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도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생겼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3.09. 15:03

수정일 2022.02.07. 16:30

조회 4,939

중구, 주택가 청소·안전 담당하는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서울시에서 첫 선

아파트에 거주하는 필자는 집안에 난방이나 수도 등 문제가 생길 때면 주저하지 않고 관리사무소로 연락한다. 그러면 기사가 방문해서 집안 곳곳 고장난 곳을 수리해준다. 어릴 적 주택에 살았을 때는 모든 문제를 부모가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어른이 해결하지 못하면 주변에 수소문해서 전문가에게 연락을 취하곤 했다. 아파트에서 지낸 지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때문에라도 주택으로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동네는 주택에 살아도 그동안 아파트에서 누리던 편의시설을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서울시 중구 다산동이다. 
서울시 중구 다산동주민센터 3층에 우리동네 관리사무소가 있다.
서울시 중구 다산동주민센터 3층에 우리동네 관리사무소가 있다. ⓒ윤혜숙

지난 2월 5일 중구 다산동주민센터 3층에 우리동네 관리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아침 일찍 관리사무소에 도착하니 마을클린코디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나와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동네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본인이 거주하는 동네 곳곳을 샅샅이 알고 있다.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골목길 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골목길 정화에 나서고 있다. ⓒ윤혜숙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조끼를 입고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든 직원들을 따라 관리사무소를 나섰다. 골목을 다니면서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중간에 분리수거함이 보이면 잘못 투입된 쓰레기를 찾아내어 재분류한다. 그분들이 골목길을 오간 뒤론 골목길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띄질 않는다. 골목길이 깨끗하고 쾌적하게 바뀌었다. 
골목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골목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윤혜숙

우리동네 관리사무소는 골목길 청소, 쓰레기 배출, 안전, 택배 보관 등 아파트 관리소처럼 동네를 책임지고 관리한다. 중구 다산동은 노후화된 주택이 많지만 아파트처럼 별도의 관리사무소가 없어서 주민들이 불편을 감내한 채 지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주택을 다 허물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을 순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파트의 편의시설인 관리사무소를 주택가에 도입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마침내 중구가 현실화하기에 이르렀다.
전봇대에 붙은 홍보전단지를 떼어내고 있다.
전봇대에 붙은 홍보전단지를 떼어내고 있다. ⓒ윤혜숙

다산동 관리사무소가 문을 연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났다. 아직 관리사무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동네 주민들이 많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예전과 달리 주민들의 주민센터 방문이 드물다. 지금까지 중구청 및 주민센터 누리집 게시판, 주민 SNS, 홍보용 전단 등을 통해 관리사무소의 개소 소식 및 근황을 알리고 있다. 가끔 "우리 동네가 깨끗해졌다"면서 골목길을 청소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다가와서 질문을 건네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고 점차 동네 주민들에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폐건전지통에서 건전지가 아닌 쓰레기를 꺼내고 있다.
폐건전지통에서 건전지가 아닌 쓰레기를 꺼내고 있다. ⓒ윤혜숙

우리동네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려면 먼저 주민의 생활 편의를 지원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 다산동 주민센터 3층 다산마루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쉼터와 카페가 있었다. 이곳에 관리사무소를 마련했다. 운영지원팀장이 상주하면서 현장 근로자 통합관리를 통해 쓰레기 배출 관리, 야간 순찰, 생활 방역, 등하굣길 안전, 택배 보관, 간단한 집수리, 물품 공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3분 내 도착, 3분 내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주민자치 활동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지원팀장과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 중이다.
운영지원팀장과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 중이다. ⓒ윤혜숙

다산마루는 폴딩도어를 열면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이 곳은 주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서 동네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월 1회 관리사무소 활성화를 위한 운영위원회도 개최한다. 이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원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수요 조사를 통해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내 폴딩도어를 열면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내 폴딩도어를 열면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윤혜숙

특히 중구는 우리동네 관리사무소를 통해 동별로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성곽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경사진 길이어서 오르락내리락하기 불편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다산동 관리사무소는 ‘찾아가는 세탁특공대’를 시행하고 있다. 저소득층 약 500가구를 대상으로 침구류를 수거해서 세탁한 뒤 배송하는 서비스다. 관내 12곳의 세탁소 중 7곳이 참여하고 있다. 무료는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가고 반납할 수 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가고 반납할 수 있다. ⓒ윤혜숙

또한 ‘슬기로운 공유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가지 물품을 공유하고 있다. '알뜰신박 공유 상자'를 마련해서 장난감, 도서 등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웃과 나눌 수 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무료로 빌려주고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다산동 공유 우산'도 있다. 
공구 대여함이 있어서 필요한 공구를 빌려갈 수 있다.
공구 대여함이 있어서 필요한 공구를 빌려갈 수 있다. ⓒ윤혜숙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입구에 설치한 '보이는 공구 대여함'에는 전동드릴, 공구 세트, 사다리 등 가정에서 필요하지만, 구매·보관하기 어려운 생활 공구를 대여하고 있다. 유튜브 촬영 장비를 대여하거나 자전거 거치대 등이 있는 장소에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비치해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다산동 골목길이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졌다.
다산동 골목길이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졌다. ⓒ윤혜숙

서울시 중구가 주도하는 이번 사업은 지난 2월 2일 회현동을 첫 시작으로, 지난 2월 5일까지 장충동, 광희동, 다산동에 순차적으로 관리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3~4월에는 상업 인구 비율이 높은 을지로, 소공동, 명동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동에도 관리사무소가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중구의 지역적 특성상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아파트 외 거주 비율이 60%에 달하고 있다. 

우리동네 상관리사무소에는 총 15명 안팎의 인원이 근무한다. 근무자는 모두 지역 주민으로 채용하며 시급 1만 원을 상회하는 임금을 받는다. 이를 통해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다산동주민센터 3층에 우리동네관리사무소가 있다.
다산동주민센터 3층에 우리동네관리사무소가 있다. ⓒ다산동 주민센터

중구 우리동네 관리사무소와 같은 주민 편의시설이 주택가가 밀집한 동네 곳곳에 생겨난다면 굳이 아파트 생활을 고수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참에 주택으로 이사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동네 관리사무소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편의시설이 중구를 넘어서 전 자치구로 확산한다면 노후화된 주택가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다산동주민센터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15길 50 다산동주민센터 3층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 가는법: 약수역 8번 출구에서 220m
○ 운영시간 : 평일 09:00 - 18:00
○ 홈페이지
○ 문의 : 02-3396-8357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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