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서 왕실 가족 되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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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16. 00:00

수정일 2009.09.16. 00:00

조회 2,691



시민기자 전소영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자연미와 왕실의 품격을 간직한 창경궁. 기자가 찾은 주말 오후에는 단아한 풍악소리가 고궁 전체를 수놓고 있었다. 그리고 창경궁 명정전 앞에는 이미 한국전통문화에 목마른 외국인을 포함한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 속에 조선시대 선정을 베푼 영조임금의 ‘영조 어연례’가 펼쳐지고 있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매년 설날이나 동짓날, 국왕과 신하들의 화합을 위한 회례연, 노인공경을 위한 양로연, 진찬, 진작 등 다양한 궁중행사가 거행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례가 신하들이 국왕의 장수를 올리는 형식인 것에 반해, 영조 ‘어연례’는 국왕이 직접 주관하는 잔치로 신하가 올린 잔치를 받고 신하에게도 잔치를 내리는 의식을 행함으로써 국왕과 신하의 의리를 밝히고 당쟁을 막으며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국왕 중심의 탕평정치를 이뤄내고자 하는 정신이 깃든 의식이다.

화려한 궁중음악이 많은 시민들의 귀를 풍요롭게 자극하면서 시작된 ‘어연례’는 영어, 일어, 중국어 순의 해설방송과 함께 진행되었다.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 등의 문헌을 참고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국왕과 세자, 문무관의 입장, 왕세자 진작(술을 올리는 의식), 궁중 정재(청성곡, 처용무, 무곡) 공연, 국왕이 여(轝)를 타고 환궁하는 절차의식이 이어졌다.

특히 궁중의식의 꽃이라 불리는 대금독주(청성곡) 무대는 애잔하고 구슬픈 연주로 청중들의 심금을 자극하였고, 무섭게 생긴 처용가면을 쓰고 귀신을 쫓아내는 행위를 재현한 처용무는 어린아이들과 외국인들에게 호기심과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한편 무대 밖에서는 ‘궁중 복식 입어보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어 주말을 맞아 고궁을 방문한 외국인 여성들과 젊은 여성들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국왕과 왕세자, 문무관리 등의 주요 배역을 시민공모를 통해 선발한 점이다. 왕과 왕세자는 부자관계인 가족이 출연할 수 있어 자녀와 특별한 문화경험을 계획하는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자원봉사의 기회로도 활용되니 학생들에게는 일석이조의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서울을 떠나 먼 지역을 방문하여야만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인 고궁에서 궁중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가오는 추석명절에도 가까운 고궁으로의 가족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 창경궁 궁중문화 체험 프로그램 안내

일시: 9월 27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장소: 창경궁 명정전
문의: 02) 3011-2152, www.c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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