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개국 예술가들 모여 어린이극 준비합니다

시민기자 박관식

발행일 2010.12.28. 00:00

수정일 2010.12.28. 00:00

조회 2,746

국내외 아동극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제7회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2011년 1월 8~16일에 대학로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개막작을 만들기 위해 아시아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연습실을 방문했다. 작품 제목부터 특이하다.「왜 와이마 왜?(Why whyma why?)」.

호기심 많은 소녀 와이마의 꿈은 진정 무엇일까?

제7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의 공식 개막작인「왜 와이마 왜?(Why whyma why?)」는 ‘왜(Why)’라는 단어 일색이다. 그쯤 되면 작품의 주제도 쉽게 드러날 듯하다. 주인공인 호기심 많은 소녀가 줄곧 여로에서 느끼는 질문이 ‘왜(Why)’이기에.

호기심 많은 소녀 ‘와이마’는 모험을 떠나면서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 와이마는 어린 소녀답게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 하늘이 왜 파란지, 시계바늘이 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하지만 와이마의 엄마는 집안일이 바빠 질문에 모두 답해 줄 수가 없다. 현명한 엄마라면 일일이 답해 줄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호기심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이와 그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호기심 소녀 와이마가 시계 할머니를 만나 착한 늑대 친구와 함께 호기심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내용이 아동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왜 와이마 왜?」는 아시테지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음악극 형태의 작품으로 올해가 3회째 시도이다. 이 기획은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들이 청소년연극을 공동 창작해 한국을 아시아 공연예술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문화 접목 네트워크이다. 이 아동극은 서로 다른 사회문화, 자연환경에서 자란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 8명이 3개월간 문화적 동질감과 이질감을 겪으면서도 ‘평화’라는 주제로 공동 창작했다.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 1 … 스리랑카의 아밀라 산다루완

“음악을 언어처럼 생각한다. 뭔가 분위기가 있거나 말들이 리듬을 탈 때, 혹은 표현할 때 대사보다 효과적인 것이 음악이다.” 스리랑카의 미남 청년인 아밀라 산다루완(Amila Sandaruwan, 26)은 싱어송 라이터로 뮤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유투브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가수라고 했다.

그는 “서로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일할 때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 않나? 그런 어려움은 이미 각오했다. 다른 나라 사람이기에 문화의 차이는 당연하다. 이번에 나는 나만의 뭔가를 가지고 왔다. 항상 좋지는 않지만 더 발전시킬 의무와 자신이 있다.” 어려움에 대해 묻자, 그는 공동창작이 참가자 모두에게 실험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심장한말을 던졌다. 그러면서 “함께할 때 그 느낌이 아주 좋다”며 정서적인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스리랑카에선 극장보다 주로 갤러리 같은 곳에서 공연했다. 참가한 예술가 친구들은 물론 관객들과 공연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재능 많은 배우들이 많은데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 스리랑카의 연극계 현실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아밀라 산다루완의 고국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 2 … 대만의 홉 치앙

주인공 ‘와이마’ 역을 맡고 있는 대만 출신 배우 홉 치앙(Hope Chiang, 34)은 이 작품의 극본까지 쓴 예술적인 끼가 넘치는 팔방미인이다. “개인적으로 공동생활에 익숙하다. 현재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다른 데서 익숙한 탓이다. 다문화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껴 처음부터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부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배우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이 있어 큰 차이는 없다. 서로 경쟁적인 발전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따스하게 대해 주는 배우들에게서, 또한 들어 주는 인내심에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녀는 이 작품의 극본을 쓰면서 평화를 부여했다. “평화…, 그것도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평화를 두루 쓰고 싶었다. 다른 나라 배우들이 참가하는 것도 평화의 하나다. 작품 제작에 관여하면서 와이마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평화를 통해, 아이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 어른이 보는 세상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인터뷰 3 … 일본의 유지 마키

“2년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우와 일본에서 극단 활동을 같이 했다. 그 친구가 추천해 참여했다. 일본엔 이처럼 교류하는 작업이 많지 않다.” 늑대 역할을 맡은 일본의 연극배우 유지 마키(Yuji Maki, 26)는 이 프로그램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일본 아동극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아동극 전문극단이 많아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동극이 흔하지 않다 보니 보는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부모님이 따라오다 보니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른과 함께 포옹할 수 있는 그런 아동극을 만들어야 한다.” 웃는 모습이 포근한 그는 “일본의 실정이 한국과 비슷하다”며 “점차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기울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덧붙여 진정한 연극인의 고뇌가 엿보인다.

“나는 영어로 말할 줄 모른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언어는 사실상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 몸과 표정으로도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비슷한 계통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훨씬 서로의 마음이나 성격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게 참 신기했다. 대사도 모두 자기 모국어로 하는데, 이 또한 같은 말이라도 다 다르게 표현되고 느끼는 것이 재미있다.” 그의 말이 곧 이번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정신이었다.

