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 못 이루는 왕을 만나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양준희

발행일 2012.07.11. 00:00

수정일 2012.07.11. 00:00

조회 4,743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덕수궁은 서울의 고궁 가운데 유일하게 상설 야간개장(월요일 휴무)을 하고 있다. 개장 시간이 밤 9시까지로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낮 시간에 볼 수 없는 궁궐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메리트를 선사해 준다. 낮에 보는 고궁과 달리 밤에 보는 고궁은 빛의 미학이라 할만큼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고 있으며 빌딩숲에 둘러싸인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가히 비경에 견줄만 하다.

최근 서대문 인근으로 이사 온 권수현(34) 씨는 "밤에 보는 덕수궁은 산책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벤치에 앉아 빛의 파노라마를 보노라면 한옥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덕수궁 야간 개장의 이유 중 하나가 궁이 가진 스케일과 단청의 화려함이 아닌 고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건물의 미학을 돋보이게 하는데 있어서 간접 조명만큼 훌륭한 수단이 없고 한옥이 가진 복합적인 매력을 한꺼풀 벗겨 보여줄 수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한옥의 특징과 장점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에 발 맞춰 덕수궁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야간 상설 공연을 시도, 시민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월 20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덕수궁 정관헌(靜觀軒)에서 열리는 '천하명인 덕수궁 풍류'가 바로 그것인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고궁의 밤을 통해 우리의 소리와 춤을 즐긴다'는 취지 아래 한국문화재보호재단(단장 이세섭)이 개최하고 있다.

고궁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음악과 춤을 소개해 시민들에게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통해 야간 고궁의 멋을 자연스레 선뵈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얻는 셈이다.

나아가 더 이상 보기만 하는 문화재로써의 궁궐이 아닌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옛 선조들의 국악을 다시금 접하며 우리문화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시도라는 평이다. 더욱이 정관헌이 대한제국 시절 고종 황제가 연회와 다과를 베풀었던 공간임을 감안한다면 한껏 운치를 더 할 수 있다

석조전과 미술관 역시 덕수궁의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분수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트인 잔디밭은 그 옛날 고종임금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거닐던 곳으로,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잠시 머물러 가는 것도 좋다. 과거 왕들은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차림으로 남몰래 밤거리에 나서곤 했다. 한적한 밤에 이곳을 거닐고 있는 내 자신이 마치 미복잠행 중인 임금 같다는 '착각'도 잠시 해보았다.

공연은 거문고와 해금 산조 등의 전통악기 연주와 판소리, 경기민요는 물론 살풀이, 처용무 등 중요 무형문화재 종목의 소리와 춤들로 구성된다. 매회 공연에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보유자, 전수조교 및 이수자) 들이 직접 참가한다. 공연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덕수궁 입장료(성인 1,000원)만으로 관람할 수 있다.

덕수궁 행사 안내 
 · 기간 : 5월 10일 ~ 9월 20일 19:00~20:00 
 · 장소 : 덕수궁 정관헌 
 · 내용 : 궁궐 야간 전통예술공연
 · 관람료 : 무료(덕수궁 입장료는 1,000원)
 · 문의 : 02-3011-2155/2158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덕수궁 #고궁 #고공야간개장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