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admin

발행일 2010.05.26. 00:00

수정일 2010.05.26. 00:00

조회 2,019

지난 5월 2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런던박물관 초청 사진전 '런던의 초상(A Portrait of London)' 국제 교류전의 개막식이 있었다. 런던박물관은 서울역사박물관과 유사한 성격의 도시역사박물관으로, 북경수도박물관, 에도 도쿄박물관에 이어 2009년 11월 교류협정을 맺어 이번에 첫 교류의 일환으로 '런던의 초상'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 전시회는 런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100년 동안의 런던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작품들 중에서도 엄선한 사진 80여 점과 영상, 패널 등을 전시한다. 강홍빈 관장의 인사말에서처럼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오늘날 세계 도시 런던이 되기까지의 시련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발명 이래 근대 이후 도시 변화와 도시생활을 기록하는 가장 직접적이며 충실한 매체가 바로 사진이 아니던가.

전시회 일정에 맞춰 내한한 런던박물관의 마이크 시본 선임 큐레이터는 무척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런던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170년의 런던의 역사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증거물을 제시한다. 우리 박물관은 사회과학적인 박물관이다. 그리고 모두 익숙한 사진이라는 매개체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을 통해서 사회적인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런던박물관은 25만 점의 사진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서 가장 런던을 잘 표현하는 사진들을 특별히 골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전시에는 런던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있다. 그는 "런던박물관의 사진 수집관이 과거의 유물을 모으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재 런던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런던이나 다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곧 사라진다. 특히 우리의 일상생활이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는 대단한 흥미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런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고, 런던을 홍보하는 사진도 있다. 지금의 여러분의 삶과 런던의 삶을 비교하며 관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사말을 마친 마이크 시본 선임 큐레이터는 곧이어 전시된 작품을 일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런던 사진으로 추정되는 1839년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본 화이트홀]은 흥미로롭게도 영국 사람이 아닌 프랑스 사진 작가 무슈드 생 크루아가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 시절 런던은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57년경 사진으로 추측되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과 웨스트민스터 궁]에서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왼쪽으로 런던의 상징인 시계탑 '빅벤'이 보인다. 지금은 근처에 너무 많은 빌딩이 생겨 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출신 앨빈 랭던코번의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처럼 20세기 초 예술사진의 거장이 찍은 사진들도 있다. [타워 브리지 옆 인공 해변]은 위대한 사진작가 헨리 그랜트의 1952년 작품인데, 타워 브리지는 철로 지어서 지금은 물이 깨끗하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들도 있다. [코번트 가든의 세인트 폴 교회]는 대표적인 화초와 야채시장으로 시장의 분주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인데, 1970년대 위기에 처해서 정부가 신도시를 건축하겠다며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했으나 시민들이 반대 캠페인을 벌여 지금까지도 교회의 구조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이크 시본 선임 큐레이터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하이드파크의 자유발언대]였다. 1950년대 런던에서는 아무나 연설을 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물론 런던 하이드파크에서는 지금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큐레이터 자신의 작품도 있었다. [2008년 5월 트라팔가 광장에서의 바이사카 페스티벌]이 그것인데, 런던의 문화적인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십여 년 동안 영국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런던의 초상' 사진전에는 더욱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을 가본 사람이든 가보지 않은 사람이든 런던의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의 '대영제국 시대의 런던'과 현재의 '민주주의와 금융의 중심가인 런던'을 함께 보고 있자면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울이라는 박진감 넘치는 도시 역시 런던 같은 세계 도시와 나란히 궤를 같이 하며 자기 나름의 에너지를 가지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경희궁도 둘러보고 저렴한 입장료 700원으로 런던 박물관의 '런던의 초상' 사진전을 보며 온가족이 행복한 나들이를 해보자.

문의: 서울역사박물관 02) 724-0149


시민기자/박매금
woman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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