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맞아? 쇼핑카트, 무료주차, 택배까지
김영옥
발행일 2010.09.10. 00:00
‘쇼핑카트도 있어요? 자동차를 가져가도 걱정 없이 무료 주차한 후, 쇼핑한 물건을 집에 배달까지 해 준다고요?’
명절을 며칠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과일과 채소 값 때문에 이번엔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던 주부 권옥분(중랑구 상봉1동) 씨는 아파트에 들어온 지역 소식지를 보고 우림시장(중랑구 망우본동)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 본 후 추석 장보기를 집 가까이에 있는 전통재래시장인 우림시장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주부들이라면 생필품이며 과일, 채소 등 먹을거리를 장만할 장소로 ‘편리성’ 을 들어 대형할인마트를 주로 찾는다. 이것저것 사다보면 금방 큰 짐이 되어버리는 시장보기. 물건을 사는 대로 쇼핑카트에 싣고 밀고 다니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들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건이 다소 많아도 자동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집까지 시장 본 물건들을 옮기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면도 있었다.
재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이런 편리성에서 주부들이 애용하기에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래시장들이 환경개선과 고객 편익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수년 동안 발 벗고 나서며 대형마트 못지 않은 경쟁력으로 주부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쇼핑카트와 무료주차, 택배시스템은 물론 재래시장 특유의 다양성, 저렴한 가격과 ‘덤’ 문화로 명절을 앞둔 고물가에 대비하는 한 방법으로 재래시장에서 시장보기를 고려하고 있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추석 명절을 10여 일 앞두고 찾은 우림시장은 더욱 쾌적하게 단장된 상태였다. 10여 년 전, 전통시장 최초로 시장 천정에 천막 아케이드를 설치해 이목을 끌면서 다른 지역 재래시장에도 아케이드 설치 붐을 주도했던 우림시장이 10년 만에 천막 아케이드를 걷어내고 리모델링을 통해 더욱 환하고 쾌적한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하루 왕래 인원만 4천 5백~6천여 명인 우림시장은 골목형 시장으로 남문과 북문으로 출입구가 나누어져 있는데 각 출입구엔 쇼핑카트와 주차요원이 상주하고 있었고, 상인회사무실 앞에도 주차를 할 수 있어 58대의 주차면적을 확보하고 있었다. 타 시장보다 주 통로가 꽤 넓고, 아케이드로 덮인 천정의 높이도 높아 답답함이 적었다. 상점들의 간판이며 200여 개에 이르는 점포들이 잘 정돈되어 깔끔했다. 각각의 점포를 살피며 시장 안으로 향하면서 전통시장 방문이 주는 묘한 들뜸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점포를 정돈하며 오늘 하루 맞을 고객을 위해 점포 특색에 맞는 물건들을 정돈하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과일을 정성스레 정돈하는 상인, 생선을 더욱 신선하게 돋보이기 위해 얼음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는 상인, 새벽부터 쌀을 찌고 때깔 고운 떡을 만들어 포장까지 끝낸 상인, 수수부꾸미와 녹두전을 먹음직스럽게 부쳐 놓은 상인, 열무와 파 등 채소들을 깔끔하게도 손질해 놓은 상인, 많은 양의 코다리를 다듬어 손질하고 있는 상인……. 명절을 앞둔 시점인지라 제수용품을 취급하는 점포의 손길은 더욱 바빠 보였다. 제사상에 필요한 건어물과 과일, 밤, 대추, 녹두와 엿기름을 취급하는 점포엔 물건이 벌써 수북했다. 원산지 표시는 이미 정착되어 있었고 물건 값은 저렴했다.
실제로 며칠 전 중소기업청에서는 ‘전통시장에서 추석에 필요한 물건을 산다면 시중보다 20%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자료가 방송되기도 했다. 우림시장은 시끄러운 호객행위도 적었다. 흥정소리에 ‘하나 더, 한 줌 더’를 청하는 소리만이 기분 좋게 흐르고 있었다.
