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알고 보면 더 새롭다

시민기자 김혜민

발행일 2021.03.04. 14:08

수정일 2021.03.04. 14:33

조회 8,495

명동성당 건너편에 자리한 건물 3층에서 바라본 명동성당
명동성당 건너편에 자리한 건물 3층에서 바라본 명동성당 ⓒ김혜민

4호선 명동역에서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 일자로 쭉 뻗은 길을 명동거리라 일컫는다. 명동거리를 거닐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발길을 돌린다.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더 밝은 빛이 내리쬐는 명동성당은 '밝은 동네(明洞)'라는 뜻을 지닌 명동에서도 단연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맞은편 건물 3층으로 올라가 한 발짝 떨어져 명동성당을 바라본다. 오래 전 명동성당 일대는 늘 공사 중이었는데 제법 말끔한 모습을 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오르며 바라본 명동성당
언덕을 오르며 바라본 명동성당 ⓒ김혜민

복잡한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주변 도시의 높은 건물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을 둘러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붉은 벽돌과 먹빛 별돌의 대조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뾰족한 첨탑은 하늘을 찌를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 높은 건물에 뒤지지 않는 높이다. 성당은 진입로에서 13m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종탑의 높이는 45m다. 왜 하필 언덕에 성당을 지었을까.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 건물과 견주어 보아도 뒤지지 않는 명동성당의 높이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 건물과 견줘 보아도 뒤지지 않는 명동성당의 높이 ⓒ김혜민

명례방이라 불렸던 곳에 자리한 명동성당

명동성당이 있던 이 언덕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김범우 토마스의 집터다. 김범우의 본가에 신앙공동체인 '명례방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조선시대 땐 이 근방을 '명례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명동이라는 이름도 명례방의 '명'자를 딴 것이라고 하니 이곳이 이 일대에선 꽤나 유명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즉 명동성당이 있는 이 자리는 천주교가 유입된 이후 신도들의 신앙공동체(명례방 공동체)가 형성된 곳일 뿐만 아니라, 이승훈이 세례를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이 천주교를 종교로 인정하면서 이곳에 현재의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동성당 뒤편은 정면과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명동성당 뒤편은 정면과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김혜민
오래된 성당의 멋
오래된 성당의 멋 ⓒ김혜민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어진 대규모 고딕 양식의 천주교 성당이자 한국 최초의 본당이라 부른다. 또한 명동성당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80년대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붉은 벽돌과 먹빛 벽돌의 대조가 조화를 이루고 아치형의 창문이 정겹게 이어진다. 이 성당은 전주 전동성당, 대구 계산성당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1898년에 설계한 성당이다. 유서 깊은 유적지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사적 제258호에 지정되기도 했다. 
명동성당 뒤에 빼꼼 보이는 건물은 남산타워다.
명동성당 뒤에 빼꼼 보이는 건물은 남산타워다. ⓒ김혜민
명동성당은 1845년 귀국한 김대건 신부가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명동성당은 1845년 귀국한 김대건 신부가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김혜민
명동성당 종탑에 달린 시계탑
명동성당 종탑에 달린 시계탑 ⓒ김혜민

그저 아무 지식 없이 받아들여도 좋지만, 역시나 알고 보면 더 새롭게 보이는 법이다. 고개를 들어 종탑 시계탑을 바라본다. 째깍째각 시간은 잘만 흐른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모습이다. 이제 지하성당으로 들어간다.
지하성당
지하성당 ⓒ김혜민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괜히 마음을 담아 기도하고 싶을 때. 그럴 때 잠시 도시를 잊고 이곳에서 위로를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알고 가면 더 좋겠다. 그만큼 보이는 것도 다를테니!

■ 명동대성당

○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 (명동2가)
○ 가는법: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 3호선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 4호선 명도역 5,8번 출구
○ 홈페이지
○ 문의: 02-774-1784

시민기자 김혜민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여행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인 유튜버 여행작가 봄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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