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한 수 두러 왔어요

admin

발행일 2010.04.07. 00:00

수정일 2010.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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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들은 다양하고도 많다. 하지만, 동양 정서에나 어울릴 법한 ‘바둑’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서울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 있으니. 헝가리에서 온 멋쟁이 프로 바둑기사 아가씨, 디아나 씨다. 9살 때 아버지가 바둑 두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녀는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체구와 외모 그리고 진지하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풍기는 28살 헝가리 아가씨였다.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서울에 언제 왔고 어떤 계기로 왔는가

한국에 프로 바둑 초대를 받았다. 그 전에 일본에 초대를 받았지만, 어린 나이 때문에 부모님께서 좀 더 크면 가라고 하셨고, 성장한 후 마침 한국에 초대받게 되었다. 2004년 이전에도 경기 때문에 몇 번 한국에 오긴 했지만 서울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 서울의 첫 느낌은 어땠나?

사람이 너무 많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추석과 설날에는 서울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조용해 좋았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도 사람이 많은 곳인데, 서울에 있다가 잠깐 헝가리에 가면, 서울에 적응이 돼서인지 전처럼 사람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하철 노선이 많다. 헝가리는 이제 다섯 개의 노선이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서울 사람은 누구인가?

연구생 때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바둑으로 인연이 된 언니가 있다. 처음에 너무 반갑게 안아주면서 맞아줘 당황스러웠지만, 유럽에서 바둑 경기 때문에 만났을 땐 더욱 반가웠다. 바둑 해설을 하고 있는 언니와는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 헝가리에서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아직은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점 알아가고 관심을 갖는 중이다. 그리고 일단 서울에 한 번 와본 사람들은 재미있다며 다 좋아한다. 서울 사람들 성격도 우리랑 잘 맞아서 좋다고 한다. 요즘 헝가리에서 한국드라마가 유행한다. 우리 아버지도 보시는데, 드라마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 서울과 부다페스트, 한국과 헝가리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언어 문법이 한국과 비슷하다. 제일 비슷한 것 중에 ‘아빠’가 있다. 헝가리에서도 아빠를 아빠라고 부른다. (엄마를 어떻게 부르냐는 말에 디아나는 ‘아냐’라고 발음해 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헝가리어로 아빠는 'Apa', 엄마는 'Anya'다.) 그리고 헝가리 사람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구야사(gueyás)라는 음식인데, 한국의 김치처럼 유럽에서 매우 흔하면서도 즐겨먹는 음식이다. 부다페스트에도 서울의 한강처럼 도시 한가운데 'Duna'라는 유명한 강이 있다. 한강공원처럼 근처에 공원도 있고, 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부다와 페스트로 나뉜다. 부다는 주거지역, 페스트는 일하는 도시로 나뉘어 있다.

-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외국인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바둑을 하면서 연구실과 도장을 다닐 때 어린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다들 영어를 잘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 언어적인 면이 어려웠었다.

- 서울에서 즐겨 다니는 거리는 어디인가?

특별한 곳은 없다. 왕십리의 도장과 연구실을 제일 많이 다닌다. 2005년부터 서울에 거주했지만,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헝가리에서도 집 주변을 일부러 돌아다니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사는 동네라면 다 아는 곳이니까 특별히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서울도 그렇다. 그냥 내 집 같으니까 일요일 특별히 ‘아, 이곳에 놀러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 을지로3가 옆에 공원이 있는데 아침마다 많은 아저씨들이 나와서 바둑을 두신다. 그런 모습은 신기하다. 바둑 친구가 있다면 함께 구경가고 싶다. 홍대, 시청, 강남도 가보았다.

- 헝가리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서울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바둑 친구라면 내 연구실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찜질방을 좋아한다. 헝가리에는 찜질방이 없다. 식혜도 아주 맛있다.


- 서울의 글로벌화를 위해 자신만의 의견이 있다면 말해달라.

아시아의 몇몇 나라 수도에 비해서 아직 서울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 번 서울을 접하면 모두 좋아한다. 그만큼 서울은 세계인들과 잘 맞는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도 좋다. 앞으로 서울이 세계인들과 더욱 자주 접촉한다면 더 만족스러운 글로벌한 서울이 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여담이다. 디아나는 마지막 미션인 ‘하이서울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적어달라는 부탁에 무려 20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역시 바둑기사였다. 신중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디아나는 축구를 좋아해 월드컵 기간에는 서울 광장에서 열띤 응원도 해보았고, 특히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한국의 음식은 거의 다 좋아한다고 하니 이제 서울 사람이나 다름 없다. 서울, 이곳은 어쩌면 그녀에게 고국인 헝가리만큼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바둑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서울에 살 것이라는 그녀의 바둑 인생을 응원한다.

시민기자/조윤주
lulu-bell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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