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진품을 이번 기회에!

시민기자 이은자

발행일 2010.10.27. 00:00

수정일 2010.10.27. 00:00

조회 4,195

지난 10월 25일 해거름의 덕수궁은 기습 한파로 여느 때보다도 더 쌀쌀하고 고즈넉하였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조선의 궁녀가 아닌, 모딜리아니의 ‘슈미즈 차림의 젊은 여인’이 가슴을 풀어헤치고 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어서 참 야릇한 기분이었다. 미술관 안은 세계 거장의 화려한 색채로 눈부셨고 가슴 벅찼다.〈피카소와 모던 아트〉展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는 미술계 관련 국내외 인사들, 그들의 반가운 조우도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화려하고 멋스러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0월 26일부터 2011년 3월 1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피카소와 모던아트 : 열정과 고독』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 컬렉션 전으로,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그래픽 아트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으로 중세미술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100만 점 이상의 판화, 드로잉 및 서양미술의 주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럽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후반까지 피카소, 자코메티를 비롯한 39명의 작가 121점의 회화, 조각, 드로잉을 통해 서양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살펴보는 자리다.

배순훈 관장은 "이번 전시는 유럽 미술의 절정기를 보여주는 알찬 작품들이 나와, 국내에선 보기 힘든 전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클라우스 알브레히트 슈뢰더(55) 관장 역시 "이번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은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소장품을 아시아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어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슈뢰더 관장은 빈 대학에서 미술사와 역사를 전공한 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빈 쿤스트포룸의 관장을 지내면서 화제를 모으는 기획전을 보였으며, 세잔 전에는 3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0년부터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맡아 주요 기획전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또 알베르티나의 모습을 새롭게 단장했으며, 주요 컬렉션을 늘려 연간 2만 명 수준에 머물던 관람객 수를 100만 명으로 끌어올렸다. 미술관 컬렉션에서 사진 부문을 새로 만들고 현대 작가의 작품을 대폭 추가해 알베르티나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미술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인사말은 작품 이해를 위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수백 년간 이어온 사실주의 전통에 반기를 든 입체파와 야수파, 독일 표현주의를 통해 이들이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짚어볼 수 있다. 피카소, 마티스의 작품과 표현주의 작품을 비교해보기 바란다. 표현주의 하면 미국의 잭슨 폴록을 떠올리지만 그보다 훨씬 전 유럽에서 먼저 표현주의가 일어났다. 현대미술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보여줄 중요한 전시다. 판화와 드로잉은 15세기와 16세기에 중요하게 다뤄졌다. 놀데 같은 독일 표현주의자들은 목판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발견했고, 드로잉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했다. 표현주의자들은 인간이 매순간 달라진다는 점을 주시했다. 그림 그리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중요했다.”

전시는 제1관에서 제4관까지 네 가지로 구분해서 전시됐다. 1관은 ‘내면을 향한 열정’(모네, 시냑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야수파와 샤갈의 작품들), 2관은 ‘시대의 불안’(1905년 드레스덴의 다리파 화가들의 회화나 조각, 목판, 포스터 등), 3관은 ‘순수조형의 추구’(독일의 청기사파와 프랑스의 들로네 등 오르피즘 작가들과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 4관은 ‘고뇌와 열정’(20세기를 대표하는 피카소, 자코메티를 비롯한 20세기 후반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모방과 재현에서 벗어나 주관(主觀)을 중시했던 20세기 미술을 중심으로, 초기 청색시대, 1940~50년대 작품 등 인간 의식의 세계를 표현적 왜곡을 통해 나타낸 피카소의 작품, 고독한 영혼의 모습을 표현한 모딜리아니, 유년시절의 경험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샤갈 등 친숙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마티스를 비롯한 프랑스의 야수파와 키르히너 등 독일 표현주의 작품을 포함한 알베르티나 미술관 핵심 소장품들을 만날 수 있다.

피카소의 작품은 유화와 판화를 포함해 8점이 나온다. 피카소는 작품〈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에서 대상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그려 큐비스트(입체파)란 이름을 얻었고, 키르히너 등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아 인체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피카소의 작품 〈지중해 풍경>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과감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해 역시 표현주의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피카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영상으로 본 피카소 어머니의 말씀은 같은 어머니로서 한없이 작아지게 했다. “만일 네가 군인이라면 너는 장군이 되었을 것이다. 만일 네가 수도사였다면 교황이 되었겠지. 대신에 나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개막식을 마치고, 작품 감상을 하는데 제1관 중앙에 앙리 마티스의 ‘패럿 튤립’이 전시돼 있었다. 마티스의 작품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어 마티스의 다른 작품을 찾느라, 미술관을 계속 헤매고 기웃거렸다. 마티스의 1906년 당시 개인전 포스터도 소개돼 있는데, 정작 그의 작품은 유일했다. 더 이상 다른 작품을 찾을 수가 없어서 박수진 학예사를 찾아 물었더니 귀한 한 작품만 선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더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까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마티스를 처음 만났을 때, 색이 주는 메시지를 어렴풋이 알았고, 색에 대한 감정도 생겼던 것 같다. 아쉬움을 접고 2, 3, 4관을 계속 도는 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마치 꿈같았다. 가끔 달력으로라도 작품을 보게 되면 먼지 묻을까봐 걸어두지도 않고 아껴봤었는데...... 진품들을 맘 놓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니!

샤갈은 성화를 많이 그렸다. ‘성가족’, ‘겨울의 신혼부부’, ‘야곱의 꿈’ 등등...... 칸딘스키, 뭉크, 모딜리아니, 그밖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의 방대한 작품까지, 그리고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남겨놓으련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처럼 덕수궁의 관람객 숫자도 그 이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색을 알고, 색과 통하고, 색의 메시지, 감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진정한 미술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피카소와 모던아트』안내

o 장소: 덕수궁미술관
o 기간: 10월 26일 ~ 2011년 3월 1일 ※매주 월요일 휴관
o 개관시간: 화,수,목 오전 9시 ~ 오후 7시 / 금,토,일 오전 9시 ~ 오후 8시 30분
o 관람료: 성인 11,000원, 초중고생 9,000원, 미취학 아동 4,000원
o 전시설명회: 화,수,목(3회) 10:00/11:00/17:00,

                     금,토,일(4회) 10:00/11:00/17:00/18:30
o 큐레이터 갤러리 토크: 10월 29일, 2011년 2월 25일 오후 4시
o Museum Week : 11월 9일(화)~11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아르코미술관, 소마미술관의 전시 무료입장 및 입장료 할인
o 문의: 전시 02) 757-3002, 그밖에 작가론 특강, 청소년 감상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 일정 및 내용 문의는 02) 2188-6069, 6070 혹은 홈페이지

           (www.moca.go.kr → 새소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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