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번째 서울 방문인데, 그래도 새롭네요

admin

발행일 2010.08.02. 00:00

수정일 2010.08.02. 00:00

조회 3,935

더위가 막바지로 치닫던 중복 전날, [Maniac Seoul - 후루야 마사유키 & 야기 사키의 서울 욕심쟁이 산보]라는 제목의 서울가이드북 제작을 위하여 취재차 서울에 온 일본 방송인 야기 사키 씨를 만났다. 2001년에 마이니치 방송(每日放送, MBS)에 입사한 그녀는 현재 뉴스 프로와 가벼운 잡담을 곁들이면서 한국말을 배우는 라디오 프로그램 '좋아요! 한국'의 진행을 맡고 있는 아나운서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이들은 야기 사키 씨에게 여러 번 놀라고 말았는데, 첫째 유머감각까지 완벽하게 겸비하며 좌중을 휘어잡는 완벽한 한국어 실력, 둘째 서울에 사는 이들보다 더욱 속속들이 서울에 관해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이란 도시에 관한 속깊은 애정 때문이었다.



- 서울에 맨 처음 오셨던 건 언제였습니까?

1987년부터 89년까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서울 대치동에 살았어요. 그 때는 서울에 일본사람이 별로 없어서 우리 가족은 좀 긴장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금방 우리를 받아들여주고 친절히 대해줘서 친해졌지요. 엄마는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시고 이웃들에게 일본요리를 가르쳐주고는 하셨습니다. 참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 그럼 이번이 몇 번째 서울 방문이신지요?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일본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2003년부터 욘사마와 더불어 한류열풍이 불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지요. 그 때부터 제가 취재를 오기 시작한 것이 이번이 85번째 방문입니다(모두 놀람).

- 그 때 서울과 지금의 서울을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서 올 때마다 달라져 있어요(웃음). 3개월만 안 오면 서울은 다른 도시가 되어 버려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변화라면, 한국 사람들이 시간을 잘 지키게 되었고요(웃음). 가격정찰제 같은 '룰'이 많이 생겼고, 지하철, 버스도착시간 표시판 등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렸을 적에 느꼈던,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이 줄어들어 아쉽습니다.

- 이번 방문은 서울여행가이드북을 집필하기 위한 취재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에는 이미 많은 가이드북이 나와 있을 텐데 또 출판하시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요?

기존의 것은 모두 정보가 비슷합니다. 우리는 서울의 명소를 도보로 돌아볼 수 있는 12개 존(zone)으로 구분하여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할 겁니다.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아닌,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즐겨먹는 음식, 싸고 맛있는 식당 등 서울에 20번 이상 온 일본사람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작 서울 사람들은 너무 생활에 밀접하여 정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 거기에 그것이 늘 있었으므로 별로 관심도 없는 것들을 일본사람의 시선으로 찾아서 보여주는 거죠. 예를 들면 때밀이와 찜질방처럼요. 이 책의 메인 타겟은 여성입니다. 여행은 아무래도 여성들이 주도하여 주위사람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국사람이 만든 지도의 일본어를 보면 약간 이상한 곳이 있을 때가 있는데, 일본사람이 쓴 표기가 일본사람에겐 친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1월에 2만부 발행할 예정입니다. 관광회사, 대학교 등을 통하여 무료로 배포할 겁니다.

- 서울에 많이 오셨고, 가이드북까지 쓰실 정도니 개인적으로 추천 장소나 음식도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효자동이 참 매력 있습니다. 길은 미로(迷路)인데 어느 길을 가도 아름다워요. 한옥에 유럽식 인테리어를 한 레스토랑, 한국식 채소를 곁들인 이태리 요리 등 친구를 데리고 가고 싶은 곳들이 많습니다. 요리는 추천할 게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감자탕과 콩국수를 좋아합니다. 2,3일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한국요리를 먹고 가면 아주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요. 한국음식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좋구요(웃음).

- 서울에 왔다가 돌아갈 때 친구나 동료들을 위해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가기도 하시나요?

지난번에 왔을 때 새로 나온 껌을 사 갔는데 인기였어요. 그 껌은 일반적인 껌의 원료인 화학물질 대신에 자연 치클(chicle)을 사용하였고 인공향신료, 색소, 설탕을 쓰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제품을 사려면 친환경 숍을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데 서울에는 어디에나 있어요. 또 하나는 제가 실내화 대용으로 선물하는 것인데, 전통적인 스타일의 덧버선입니다. 참 예쁘기도 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라서 일본사람들이 좋아하지요. 한방화장품과 팩도 아주 인기 있는 선물입니다.

- 당신의 고향인 오사카는 서울과 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을 텐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울사람과 오사카사람은 많이 닮았습니다. 도쿄사람들은 조용하고 쿨(cool)하고 양보를 잘 하는 반면에 오사카사람은 바쁘면 옆 사람을 막 밀치고 가고 말도 빨라집니다(웃음). 다른 점은 서울사람이 음식,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고, 미용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더운데도 뜨거운 닭을 먹는 것 보면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 같아서 존경심이 생겨요(웃음).

- 그래도 서울에 오면 불편한 점도 있으시죠?

차가 잘 빠지지 않아 불편하고, 간판 읽기가 어려워요. 요새는 영어로 표시된 곳이 많아지긴 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글 간판은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많습니다.

- 서울이 보다 더 글로벌화된 도시가 되기 위해서 한마디 의견을 말해 주신다면요?

간판 정도만 영어로라도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요즘 모두 '글로벌'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서울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기자/윤혜영
unhy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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