기둥을 에워싸고 있다. ⓒ윤혜숙

청담역 미세먼지 프리존을 연상시키듯 지하 정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둥근 기둥을 에워싼 식물들을 보니 아름드리 나무가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역삼 지하보도를 걸었을 때 필자가 느꼈던 지하 특유의 어둡고 쾌쾌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강남구는 역삼 지하보도를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조성하기 위해 플랜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의 낡고 오염된 외벽을 고압세척한 후 밝은 색으로 도색하고, 지하보도 공간 전체에 공기정화식물을 심었다. 지하보도 내 모든 벽면을 빛‧바람‧구름 등을 주제로 한 자연친화적 디자인으로 꾸몄다. 또한 플라즈마 방식의 공기청정기와 공조기를 설치해 살균‧탈취는 물론 미세먼지를 90% 이상 제거하고 있다.  
편백나무 쉼터에 앉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다.
편백나무 쉼터에 앉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다. ⓒ윤혜숙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 있다. 편백나무 쉼터에 앉으니 피톤치드 향이 난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박테리아, 곰팡이,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살생 효능을 가진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런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잠시 앉아 있는데 숲속에 온 듯한 착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세먼지 프리존 곳곳에 쉼터가 있다.
미세먼지 프리존 곳곳에 쉼터가 있다. ⓒ윤혜숙

쉼터에 한창 앉아 있는 40대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우연히 지나가다 역삼 지하보도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마음껏 휴식을 취하면서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어 종종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여성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필자가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일부러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셔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철 역사의 쉼터도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막아놓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세먼지 프리존이 지상, 지하 곳곳에 조성되어서 행인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평소 운동 삼아 걷기를 일상화하는 필자에겐 강남구에 가면 곳곳에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어서 반갑다. 특히 미세먼지계절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는 3월은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난 이곳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으니 이 또한 행인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반갑다, 미세먼지 프리존~~"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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