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폭 빠졌어요~”
발행일 2013.10.17. 00:00
[서울톡톡]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지는 가운데, 아이들과 부모들은 원형의 행사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어떤 엄마와 아이는 넓은 도화지에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경을 살짝 내리 걸친 할머니는 악보를 보며 흥얼거리듯 노래를 부른다. 아홉 살 오빠를 따라 나 온, 네 살 배기 정민이는 커다란 동화책이 펼쳐진 채 세워져 있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부모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참석하여 단란함을 한껏 뽐내는 가족들도 몇 몇 눈에 띈다. 작년에 왕십리역 광장 시계탑에서 이뤄진 어린이 축제 <나랑 같이 놀자>의 풍경들이다.
올해 12회로 접어들게 된 <나랑 같이 놀자>는 시민이 예술가가 되는 축제로서 많은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생생한 세계를 그려내고 싶어 하는 여러 그림책 작가를 책이나 TV 매체에서가 아닌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그동안 문화소비자에 불과했던 지역의 어린이, 엄마, 주민들이 이 축제를 통해 새로운 문화 활동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문화 창작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부모와 마을주민들의 열정이 녹아있는 <나랑 같이 놀자>
아이들은 작다. 게다가 스스로 주거지를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런 아이들이 문화적 혜택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태어나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 아이들은 다양하고 유익한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멀리 찾아가야 가능한, 그야말로 '이벤트' 같은 기회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능력 있는 젊은 엄마들이 발을 벗고 나서 일을 저질렀다. 요즘의 엄마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여러 가지 재능도 가지고 있다. <나랑 같이 놀자>는 이러한 엄마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하여 만들어 낸 행사이다. 어떤 엄마는 노래를 만들고, 또 어떤 엄마는 영상물을 제작했다. 또 다른 엄마는 자신의 재능을 그림책 만들기에 쏟아 부었다. 이렇게 마을 축제는 엄마들의 재능과 지역 주민들의 열정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다. 소외받은 지역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가까운 공간에서 신명나고 풍요로운 문화를 해마다 접할 수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주변에 진열해 놓은 동화책도 펼쳐보고 아기자기한 미술작품들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역 어린이도서관과 책 읽는 엄마들이 함께 나와 아이들 앞에서 책도 읽어주고, 시도 낭독해주면서 아이들의 감성도 더욱 풍부해졌다.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책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이 행사를 통해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다
커다란 공룡 캐릭터가 행사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커다란 동화책이 무대 한 가운데 펼쳐져 있다. 둥그런 원형의 공간 안에 함께 원을 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온통 하나가 되어 동요를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며 적극적인 모습으로 평가를 구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솔선수범하여 악보를 나눠주며 봉사정신을 키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신나라 따라 부르는 노랫가락은 소망을 하나로 묶은 풍선들처럼 하늘위로 두둥실 올라가 울려 펴진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금방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조이지만, 화음을 이루니 진정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변모하게 된다.
지역의 어린이 도서관이 함께 협찬하여 주민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이어져나가는 마을축제인 이번 <나랑 같이 놀자> 축제는 바로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마을축제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일상이나 생활환경의 문제들을 척척 풀어나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렇게 유용한 축제도 탄생하게 되었다. <나랑 같이 놀자>는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고, 부모가 주인공이 되고,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따뜻한 마을축제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녀에게는 좋은 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부모에게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명언을 몸소 터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제12회 <나랑 같이 놀자> ○장 소: 왕십리역 광장(시계탑) ○일 시: 2013년 10월 26일(토) 낮 12시~ 오후 6시 ○입장료: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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