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

루푸스 또는 홍반성 낭창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만성 경과를 취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이다. 루푸스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몇 가지 유전인자와 호르몬,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세균 및 바이러스 등 외부 유해 인자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야 할 면역 체계가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현상이 특징이다. 가임 연령의 여자에서 주로 발생하고 경구피임제 복용 중이나 임신 중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자외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유도되기도 한다. 약물 중에서 홍반성 낭창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도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는 약물을 중단하면 수주 혹은 수개월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루푸스는 피부에만 국한되는 경우부터 전신적인 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 전신성 루푸스까지 여러 가지 임상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피부 증상으로 80~90% 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피부 증상은 콧등과 양 빰에만 국한되는 발진과 원판상 발진, 광과민성(photosensitivity: 햇빛에 나가면 피부가 쉽게 예민해지는 증상), 구강 궤양 등이다. 피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장 많이 관찰되는 증상이 햇빛 노출부에 경계가 명확한 원판상의 홍반이며 두피에 나타날 경우에는 반흔성 탈모로 관찰될 수 있다.

관절통은 루푸스 환자에서 75% 이상 관찰되는 증상이며 어느 관절이나 발생할 수 있지만 손에 대칭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전신적인 증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신장이나 뇌를 침범하는 경우이다. 신장 침범이 있을 경우 신장 부전이나 신증후군 등 심각한 신장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전까지 특별히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없을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루푸스 환자 중에 주요 장기 침범(신장, 뇌 등) 이 없고 피부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국소 도포제, 항말라리아제 복용 등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장기의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면역 억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한다. 면역 억제제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제이다.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제는 효과적으로 루푸스의 발현 증상을 억제하지만 질환이 빨리 낫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제를 오랫동안 복용하게 되면 고혈압, 당뇨, 골밀도 저하 등 원치 않는 부작용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전신성 루푸스 환자들의 경우에는 경구스테로이드 제제와 함께 혈당강하제제, 혈압약, 칼슘제제 등 보조적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제들을 복용하여야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와 함께 이의 부작용을 줄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다른 세포 독성 약물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면역 억제제들을 오래 복용하게 되면 일반적인 바이러스나 세균이 대한 면역성까지 저하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의논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루푸스는 만성질환이므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여러 가지 우리 인체의 장기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함께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유전적인 소인이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루푸스가 있는 경우 정기적인 항체 검사 등을 통해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

피부에 발생한 홍반성 루푸스는 자외선과 흡연에 의해 매우 악화가 될 수 있고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외출시 자외선 차단과 함께 금연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루푸스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만성질환이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임 연령의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질환에 걸리게 되면 환자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할 수 있으며 임신이 힘들거나 유산할 확률이 일반인보다는 높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루푸스의 발병 및 악화 요인의 가장 문제가 되는 자외선과 흡연을 반드시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빠른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되면 여러 장기의 손상을 가져오는 심각한 상태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이종희(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피부과 서울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