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하나로, 아시아의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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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22. 00:00

수정일 2009.09.22. 00:00

조회 2,621



시민기자 강가현




6호선 지하철 월드컵경기장 역을 내리기 전, 자리에 앉아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세상에나! 여느 때처럼 조용히 그리고 사뿐히 지하철에서 내리려던 생각은 지금 와 돌이켜보니 참 짧았다. 집 근처에서도 외국인을 가끔 보지만, 지하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양한 외국어 소리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렇게 많은 인파, 특히나 외국인 인파를 볼 수 있었던 때는 2002 월드컵 경기 이후로는 처음인지라 '방방 뜨는' 기분은 주체할 수가 없다.

지난 19일 빅뱅, 소녀시대, 투애니원, 슈퍼주니어, V6, 루오즈샹, 아그네즈 모니카, 정이지엔, 호 응옥하, 루슬라나, 미히마루 지티, 케이오틱, 각트 등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아시아송 페스티발에 다녀왔다. 그것도 VIP 석에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올해로 아시아송 페스티발은 6회째를 맞았는데 이 행사에는 아시아의 9개국 총 14개 팀이 전부 다 노개런티로 출연하였다고 한다. 국내 가요가 아니라면 쉽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일상에 젖어 있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일본, 중국은 물론 베트남, 태국, 대만, 우크라이나 등의 대중가수들을 보게 되니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공식 행사 시작 시간인 6시 이전에는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잠재력 있는 신인 가수들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6시 공연 시작과 함께 개회사 때는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아 준비하신 분과 관객들 모두가 가슴 졸이기도 하였지만 서울시장님의 모습도 뵐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첫 무대는 대만의 루오즈샹이라는 신사대천왕 중 하나라고 소개되었던 가수가 열었다. 춤 동작이나 느낌이 한국의 비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를 같이 관람하던 친구는 국적의 차이로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국내 최고 신인가수 투애니원의 소개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실 한국인이다 보니 외국 가수들보단 국내 가수들의 무대에 더욱 익숙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익숙한 리듬과 동작들에 저절로 흥에 겨워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 대중문화란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베트남 최고 여가수로 소개된 호 응옥하는 관능적이면서도 절제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케이오틱이라는 그룹의 무대에서는 노래 중간에 이상하게 한국어가 들리는 것 같아서 의아해했다. 무대가 끝난 뒤 사회자가 케이오틱은 한국, 일본, 태국 출신의 멤버들로 구성되었으며 중간에 들리는 것은 분명히 한국어 랩이라고 설명해준 뒤에야 비로소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어지는 중국의 리위춘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특유의 중성적인 카리스마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가득 메웠는데 그 강렬한 인상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성미는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부의 피날레는 올해로 데뷔 15년차이며 그간 멤버 교체 하나 없이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룹 V6의 무대가 이어졌다. 연륜 있는 그룹이어서 그런지 이들에게선 외국 가수 특유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2부 첫 무대는 우크라이나의 루슬라나라는 새빨간 의상의 주인공이었는데 그 의상만큼이나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각트라는 비주얼 락가수의 무대는 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큰 관심을 보일 만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아그네스 코니카는 상암을 가득 매운 4만 명의 관객들에게 더 큰 함성을 질러달라며 투정도 부렸다. 이에 관객들은 그녀가 부르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큰 호응을 보여 주었다.

드디어 등장한 소녀시대의 모습에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어났다. 게다가 야광봉을 든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자, 경기장의 중앙부에 앉아 있던 기자는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 그 사이에 있던 수많은 외국인들은 춤을 추며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상암 경기장 내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은 마치 서울이 '세계 도시'로 변모해가는 어떤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했다. 슈퍼주니어와 빅뱅의 마지막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반응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체로 응원 온 중고등학생 팬들 그리고 그 외의 일반 시민들까지 그들의 히트곡이 나오자 따라 부르며 열광적인 함성에 젊음을 싣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안겨준 가장 큰 수확은 서울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데에 있다. 사람들을 가장 쉽게 뭉치게 하는 문화영역을 묻는다면 기자는 망설임 없이 음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송페스티발은 음악의 이름으로 아시아를 뭉치게 해주면서 동시에 비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하나 된 아시아를 홍보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2002 월드컵 때 일제히 대한민국을 외쳤고 하나됨을 가슴으로 느낀 바 있다. 이제는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모든 아시아인이 하나로 뭉쳐서 또 다른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은 그 일체감이 두드러지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페스티발을 통해 이러한 희망의 잠재력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페스티발 때에는 이러한 취지를 잘 살려서 한국을 대표하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평소에 볼 수 없는 무대와 한국음악 특유의 개성을 잘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해 본다. 이번 공연에서 보았던 기술적인 문제들을 잘 보완해서 철두철미한 운영의 묘까지 갖추어 한국이 아시아의 문화의 중심지로서, 세계의 문화의 중심지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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