재래시장의 또 다른 재미는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들. 떡, 빵, 어묵, 만두와 찐빵, 맛깔스런 즉석 반찬, 짭조름한 젓갈 등 한 입씩 맛보게 하는 인심도 후했다. 즉석반찬 가게 진열대 위엔 냉기가 위로 뿜어져 나오는 최신시설을 갖춰 놓아 나름의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즉석 먹을거리뿐 아니라 시장통엔 십수 년간 소문난 맛집들도 있어 공중파 방송을 탄 점포도 여럿 있었다. 웃는 얼굴의 돼지머리가 삶아진 채로 진열되어 있는가 하면, 족발뿐 아니라 돼지의 귀도 삶아 놓아 마니아의 시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지나는데, 명절빔을 기대했다가 어머님께 양말 세 켤레를 받아들고 이불 속에 들어가 훌쩍이던 유년의 기억에 미소가 번졌다. 노점 가판대 위에 펼쳐진 남성용 속옷의 프린트를 보곤 혼자 웃어버리고 말았다. 오천 원과 만 원권이 프린트 되어 있지 않은가. 저 속옷을 입으면 돈 방석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추석 성묘객들을 위해 조화가게도 성업 중이었다. 신기한 것, 흥미로운 것, 정겨운 것, 친근한 것들로 우림시장은 가득했다.
우림시장을 몇 바퀴씩 돌며 속속들이 구경한 후 ‘우림전통시장 아케이드 준공기념 및 한가위 대박이벤트’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 상점가진흥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시장상인회 대표로부터 우림시장이 준비 중인 한가위 이벤트와 우림시장만의 경쟁력을 더 듣기 위해서였다. 방문 스케줄을 잡기 위해 건 전화에서 우림시장상인회는 ‘최초’ 라는 이력이 많이 붙은 시장임을 넌지시 알려온 터였다.
지금의 우림시장은 1970년대 망우산에서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이 새마을사업으로 복개되면서 도로가 만들어졌고, 이곳에 노점상이 한 두 사람씩 모여들면서 자연발생적으로 골목형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후 상인회가 조직되고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2000년에 지자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상인회는 자비로 전국 최초로 천막 아케이드를 건립하는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에 1년에 한 번씩 임대료를 부담하며 58면의 주차장을 운영한 것도 그즈음부터이며 쇼핑카트도 주 출입구 세 곳에 150여 대를 나눠 비치해 놓았다. 또한 2003년부터 3대의 배송차량을 운행하며 택배서비스로 다시 한번 타 전통재래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은 변두리시장의 이러한 시도는 정부의 지원방안을 검토케 하고 재래시장특별법을 탄생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한 것은 물론 전국 재래시장에 신형 아케이드 설치와 주차장 완비, 쇼핑카트 갖추기 붐을 일으키게 되었다.
우림시장상점가진흥회는 이번에 10여 년간 사용해 온 천막아케이드를 걷고 7-8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신형아케이드로 교체하면서 불편을 겪었을 주민들에게 중추절을 겸해 약 1억여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즉석복권 경품행사를 9월 9일부터 약 4개월 간 실시하고 있다. 구매금액에 따라 복권을 받아 즉석에서 긁어보면 2천원~2만원 상당의 우림시장 내 상점에서 상품으로 맞교환할 수 있는 경품 행사다.
우림시장은 특가 판매도 실시한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상품개발을 위탁받은 업체가 선정한 농산품, 공산품, 건어물 등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원가보다 20% 할인해서 판매한다. 배송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배송 쿠폰제를 실시해 쇼핑객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여러 점포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쿠폰을 모아 3천 원 정도 모아지면 집에까지 배송을 의뢰할 수 있다.
우림시장상점가진흥회 유의준 이사장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문전성시 프로그램을 유치한 우림시장은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만드는 뮤지컬 ‘춤추는 황금소’를 연말쯤 무대에 올리는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우림시장의 여러 가지 품목과 시식할 수 있는 먹을거리, 퍼포먼스 등을 마련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우림보부상을 운영함으로써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가고 싶은’ 우림시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상인이 직접 제작한 CF를 우림시장 내 8개의 대형모니터를 통해 홍보할 수 있도록 해서 질 좋고 저렴한 물건으로 승부한다는 자긍심을 높일 계획이다”라고 전하며 경쟁력을 갖춘 전통시장으로의 발전을 위해 더욱 마케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집 주변의 소형마트와는 다른 전통재래시장만의 가격적인, 정서적인 매력 속으로 올 추석엔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돌아오는 길. 착한 가격에 끌려 산 밑반찬과 젓갈, 과일 등으로 양 손엔 포도송이처럼 검은 봉지가 주렁주렁 달렸다. 집에 가져가 풀어 볼 생각에 마음 한편이 뿌듯했다.
문의 : 서울 전통시장 통합정보 http://market.seoul.go.kr
우림시장 www.urimsijang.com, 436-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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