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여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떠난 봄소풍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1.03.18. 10:25

수정일 2021.03.18. 13:44

조회 254

얼마 전 ‘서울로7017’을 걷다가 눈을 의심했다. 누가 봐도 개나리였다. 개나리 화분 3개 중 하나만 유독 활짝 피어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개나리네”하며 발길을 멈춘다. 봄꽃 하나에도 여러 사람의 시선과 발걸음이 멈추는 봄이다. 
봄꽃을 보고나니 더 고민이 깊어졌다. 계절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밀집 지역이 부담스럽고, 그래도 어디든 가고는 싶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고민을 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으로 발걸음을 정했다. 작년에도 박물관·미술관은 드문드문 열려 있었고 온라인으로 관련 콘텐츠를 송출했지만, 사실상 찾아와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거의 ‘문을 닫았다’고 기억하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 단계가 하향 조정된 이유도 있지만, 아직까지 박물관·미술관에서 코로나 관련 이슈가 없어 안전하게 순항 중이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온 부모, 연인, 나 홀로 관람객까지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전예약제(일부 현장접수), 온도체크, QR 확인은 기본이다. 상시 마스크 착용과 식음료 금지 등 입장 절차만 늘었을 뿐 현장을 즐기는 데는 예전과 다를 게 없다. 서울시 산하 문화·예술·체육기관 관련 모든 참여는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https://yeyak.seoul.go.kr)에서 가능하다. 

지난 토요일 오후, 미술관 앞엔 듬성듬성 관람객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차례대로 열 체크와 QR 체크인을 하고 안내데스크에서 브로슈어를 집어들고 1층부터 전시를 보기 시작했다. 1층에서는 ‘이불 - 시작 LEE BUL Beginning’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서울시 산하 문화·예술·체육기관 관련 각종 교육 및 체험 예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서울시 산하 문화·예술·체육기관 관련 각종 교육 및 체험 예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이 있는 3월에 열리는 세계적 작가 이불(1964~)의 전시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불은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가치관과 시선에 지배당하는 여성성’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다. 이번 기획전은 이불의 활동 초기인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한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에 관한 전시로, 기존 조각 전통을 탈피해 인체의 재현 방식을 실험하던 대학 시절의 작품 사진 기록과 미공개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 이불의 시작점과 당대의 시대감각을 돌이켜보고 누락된 해석과 사회 문화적 맥락의 고찰을 시도’라는 전시기획처럼 확실히 현재 그가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보다 더 파격적이고 낯선 익숙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다. 
로비에 놓인 '히드라'(1996/2021), 관객이 공기펌프를 밟아 바람을 불어 넣어야 풍선이 일으켜 세워지는 참여조각이다.
로비에 놓인 '히드라'(1996/2021), 관객이 공기펌프를 밟아 바람을 불어 넣어야 풍선이 일으켜 세워지는 참여조각이다. ⓒ박지영

로비에는 사방으로 성글게 놓인 펌프를 밟아 공기를 주입해서 완성하는 높이 약 1,000cm의 소프트 조각 ‘히드라’(1996/2021)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실1에서는 소프트 조각을, 전시실 2에서는 자신이 기획하고 실연한 1988년 ‘갈망’부터 1996년 ‘I need you(모뉴먼트)’까지 총 33회의 퍼포먼스 중 선별된 12개 퍼포먼스 기록 영상을 보여준다. 전시실 3에서는 앞서 소개한 주요 퍼포먼스들의 연계 자료들과 함께, 퍼포먼스가 소프트 조각 개념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재구성 되었다. 
현재 시립미술관에서는 4가지의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현재 시립미술관에서는 4가지의 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박지영

그 옆의 가나아트 컬렉션은 2001년 가나아트로부터 기증받은 1980-90년대 민중미술 및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 200점 중 당시 가정에서 규정된 여성의 역할, 혼란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 여성 억압에 대한 암시 등 그들이 일상에서 마주한 사회와 개인적 시선을 드러내는 작품을 보여준다. 여성의 날이 있는 3월이라 그런지 여성 관련 전시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코로나 이후 1년 넘게 도슨트 운영이 되지 않는 대신 도슨트 앱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 1년 넘게 도슨트 운영이 되지 않는 대신 도슨트 앱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2층과 3층에서 전시중인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로, 소장 작품 컬렉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전시다. 작가와 시민이 참여해 만든 ‘해킹-배움 프로젝트’, 전문 연구자를 초빙해 만든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 미술관 내부용 소장 작품 관리시스템을 전시장에 공개하는 ‘오픈-소장 작품 관리시스템 프로젝트’ 구성으로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바닥에 작품만큼 큰 설명판을 내려두고 작품 선정 이유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바닥에 작품만큼 큰 설명판을 내려두고 작품 선정 이유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박지영

전시 작품이 많아 하루에 다 둘러보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4개의 다른 맛을 지닌 전시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흥미로운 미술관 나들이임이 틀림없다. 이 봄, 주말마다 서울 시내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곳씩 다녀보는 건 어떨까? 대부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전시에 따라 약간의 체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편 다양한 교육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립미술관(sema.seoul.go.kr)에서 ‘시민큐레이터 양성교육’ 수강생도 3월12일(금)~21일(일)까지 모집 중이니 관심이 있는 시민은 참여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국적의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모집 인원은 150명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위치 :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 이용안내 : 화-금요일 10:00-20:00, 토·일·공휴일 10:00-19:00(동절기 18:00까지)/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19:00-22: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1월1일)
○ 홈페이지
○ 사전예약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온라인 접수, 일부 현장접수도 가능
○ 관람료: 무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 소개

○ <이불-시작>: 2021. 3. 2. ~ 5. 16. / 서소문본관 1층
○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 2021. 1. 26. ~ 4. 11. / 서소문본관 2, 3층
○ <가나아트 컬렉션 기획상설전 : 허스토리 리뷰>: 2020. 7. 22. ~ 연중 상설 / 서소문본관 2층 상설전시실
○ <천경자 상설전 :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연중 상설/서소문본관 2층 상설전시실
○ 문의: 02-2124-8868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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