인터뷰 4 … 중국의 두안무 판싱

중국의 배우 겸 모델 출신인 두안무 판싱(Duanmu Fanxing, 28)은 욕심쟁이 나무와 두 머리 뱀 역할을 하고 있다.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그가 중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이 작품의 주제인 ‘평화’를 짚어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연평도 폭격 사건과 연관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평화롭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를 말하는 게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 질문하면 오해할 만하지만 어차피 작품 이야기였기에 그는 아주 적절한, 그야말로 기가 막힌 명언을 남겼다.

“성인극은 북경과 상해에서만 공연된다. 중국은 오히려 아동극을 지원하는 단체가 많아 더 하기 쉽다. 아동극을 사랑하고, 계속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쳤다는 두안무 판싱은 최근 들어 대학에 연극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한국영화 중에 「올드보이」를 감명 깊게 보았다. 연기공부를 위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 한국에 올 때 유지태와 최민식을 직접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가수 이효리를 좋아한다는 그의 꿈은 훨씬 더 커 보였다.

인터뷰 5 … 한국의 박소윤, 김주성 , 허소연, 채송화

“모두들 프로그램 전체 운영방식이나 작품 제작환경 등에 대한 기대치나 경험치가 달랐다. 그것들을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공동창작으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전체를 조율해 하나로 만들어내면서 각자의 개성을 살리고, 문화적인 차이 등도 재미있게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소윤(34)은 “새로운 아시아 친구들을 사귀었다. 이 친구들과 앞으로도 계속 뭔가 함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며 이번 참가의 의미를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연출로서 내 개인에게 정말 큰 공부가 되었다.” 배우 출신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는 것이, 곧 그녀의 시각과 감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셈이다.

“모두 다른 언어 때문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정말 신기하게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었다. 오히려 연습과정에서 웃을 일이 더 많아 좋았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연기보다 영어에 더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몬스터 역할을 맡은 김주성(28)은 이미 뮤지컬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이번 아동극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성인극 못잖은 욕심을 내비추었다.

“유지마키 친구가 닭고기 스프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다들 맛있게 닭 뼈를 발라먹는데, 아밀라만 뼈째 씹어 먹기에 스리랑카에서는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자신이 닭 뼈를 즐겨 먹는다고 해서 모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은 일종의 선입견에 관한 우문이었다. 이 일로 나는 나의 행동이나 사사로운 습관들도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인들 전부의 모습으로 비춰질까 조심하게 되었다.” 시계 할머니 역을 맡은 허소연(26)은 외국 친구들에게서 연극 외적인 또 다른 열정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앞섰다. 그게 안 되면 어떤 작업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통해 서로 차이가 많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소통하고 생활해야 하는지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이 과정이 지나면 나는 조금 더 성숙한 배우가 돼 있을 것이다.” 엄마 역을 맡은 채송화(26)는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한껏 성숙한 느낌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국내외 아동극 잔치 구경 가자!” … 아시테지 겨울축제

아시테지 겨울축제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ASSITEJ Korea)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의 동계 공연문화 체험축제로 여름에 비해 다소 침체된 한국의 아동극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마련됐다. 2005년부터 겨울방학 시즌에 개최한 어린이 공연예술제로 올해는 국내외 10개 극단이 참가해 인형극과 뮤지컬, 전통극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앞서 소개한 한국, 스리랑카, 대만, 중국, 일본 등 5개국 예술가의 공동 창작극 「왜 와이마 왜?」로, 1월 8일 오후 6시, 9일 11시와 14시에 아르코소극장에서 선보인다.

해외 참가작으로는 폴란드 크라쿠프 극단의 「춤추는 하얀손」, 이탈리아 치베타 극단의 「또로록 똑똑 물방울」, 일본 키오 극단의 「그린몬스터」, 에스토니아 피프와 튜트 극단의 「피프와 튜트」가 한국의 아동 관객을 찾아오며, 국내 참가작으로는 극단 21의 「돈키호테」, 극단 외치는 소리의 「미술관은 살아있다!」, 자파리 연구소의 「할머니의 낡은 창고」, 현대인형극회의 「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 아동극단 누리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공연된다.

그밖에도 현명한 부모를 위한 강연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 프로그램 및 체험 활동도 준비되어 있다. 신나는 연극놀이 ‘연극 속으로 풍덩’과 미술놀이 ‘어메이징 드림코드’, 꼭두박물관(동숭아트센터 소재)에서 하는 체험교실 등의 풍부한 유·무료체험 프로그램들이 풍성하다.

문의: ☎ 02) 745-5863, www.assitej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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