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아기자기, 정 넘치는 예술 동네

admin

발행일 2009.10.19. 00:00

수정일 2009.10.19. 00:00

조회 2,092

비어 있던 지하쇼핑센터에 작가들의 공방이 들어서 시장에 활력이 솟는다

서교예술실험센터와 금천예술공장에 이어 지난 16일, 신당창작공간이 그 문을 활짝 열었다. 본래 이곳은 1971년 신당지하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상가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이에 서울시는 이곳을 공예 중심의 창작공방으로 변신시켰다.

이 예술 공간의 특징은 ‘삶과 융화된 예술’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찾아가는 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보통 예술과 관련된 곳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조용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한 전시회의 느낌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신당창작공간은 황학동 중앙시장을 거쳐서 들어갈 수 있는데, 시장에 들어서면 서울의 다른 곳과는 달리 활기와 정이 느껴진다. 분류되고 정리된 도시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중앙시장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존’의 느낌을 선사해준다. 그래서인지 신당창작공간도 마치 시장의 일부 같다. 튀지 않아서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예술이 어느덧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시장 내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신당창작공간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독특하게 생각했던 것은 ‘예술공간’이라는 이름 하에 공간 자체를 재구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옛날 상점들이 양편으로 가득했던 모습 그대로다. 공방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신당창작공간은 걸어가는 모든 곳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공방의 간판이나 문고리만 봐도 그 작가의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유리공예를 하는 작가의 공방에는 재활용 유리병을 이용한 간판이 걸려 있으며, 유리로 직접 만든 아름다운 문고리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또한 공방은 개방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지나갈 때마다 각 작가의 전시실을 지나는 것 같다. 작가들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특색 있는 작품을 진열해 놓아 사람들이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중간에 있는 기둥이나 설치미술도 볼거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나던 중 독특한 기둥을 발견했다. 시장 사람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테니스 라켓을 들고 있다가도 또 닭을 튀기는 채를 들고 있기도 하다. 또한 평범한 남자가 갑자기 슈퍼맨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시장의 보물인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흥겨운 시장의 모습과 시장 안 사람들의 정감 있는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또한 중앙기둥 사이 공간을 이용해 놀이와 소통의 공간이던 ‘멍석’과 시장사람들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됫박’을 모티브로 한 ‘멍석과 됫박’이라는 작품도 눈에 띈다. 아티스트들은 됫박을 이용해 통로 중간에 다양한 작품들을 설치했는데, 시민들은 그 곳에 앉아 쉬며 정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신당창작공간에는 ‘흥’과 ‘정’이 넘친다. 공방이 생긴 지 얼마 되지는 않았어도 공방 입주 작가들 간의 정은 벌써부터 끈끈하다. 서로의 공방을 방문하여 응원해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시간 나면 우리 공방에도 꼭 놀러오세요”라는 정감 가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뿐인가. 신당창작공간에 남아 있는 가게와도 교류가 활발하다. 전에는 몇몇 아티스트들이 횟집을 예술적으로 꾸미기도 했다. 모두가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분위기에 이곳이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신당창작공간은 시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현재 이곳 공동작업장에서는 입주 작가들과 함께 하는 ‘뚝딱뚝딱 공예체험 나도 예술가’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데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아이들은 흙으로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어보기도 했으며, 작가들과 물레를 돌리며 변해가는 흙의 모습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도자기를 만들어본 후 아이들은 뿌듯하게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내보였다. 또한 공방 6호와 27호에서는 칠과 칠보공예를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기자는 공방 27호에서 칠보공예를 체험해보았다. 이곳에서는 칠보를 이용한 펜던트를 만든다. 청자, 백자 등의 재료 중 하나를 골라 칠하고 원하는 유리조각을 얹어 펜던트를 완성하면 작은 가마에서 이를 구워 완성시키는 간단하고도 재미있는 체험이다. 옆에서 입주 작가가 친절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문제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가마에서 변신해가는 펜던트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다 만들어진 펜던트는 목걸이, 핸드폰 줄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전해진다. 시민들은 이 활동에 큰 호응을 보였다. 칠보공예를 체험한 한 주부는 “항상 장을 보며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이 지하공간에 예술 공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 와 봤는데 너무 재밌다. 칠보공예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처음 해보는 칠보공예였지만 편하고 쉬웠다”며 자신이 만든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공방, 어쩐지 낯설고 어색한 이름이다. 그러나 마치 이웃사촌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 신당창작공간은 이제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창작과 예술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이제 친구 같은 신당창작공간으로 오라!

신당창작공간 찾아가는 길

주소: 황학동 119번지 신당지하쇼핑센터(중앙시장 내)
문의: 02) 2232-8833, www.seoulartspace.or.kr
교통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 2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
버스 202, 263, 302, 2013, 2014, 2015, 6211번 중앙시장 앞 하차

시민기자/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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