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4천만 원인데 결혼해 주겠니?`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08.28. 00:00

수정일 2015.11.20. 21:06

조회 8,055

[서울톡톡]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는 시민에게 활짝 열린 공간, '시민청'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언제나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다. 그러나 '투어'가 아닌 목적으로 시민청을 찾는 시민들이 있었으니, 이현정 시민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꿈, 희망, 도전이 있는 소박한 삶을 만나보자.

청년들에게 결혼을 허하라~

"결혼하고 싶은 이 때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거죠. 원칙을 가지고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시민청이 함께한 2차 예비부부교육에서 만난 박상훈 씨는 열띤 강의 중이었다. 재무관리전문가 박상훈 씨는 '돈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상담팀장으로 SBS '자기야'에 출연, 가정경제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가정경제 애정남'으로 불리고 있다. 재무 관리 상담은 물론이고, 서울복지재단 금융교육, 인구보건협회 결혼예비학교 등 기업·공공기관에서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이날 예비부부교육에서는 종자돈 없이 결혼 적령기에 이른 커플과 머리를 맞대고 가정 경제를 설계하고 결혼에 이른 상담 사례도 들려주었다. 그리고 달동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신혼 얘기도 스스럼없이 들려주었다.

"제가 제 아내에게 했던 프로포즈는 '나, 마이너스 4천인데, 결혼해 줄 수 있겠니?'였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상훈아 괜찮아, 내 차 팔고 내 적금 털어서, 너 내가 미래 사 줄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꿈이 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이들은 서로가 꿈이 되어, 남편은 재무관리전문가로 아내는 '서로가꿈'이라는 가족 기업 출판사 대표로 두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진정한 연애 · 투자 고수들은 가치를 봅니다. 그 사람의 태도를 바라봅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태도. 어렵지만 힘들지만 나의 비전과 삶에 대한 태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담배 끊고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해나가는 남자 친구 · 여자 친구의 모습들이 서로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저는 그 부분을 높이 살 수 있는 청춘들이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N자 모양으로 서로 비전을 채워나가는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상훈 씨는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서로가 꿈이 되어 극복했던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결혼? 결혼자금총액제로 함께, 커플재무대화 5원칙으로 갈등없이~

"청년들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 막연한 기대감이 반반인 거 같아요. '될까,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이런 얘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잘 되겠지 뭐, 연봉 괜찮고 부모님 도와주시겠지' 하는 얘길하죠. 그런 막연한 불안감 · 기대감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 목표를 가지고 남편이 버는 소득에서라도 저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자는 게 포인트입니다."

빚내서 집 장만 · 혼수 장만해야하는, 그야말로 부채를 부채질하는 사회에서 박상훈 씨는 '결혼자금 총액제'를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서로 합한 총액 안에서 우선 순위를 나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세금 70%정도, 예단에 결혼식 · 신혼여행까지 포함해서 20%정도, 나머지 10%는 주거와 관련된 부대비용. 7대 2대 1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힘을 합쳐서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박상훈 씨는 지난 7년 동안 재무 상담을 하다 보니 '돈은 자석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보이지 않는 문제를 끄집어 내는 자석,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예외는 아니란 얘기다. 이에 박상훈 씨는 갈등없이 결혼에 이르는'커플 재무대화 5원칙'도 제시하고 있다. '결혼에 보태는 돈이 많다고 내가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마라, 배우자의 재정 상황이 어려울수록 상대의 마음을 읽어라, 저금리 회사 대출이나 저소득 근로자 혼례비 대출 등을 적극 활용하라, 결혼에 필요한 총액을 결정하고 그 금액 안에서 지출 항목과 우선순위를 정하라, 결혼 준비는 둘이 주체가 되고 서로 대변인이 되어라.' 커플 재무대화 5원칙을 한 목소리를 읽는 예비부부들의 모습을 보니 서로가 꿈인 부부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선 듯 느껴진다.

