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감으로 뭉친 작은 거인
‘148’ 나에겐 항상 콤플렉스인 숫자다. 다름 아닌 키 얘기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작은 키는 항상 아픈 기억만 주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내 별명은 ‘땅콩’, ‘스머프’ 등 키와 관련된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서도 내 가장 큰 고민은 키였다. 과연 서울에는 작은 키로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상경했다. 사무일을 보는 조그마한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씨, 키가 상당히 작으시네요. 1분 동안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아, 네? 네… 저… 저는…” 전공도 괜찮고 토익도 평균 이상이라고 자부해왔지만 면접만 보러 가면 키처럼 목소리와 자신감도 작아지는 것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문을 두드렸다. 학원 강사와 패스트푸드 가게 점원으로 짬짬이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봤지만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있었던 자신감도 시간이 흐를수록 덩달아 떨어져갔다.
사는 것이 재미없고 만사가 귀찮다고 느껴질 때 우연히 버스에 붙은 서울 일자리플러스센터 광고를 보게 되었다. 다음날 일자리라도 알아보고자 큰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내 얘기를 듣고 한참을 물어보던 상담사 선생님이 갑자기 펜을 내려놓고 차분히 말을 건넸다.
“이** 님은 너무 소극적이고 조용하세요. 그러면 면접 볼 때 어느 회사라도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물어보기만 하면 말이 막히고 특히 키 얘기가 나오면 숨고 싶어요.”
“키는 이** 님 잘못이 아니에요. 일을 하는데 있어 키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일을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
무언가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키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하며 보낸 허송세월이 너무 아까웠다. 상담사 선생님은 일단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상담사 선생님의 말을 뒤로 하고 센터를 나왔다.
그날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는데 주력했다. 쭈뼛쭈뼛 서있기보다는 당당하 게 말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주변 사람들이 몰라보게 밝아졌다고 말해주었다.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상담사 선생님으로부터 문구도매업체를 소개 받았다. 그분은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고 나 자신을 알리도록 조언해주었다.
면접관 앞에 섰다. 키 얘기가 나왔지만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떨림보다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면접관이 다음 주부터 출근해달라고 했다.
이곳에서 난 문구제품의 도소매 영업업무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활동적인 일이 아니라 차분하고 정확히 일을 해야 하는 업무로 회사나 나 모두 만족하고 있다. 가끔 직원들이 키에 대해 물어보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 콤플렉스가 아니다. 키 덕분에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여, 26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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