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알레르기도 예방접종으로 잡는다

김덕겸

발행일 2010.10.28. 00:00

수정일 2010.10.28. 00:00

조회 3,661

환절기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무더운 여름을 뒤로 하고 결실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모두들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에 남모르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환절기만 되면 통과의례처럼 콧물,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호흡기질환자들이다. 대표적인 질환들로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이다.

환절기에 호흡기 질환을 가진 분들이 고생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가을바람이 불면서 대기가 건조해지고, 온도 차이가 심해지는 것이 호흡기도를 자극하여 예민한 기관지를 쉽게 수축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원인인데, 이들이 호흡기계 알레르기 질환의 유발인자로 작용하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의 원인 항원이 되는 풀 꽃가루 (쑥, 돼지풀, 잔디 등)가 증가하고 바람에 쉽게 날리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서 유행하는 감기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등에 의해서도 기존 호흡기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와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은 알레르기 질환뿐만 아니라, 기존에 만성 기도질환이 있던 환자들의 증상을 악화시켜서 가래나 기침이 증가하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급성 악화의 경과를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원인 항원이나 증상 유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유지하되 실내 환기와 청소를 자주하고 공기 정화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참고하여 꽃가루가 날리는 환경은 피하는 것이 좋으나 꼭 필요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인 항원을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약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절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호흡기질환 치료제에는 먹는 약 이외에도 흡입제가 흔히 처방된다. 비염증상의 경우 전신증상이나 다른 장기의 동반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국소 치료제인 흡입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코막힘이 동반된 경우 국소 비충혈완화제를 흔히 사용하나 장기간 사용 시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에서 지속적으로는 점막의 염증을 줄일 수 있는 국소 스테로이드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천식이나 COPD 같은 만성적인 기도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는 급성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응급약과 평상 시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 유지하는 흡입 조절제로 구분된다.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사용해야 하는 응급 흡입제는 항상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더라도 흡입형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된 흡입 조절제는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이를 통해서 환절기의 급성 악화 증상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 기존 증상이 악화되었을 경우 신속한 효과를 위해서 응급 흡입제를 사용하도록 하되, 증상 호전이 없거나 발열이 동반되거나 누런 가래가 심하거나 호흡곤란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급성 악화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합병증 막기 위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 필수

기존에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환절기에 기존 질환의 급성 악화나 호흡기계 합병증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예방책 중의 하나는 예방접종이며,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매년 국제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서 조성이 변경되며, 금년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플루(A형, H1N1)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도 가능하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 감염 자체를 막기보다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줄이려는 목적이 더욱 크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급성 또는 만성 호흡기질환의 악화로 인한 입원이나 폐렴을 32~39% 감소시킬 수 있고 사망률도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비용 대비 이익이 매우 큰 예방책이므로 만성 호흡기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2~2월까지 인플루엔자 유행이 있으므로, 유행 4주전인 11월까지는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그러나 3~5월 사이에도 유행이 있으므로 11월이 넘어서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 백신은 폐렴구균에 의한 패혈증, 폐렴, 수막염 등을 예방할 목적으로 65세 이상의 성인은 모두 권장되며 1회 접종이면 충분하다. 만성폐질환이나 흡연자인 경우에는 65세 미만이라도 권장되며 65세 미만에 접종한 경우는 최초 접종 후 5년 후에 재접종이 권장된다. 그러나 전체 폐렴 중 폐렴구균이 원인인 경우가 25~30% 정도이며, 다른 혈청형일 수도 있어서 모든 폐렴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환절기가 반갑지만은 않은 만성 호흡기질환자들도 약간의 관심과 평소의 질병관리 및 예방접종으로 보다 편안한 가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글/김덕겸(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서울의대 교수)

#예방접종 #알레르지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