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으로 얻은 수익, 복지로 나눠요!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1.10.28. 00:00

수정일 2011.10.28. 00:00

조회 2,402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 운영진들

지역주민에게 받은 생활용품, 폐식용유로 만든 친환경 비누 판매해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남들이 버린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마을기업이 있다. 이 기특한 기업은 바로 송파구 거여1동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대표 유효순)’로 운영을 시작한 지 이제 갓 한 달이지만, 1천 1백만원이 넘는 판매 실적과 150여만 원의 순수익금을 냈다. 지역 주민들에게서 기증 받은 옷과 생활용품은 물론 폐식용유까지 수거해 깨끗한 옷, 친환경 세탁비누로 만들어내는 '나누기와 보태기'를 찾아가 버려진 것을 재발견하는 의미 있는 삶을 직접 만나봤다.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는 송파구 거여1동 영풍초등학교와 뒤쪽 담장을 함께 쓰고 있었으며 앞쪽으론 거여 근린공원이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원래 주차장 한 쪽에 있었던 재활용 수집장이었다.

“예전에는 해당 구청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느라 재활용 수집장이 필요했지만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면서 목적을 잃은 이곳은, 양철 담장때문에 어두침침한 동네의 흉물이 되어갔습니다. 말끔하게 정리가 되길 고민하던 중 정부 지원금으로 공간 활용과 자원 활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으로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의류와 생활용품을 깨끗하게 다시 손질해 판매하고 폐식용유를 수거해 빨래 비누로 만들어 판매하는 폐자원재활용 매장을 만들게 되면서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가 탄생한 셈이죠.”

송파구청 일자리담당관 유용기 과장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사업을 심사숙고하기 시작한 이종성 거여1동장은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고민했던 주민자치위원회에 동의를 구했고 수차례의 회의 끝에 자치위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마을을 위하는 일인 만큼 유효순 주민자치위원장을 중심으로 10명의 주민자치위원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

행정안전부의 지원금 3천만 원으로 기존의 재활용수집장 골조에 샌드위치 패널을 얹어 리모델링을 시작해, 창고를 포함한 20여 평의 친환경 녹색사업을 펼칠 수 있는 깔끔한 매장이 탄생했다. 구청 소식지와 동 소식지를 통해 마을기업의 취지를 알렸고 지역 주민들에게 물건을 기증 받기 시작했다. 거여·마천지역 어디서고 연락이 오면 김달수 위원과 최현복 위원 등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가 물건을 수거해 왔고, 쓸 만한 의류는 새마을부녀회 회원 중 세탁소를 운영하는 회원이 세탁과 다림질을 도맡아 깔끔한 옷으로 재탄생시켰다. 마을기업 추진단은 10명이었지만 거여1동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의 각 직능단체에서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섰고, 주민들 서로가 홍보에도 앞장섰다. 매장에 옷이 하나씩 걸리기 시작했고 5백원에서 5천원의 가격이 품목별로 책정되면서 지난 9월 23일 매장 문을 열었다.

재활용품 및 웰빙 먹을거리 매장(좌), 폐식용유로 친환경 비누 만들기(우)

또한 폐식용유를 이용해 세탁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는 아이템도 마을기업의 주요 아이템이 됐다.

“폐식용유와 가성소다, 그리고 물을 섞어 세탁비누를 만듭니다. 약 20년 동안 폐식용유만 있으면 만들었어요. 처음 시작은 한강물을 맑게 한다는 취지로 폐식용유를 그냥 물에 흘려보내지 말고 수거해 세탁비누를 만들어 사용한 것에서부터입니다. 싼 가격에 판매도 하곤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나이 드신 할머니들은 꼭 이 폐식용유로 만든 세탁비누만 찾아요. 때가 잘 지워지거든요.”

때마침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 매장 앞마당에서 최현복위원은 폐식용유를 이용해 세탁비누 만들고 있었다. 바람 좋은 가을날이 비누를 만들어 굳히기에 제격이라 서둘러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여름이 제일 만들기가 어렵고 봄, 가을, 겨울에 많이 만들어 판매할 계획인데 그것도 요즘은 수월하지 않다고 했다. 옛날에는 그냥 버리거나 치워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요즘은 폐식용유가 사료화 되기 때문에 돈을 주고 구입해 가는 곳이 많아, 지역 내 치킨집이나 빵집 30~50여 곳에 부탁을 해 놓아도 폐식용유를 무료로 주는 곳은 서너 곳 정도라고 한다. 세탁비누를 만들려면 이제는 폐식용유를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실정. 얼마 전 마을 바자회에서 폐식용유로 만든 세탁비누 3장을 2천원에 판매했었는데 이제는 개당 천원은 받아야 이익이 좀 남는다고 한다.

나누기와 보태기 매장에는 재활용품뿐 아니라 웰빙 먹을거리도 눈에 띄었다. 구 자매도시와 동 자매도시인 서산시 음암면의 유기농 농산물이 직거래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고, 서산에서 나지 않는 새우젓, 멸치젓 등 젓갈은 울산에서, 고추장과 된장 등은 홍천 장류체험마을에서, 햅쌀은 보령농협에서 공수되어 최소한의 마진으로 ‘나누기와 보태기’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장 운영은 10명의 위원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뤄 하루씩 교대로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야죠. 앉아만 있으면 안 돼요. 이곳저곳 다니면서 홍보를 열심히 해야 의류 수거와 폐식용유 수거가 수월해집니다. 거여 1동에서 40년 동안 산 인맥을 총 동원해서 홍보와 판촉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런 매장이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어요. 정부 지원금 3천만 원에 준하는 이익이 날 때까지 운영위원 모두가 자원봉사 할 생각입니다. 댓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효순 대표의 각오는 남달랐다. 더불어 이제 막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또 다른 계획을 펼쳐 놓는다.

“송파구 26개동 중 거여 마천지역에는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144세대를 위해 수익금을 쓸 예정입니다. 아마 12월에 수익 나눔이 진행될 겁니다. 조금 더 많은 나눔을 위해선 이익 창출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의 어려운 이들의 일자리도 고려하고 있어요. 12월엔 파트타임으로 2명 정도 고용할 계획입니다.”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에 산재한 각종 특화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 스스로가 주도하는 경제 활동을 통해 안정된 소득과 수익 창출,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 공급 등 자생력을 갖춘 경제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마을의 복지와 일자리 등 마을의 문제를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해결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치 활성화를 이뤄가는 것이다. 걸음마를 떼고 있는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 는 이런 마을기업의 기본적인 취지와 기대 효과를 만족스럽게 충족시켜나가고 있었다. 마을이 키우고, 마을 속에 건강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마을기업 ‘나누기와 보태기’ 가 의미 있는 이유이다.

문의 : 의류 수거 및 폐식용유 무료 수거 ☎ 02) 443-1515(원거리일 경우 착불 택배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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