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도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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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6.25.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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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후텁지근한 날씨에 가까운 공원과 쉼터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삭막할까. 공원과 중랑천 변은 벌써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최근 공원에 가면 특히 눈에 띄는 시설이 있다. 수변공간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곳에도 데크 형식의 쉼터가 부쩍 많아졌다. 전망대 데크와 달리 공원 데크는 밋밋한 공간임에도 쉼터로서는 그만이다. 매트를 따로 깔지 않아도 부담없이 앉을 수 있고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을 준다. 엊그제 갔던 솔밭공원에서는 소나무 밑에 조성한 데크들이 가족들의 명소가 되었다. 쭉쭉 뻗은 소나무 군락 아래 자리잡은 데크 쉼터는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쉼터의 그림 자체가 바뀌고 있다. 데크뿐 아니다. 벤치들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이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벤치들이 사라지고 저마다 색다른 벤치가 주변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얼마 전 4.19 묘지에서 벤치 옆에 평상 같은 너른 반석이 함께 놓인 것을 보고 새삼 많은 것을 느꼈다. 벤치와 반석이 만나자, 단순히 잠깐 앉아 쉬는 곳이던 벤치의 평범한 개념이 흡사 전시장의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살아있는 이미지가 됐다. 최근 문을 연 서울창포원의 안락의자 모양 벤치도 눈길을 끈다. 비록 흔들리진 않지만 허리를 깊숙이 붙여 앉으면 매우 편하다. 벤치라기보다는 가구라고 해도 좋을 듯하고, 벤치 팔걸이도 모두 다른 디자인이다. 나무를 둘러친 등받이 벤치는 지나가다 한 번은 앉을 수밖에 없게끔 행인을 유혹한다. 청계천 다리 밑 벤치도 조명 아래 한껏 분위기를 뽐낸다. 강남 도심에선 디지털 제품 같은 벤치도 있다. 이 정도면 벤치들이 그저 그런 나무토막이라고 말하는 게 무안하다. 그야말로 '벤치도 디자인이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얼마 전 서울시는 벤치 등 편의시설을 새롭게 디자인해 일부 자치구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월넛 색깔의 벤치와 쓰레기통이 커피향 같은 분위기를 띠고 시민고객을 맞고 있다. 디자인과 공공시설물과의 만남인 셈이다. 모쪼록 새로운 디자인 시설들이 시민고객에게 친근한 아이콘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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