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의 문화재 가옥 시민 품으로
발행일 2012.11.28. 00:00
[서울톡톡] 지난 23일, 창덕궁 서편 담을 도로 하나로 마주한 종로구 원서동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교육자, 화단의 중추로 근대 미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춘곡 고희동'(1886~1965)이 직접 설계해 짓고 40여 년을 살았던 그의 옛집이 복원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개막 행사가 진행된 것.
춘곡 고희동 가옥 개방과 더불어 춘곡 고희동의 그림과 자료, 그와 교류한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춘곡과 친구들> 특별전이 내년 1월 15일까지 가옥 내부 2개의 전시실에서 열린다. 개막식에는 유가족과 많은 문화인들이 참석해 예술가의 옛집 복원을 축하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춘곡 고희동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특별강좌 '춘곡 고희동과 한국 근대 미술'이 인근 중앙고등학교 인문학박물관 강의실에서 윤범모 가천대교수(미술평론가)에 의해 개막 당일 열리기도 했다.
근대기 예술인들과의 교류 작품 볼 수 있는 특별 전시
전시회는 등록문화재 제84호인 고희동 가옥의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것. '고희동과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회 내용은 화실 재현, 아카이브 전시, 특별전 '춘곡과 친구들'로 나뉘었다.
화실 재현 공간에는 춘곡 고희동의 활동 당시 문방용품, 서안, 평상, 이젤, 책상 등의 화구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아카이브 전시 공간에는 춘곡 고희동의 유족이 기증한 상장, 문헌자료와 사진,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희동과 근대기 예술인들의 교류와 업적을 살필 수 있는 전시실에는 교류 예술인들의 작품은 물론 그들과 우의를 다지며 협업한 그림도 볼 수 있었다. 또 그의 네 번째 유화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의 초상이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민관이 지켜낸 문화재 가옥
춘곡 고희동 가옥은 그가 작품 활동을 한 작업실이자 가정을 꾸린 따듯한 생활공간이었고, 작품 활동은 물론 뜻이 맞는 친구들과 마음을 나눈 교류의 공간이자 제자들을 길러 낸 교육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희동 사후(死後) 소유주가 바뀌면서 2003년에는 가옥이 멸실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으나 시민들의 노력으로 보존되어 2004년 문화재로 등록됐다. 문화재 등록 이후에도 계속 방치되어 있다가 2005년 긴급 실측 조사를 하게 됐고 2008년 종로구청이 매입, 소유하게 됐다. 이 후 안채와 사랑채 보수 공사와 사랑채 복원공사 등을 거쳐 3년 만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종로구청은 한국화의 거장 박노수 가옥(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 옥인동 소재), 우리나라 대표적 산수화가 청전 이상범 가옥(등록문화재 제172호, 누하동) 등 종로구에 포진한 문화예술인들의 가옥을 관리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온 바 있다.
화가의 가옥에 활기 불어 넣어
이번 전시는 가옥 내부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함으로써 이 후 다양한 콘텐츠가 선보여질 가능성을 열었을뿐 아니라 가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역사적 인물의 옛집과 그 인물의 자취를 보전했다는 것은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춘곡 고희동 가옥의 복원과 개방, 특별전시를 총괄한 (재)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의 김홍남 상임이사(전 국립중앙박물관장)는 고희동 가옥 개막 행사에서 "춘곡 고희동의 옛집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격동기를 산 한 예술가의 정신과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 발굴과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했다. 하지만 예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실험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라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종로구청의 예산 지원과 열악한 전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미술품과 자료를 기꺼이 기증하거나 대여해 준 유가족과 갤러리 현대, 공평아트센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문화유산보존모임 예올 등 많은 문화인들의 노력으로 지켜진 문화유산임"을 강조했다.
- (재)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은 2004년부터 성북구 성북동 '최순우옛집'을 보수, 복원하여 일반에 개방하고 있고 2006년 성북구 동선동 권진규 아뜰리에를 기증받아 보수 복원을 마치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입주작가 프로그램)과 정기 개방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고희동 가옥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공동체사업을 진행하며 문화유산 활용에 관한 논의, 주변 학교 학생들과의 문화유산 교육과 자원 활동, 가옥과 원서동에 대한 자료 수집과 조사 활동 등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시안내
- 전시 일정 : 2012년 11월 24일 ~ 2013년 1월 15일
- 개관 시간 : 수 ~ 일요일 10시~16시
- 문의 : 02)2148-1824/ 3675-3401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