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사위의 서울 처가살이
발행일 201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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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이은숙 씨에게) 남편 앨란 그레고리 씨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남편의 전공은 와인사이언스(Bachelor of Wine Science)이다. 뉴질랜드의 배비치와인이란 회사에서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assistant winemaker)'로서 한창 일을 할 때였다. 당시 24세의 나이에 큰 회사에서 그런 직함을 가졌다는 것은 대단히 우러러볼 일이었다. 특히 화학공학을 전공하였으나 와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려고 현지의 대학교에서 1년 과정의 '포스트 그레듀에이트(post-graduate)' 과정을 밟고서 이 회사에 운좋게도 취직한 나로서는 말이다. 실험실 연구원 이은숙과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 앨란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편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2년 전부터는 같은 회사 내 해외 수출업무를 해왔다. 국내 굴지의 주류회사 수출도 앨란의 손을 통해 이루어졌다. 물론 남편은 현재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적당한 직업을 찾기가 어려웠다.
- 그런데 지금 서울에 머무르게 된 배경은?
뉴질랜드 시부모님은 뉴질랜드에서도 아주 아름답고 살기 좋은 타카푸나라는 동네에서 편안하게 지내신다. 두 분 모두 한국 며느리를 무척 사랑하고 아껴주신다. 아버님은 심지어 두 사람이 약혼한 후 뉴질랜드에서 한국어학교를 다니실 정도였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한국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산 지 어언 7년이나 되었고, 언니도 홍콩 사람과 결혼하여 지금 뉴질랜드에서 조카를 키우며 살고 있어 서울 친정집에는 부모님만 계셨다. 아기나 나에게도 한국에 들어와 사는 것이 정서적으로 훨씬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기분을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이 과감히 사표를 쓰고 한국행을 추진했다. 서울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를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것이니까.
- 요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구체적인 지원정책도 다양하게 펴고 있는데 뉴질랜드는 어떤가?
뉴질랜드에는 한국과 같은 관심이나 정책은 없다. 왜냐하면 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뉴질랜드는 이미 모든 인종들이 다 같이 섞여서 사는 '다문화국가(muti-nation)'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뉴질랜드 사람이 한국인과 결혼을 한 경우는 그리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등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주변에 있는 피지, 통가, 라라통가, 타히티 등의 못사는 나라에 많은 특혜를 주어 많은 섬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이민을 와서 산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섬사람들과 뉴질랜드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문화가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저 뉴질랜드의 보통의 가정이다.
- (남편 앨란 씨에게) 한국가정 풍습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점은? 불편한 점도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
우선 한국 가족의 구성과 풍습을 존경한다. 한국에서는 나이든 사람을 공경하고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서양,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부모님들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빨리 가정에서 독립하려고 한다. 자유와 독립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모들의 의견에 많이 따르는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는 시부모님과의 관계도 매우 평등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사나 예절을 비롯하여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때때로 복종적이고 형식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 고향에서 혹시 다녀간 친지들이 있는가? 만약 방문했다면 어디를 안내했는가?솔직히 뉴질랜드에서 한국은 인기 여행지는 아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휴가 때 가까운 호주나 피지와 같은 곳을 여행한다. 하지만 2년 전 여름에 부모님과 함께 한국을 이미 방문하였다. 서울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선유도, 광화문, 경복궁, 인사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가보았고, 양가 부모님과 함께 한 달 남짓 설악산, 경주 불국사, 부산 해운대, 거제도에 있는 삼성 중공업과 외도,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여러 곳을 방문하였다. 그 중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DMZ를 방문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분단이라는 단어와 현실이 매일의 생활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한 민족의 분단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척 색다른 것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실감나게 했다.
- 한국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은? 다문화가정이어서 좋은 점, 그리고 불편하거나 염려되는 점은 없는가?
갈비, 특히 막걸리와 함께 먹는 갈비를 좋아한다. 갈비를 먹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서양에서는 요리가 된 음식을 접시에 가지고 나오는 반면, 한국에서는 갈비나 삼겹살 같은 고기를 바로 앞에서 구워 먹기 때문이다. 또한 청국장을 꼭 배우고 싶다. 처음엔 맛과 냄새가 어색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막걸리도 만들어 보고 싶다. 와인도 막걸리처럼 발효에 의해 생성되는 술의 한 종류이므로 집에서도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천성적으로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불편하고 어려운 부분은 있을 수 있다. 다문화가정에 살기 때문에 오해나 불편한 점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문화와 생활에 반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처가 가족과 한국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장모님의 희생적인 사랑으로 날마다 감동이다. 한국의 어머니는 정말 강하고, 사랑이 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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