"부모님이 도와주신다면 감사하게 받을 수 있겠지만, 또 하나의 물음을 갖자는 거죠. 그럼 부모님은? 국민연금이나 주택연금은 쓸 수 있는지, 현재 얼마 정도 소득을 버시고, 생활비는 얼마나 드는지 그런 것을 물어보자는 거예요. 주시는 부모님들 대부분 현금 5천이나 1억이 채 안되거든요. 이래저래 빚 좀 얻고 담보 대출받아 주는 건데, 그러지 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이 행복한 계획을 세우자는 거죠."

돈 걱정없는 결혼, 이렇게 시작하자

결혼자금에 70%가 적당하다는 보금자리 마련, 가능한 일일까?

"기준과 원칙을 정하면 답이 보입니다. 일단, 금액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죠."

금액을 정한 후 큰 지역 안에서 찾아보라는 얘기다. 지역적인 판단 기준은 임대주택 등을 고려해서 무주택 세대주 기간을 염두에 두고 살았던 권역에서 되도록이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판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부득이하게 대출을 할 경우, 그 금액은 전세값의 30%까지, 남편 소득의 20%까지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선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돈 걱정없는 결혼의 시작이 아닐까?

박상훈 씨는 여느 재무설계사들과 달리, 종자돈을 모아 불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검소함이 자산이라는 얘기와 함께, 최소한의 저축을 얘기한다.

"버는 만큼은 쓸 수도 있죠. 그런데 최소한 버는 만큼은 저축하자는 겁니다. 이백만 원을 번다면, 오십만 원, 백만 원이라도 자녀 학자금 · 노후자금 등을 준비하고, 저축하자는 거죠. 무리하게 억지로 하자는 게 아니고.... 계속 버는 만큼은 저축하면, 버는 만큼 써도 저축하면 했던 만큼은 남는 거겠죠?"

박상훈 씨는 돈 걱정 없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먼저, 월급날 통장을 제로로 만들고, 저축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것을 권한다. 통장을 월급통장과 별개로 순수 저축 통장, 명절 · 휴가 등 비정기적인 지출에 대비한 비정기 통장, 생활비 통장, 용돈 통장 등 4개로 쪼개 나눠두라는 것. 이렇게 하면 가계부 안 써도 돈 관리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효율적이란 얘기다. 아울러 시간적, 금융적, 제도적 '기회비용'을 놓치지 않도록 우선 순위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한다. 건강한 가정경제를 꾸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월 적립식으로 매월 버는 소득을 저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날 강의에서는 신혼부부 우선공급 임대주택의 종류와 같이 실속 정보도 알려주었다. 강의 내내 꼼꼼하게 필기를 하며 집중해서 듣는 예비부부들의 모습을 보니, 오늘날 청춘의 고민들이 새삼 정리되는 느낌이다. '기쁘게 일하고 마땅히 저축하며 준비된 만큼 누려가는 행복한 삶' 그렇게 건강한 마음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박상훈 씨의 이야기를 가만히 되새겨 보았다. 이날 예비부부교실에 참가한 커플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착하고 쿨한 결혼의 좋은 모델들을 만들어나가게 되길 기대해본다.

■ 서울시 예비부부교육
건강가정지원센터·시민청과 함께 한 예비부부교육은 '결혼 전·후 알아야 할 재무관리를 통해 현명한 결혼비용준비와 가정경제 운영 방법,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적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의사소통과 갈등해결방법, 남녀의 성차와 올바른 성지식 전달' 등 3가지 주제별 전문가들의 강연으로 구성된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3강 모두 수료한 수료자에게는 서울시장 명의 교육 수료증이 발급된다.
교육 안내 및 신청은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교육지원팀 (02-318-8168, sfamilyc@hanmail.net)나 서울시민청 홈페이지(www.seoulcitizenshall.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비부부교육은 가까운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family.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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