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면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라

admin

발행일 2010.03.17. 00:00

수정일 2010.03.17. 00:00

조회 3,382

-서울에는 언제, 무슨 계기로 오게 되었나?

외교관의 근무 국가는 보통 정부에서 지정해 주거나 외교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 역시 한국에 오고 싶어 했고 정부도 나를 한국으로 보내려고 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있어서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며, 일제 수난이라는 고난을 이기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역사를 존경한다. 그리고 현재는 국제 정세의 주도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곧 국제 사회의 선두 주자가 될 아시아 국가들, 특히 동북 아시아 국가와 깊은 관계를 맺으면 후에 우루과이도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됐다.

-당신은 한국에서 굉장히 먼 나라 우루과이의 수도에서 왔다. 지리적 거리만큼, 서울과 몬테비데오는 정말 다른 도시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두 도시 간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장 다른 점은 두 도시의 인구수다. 인구는 약 130만명으로 서울 강남 인구 정도밖에 안 된다. 비슷한 점이라면, 두 도시 모두 멋진 풍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이 한강이라는 크고 멋진 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몬테비데오는 대서양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여서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다. 주로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이용되는데, 해변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아파트, 주택 등 주거공간이 위치하고 있다.

-당신이 서울에서 지낸 4개월 동안 느꼈던 서울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도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보곤 하는데,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63빌딩에 올라갔다. 일부러 오후 4시쯤 도착하도록 스케줄을 짰다. 왜냐하면 그래야 도시의 낮과 밤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테니까. 거기서 봤던 서울의 일몰과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루과이 친구들이 서울에 놀러 온다면 데려가고 싶은 서울의 명소는 어디인가?

당연히 63빌딩이나 N타워에 데려가는 건 기본이다(웃음). 서울의 고궁, 그 중에서도 경복궁에 가장 데려가고 싶다. 서울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니까. 여행을 왔다면 그 나라의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 아닐까?

-이건 아까 한 질문과 비슷한데, 서울 사람들과 몬테비데오 사람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나?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도시의 사람들은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식민지 시절 일제에 저항했던 것처럼 우루과이 사람들도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결국 군사저항으로 열강들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그리고 두 나라 국민 모두 샌드위치처럼 대국 사이에 끼여 있다는 것도 닮았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끼여 있다. 대국의 국민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면 빛을 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외교관이라서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겠지만, 종종 몬테비데오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진 않았나? 주로 언제 그런가?

가족 행사가 열릴 때다. 우루과이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가 가장 중요한 명절인데, 그 때가 되면 고국의 모든 가족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비행기 타고 갈 수는 없으니 (웃음) 서울에 함께 와 있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명절을 보낸다.

-우루과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월드컵 시즌 때 말고는 서울 시민들이 우루과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우루과이, 나아가 남미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바로 그것을 위해 내가 한국에 있는 것이다. 2002년 우루과이의 경제위기 때문에 문을 닫았던 주한공관이 2006년 새로 연 것도 양국의 유익한 상호관계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많은 발전이 있었다. 2008년에는 우루과이 대통령이 공식방한을 하여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치적 관계가 많이 향상됐다는 증거다. 정치계에서뿐만 아니라 경제, 민간교류 차원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기아, 포스코를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우루과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 많은 한국 어린이들과 학생들은 외교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무작정 외교관이 되겠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기 전에, 그 직업에 대한 심도 깊은 탐색을 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외국에서 사는 게 좋아서 외교관이 되었다면 외교관으로서 일하는 보람이 있을까?

-서울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서울은 이미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다. 외국인들은 종종 서울의 멋진 빌딩숲과 녹지에 흠뻑 빠지곤 한다. 하지만 서울을 좀 더 글로벌화된 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도시의 녹색 사업을 더욱 늘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오염을 더 줄이고, 단순한 빌딩이 아닌 친환경적 빌딩을 건축하고 건전한 여가시설을 늘려 나간다면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글로벌 시티가 될 것이다.

◈ 못다한 얘기

스페인어 전공이지만 인사 몇 마디 이후에는 영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교관을 만난다!' 한 사회의 엘리트이자, 총성 없는 치열한 외교 전쟁에 국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군인들. 사실 인터뷰 장소로 가면서 엄청난 심적 부담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끼아보 씨에게서 풍겨나오는 남미 사람 특유의 상냥함과 인정은 인터뷰를 훨씬 마음 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독자들을 위한 메시지도 정성들여 써주었다. "우선, 우리 가족과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신 서울 사람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우리 가족과 저를 잘 대해주려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것 역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 서울의 역동성과 수준 높은 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민기자/이채련
통ㆍ번역/이채련
alotus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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