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악기를 배우는 학교
발행일 2013.04.24. 00:00

[온라인뉴스 서울톡톡] 정동길을 걷다보면 길 끝에 창덕여자중학교를 만날 수 있다. 4월의 어느 수요일, 창덕여중을 찾았다. 보기엔 깔끔하고 여느 학교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곳은 매년 학생이 줄어 각 학년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2011년 김성수 교장이 부임하면서 전면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꿈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리포터가 창덕여중을 찾고 싶었던 직접적인 계기는 1인 1악기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2012년에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작곡을 전공한 교장선생님이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되살리고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기획했다. 김교장은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자긍심과 자존심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목표의식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창덕여중이 자랑하는 수요일 오후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학년은 5교시 악기 레슨, 2학년은 미술 교육을 받는다. 6교시에는 1학년과 2학년의 수업 내용이 바뀌고, 3학년은 오후 두 시간 모두 스포츠 활동을 한다.
5교시 시작종이 울리자 1학년 학생들은 개인 사물함에 보관해 둔 악기를 들고 레슨이 있는 교실로 이동한다. 학생들은 5개 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플롯)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했으며, 이 중에서도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의 수가 가장 많다.
그나저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클래식 악기를 전교생이 어떻게 구입할 수 있었을까? 학교측 설명에 의하면 학교에서 악기 공급업체를 찾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경우 생산원가가 낮은 경로를 찾아 1인당 8만 원으로 개인 바이올린을 구입할 수 있었다. 다만 덩치가 크고 가격이 높은 첼로는 작년에 서울시에서 지원한 악기 구입 기금으로 구입하고, 학교에서 직접 보관을 맡아 학생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은 학교에 근무하는 음악교사는 주효원 선생님 뿐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악기 지도가 가능할까? 사실 주선생님의 역할은 교장선생님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실제 악기 레슨은 엘리트 연주자 8명이 초빙되어 매주 1시간씩 파트별로 지도된다. 교장선생님과 주선생님은 "학교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강사비를 충분히 지급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고 선생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작년 9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허현(32)씨는 "교장선생님의 취지와 의지가 좋아 기꺼이 참여하고 있으며, 클래식 악기를 경험함으로써 학생들이 음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의미술
6교시 종이 울리자 1학년 학생들은 각자 악기를 정리하고 미술수업을 받으러 이동한다. 미술수업은 6개(염색반, 도자기반, 공예반, 디자인반, 컴퓨터 그래픽반, 캐리커처반)반으로 이뤄져 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그림과 형상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악기는 처음 시작한 것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술은 학기별로 다양한 분야를 바꿔가며 배우기 쉽다. 이렇게 1학년이 미술수업을 수강하는 동안 2학년은 위치를 이동하여 악기수업에 참여한다.
▶스포츠클럽
수요일 5~6교시,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이 음악과 미술수업을 하는 동안 3학년은 스포츠 활동을 한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수업이 꾸준히 이루어지도록 실내에서 진행된다. 패드민턴(패드와 배드민턴의 합성어)과 농구는 강당에서, 나머지 종목은 해당 교실에서 이뤄지는데 방송 댄스, 요가, 발레, 라인댄스 등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학생이 원하는 것을 콕콕 찍어 진행하는 수업이니, 학생들이 수요일을 기다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1학년 때부터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김다영 학생(2년)은 "비록 일주일에 1시간 이루어지는 짧은 악기 레슨이지만, 지금까지 7곡 정도의 연주곡을 배웠다"며, "클래식 악기를 연주한다는 활동 그 자체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교가를 연주했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미소 지었다.
| ■ 엘 시스테마(El Sistema)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음악교육을 실시해서 마약과 범죄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모범사례로,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시작했다. 저명한 음악가를 배출함으로써 그 음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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