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선시대를 만난다
admin
발행일 2009.06.18. 00:00
개발이냐, 보존이냐,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역사문화공원 발굴기간 총 348일. 시민공개 위원회 개최 25회. 발굴비 50억원. 유적 이전 비용 30억원. 지난해 5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이하 DDP)' 건립부지인 동대문운동장 시설을 헐어낸 자리에서 조선시대 유적이 발견된 이후, 서울시는 모든 공사를 중지하고 2006년 말부터 발굴조사에 전념해왔다. 그리고 어제, 당초의 공원 설계를 전향적으로 변경해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이토히토 왕세자인 동궁(東宮)의 결혼식을 기념한다는 구실로 조선총독부가 동대문-광희문 구간의 서울성곽을 허물고 1926년에 건설한 경성운동장이 동대문운동장의 전신이다. 그 때 지하에 강제로 파묻혔던 500년 도성의 역사는 1년의 발굴조사를 통해서 하나둘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서울성곽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고스란히 그 근간이 남아 있었다. 성곽의 아치형 수문 시설인 이간수문(二間水門)도 발견됐다. 야구장 및 축구장 부지에선 훈련도감의 부속시설인 하도감터를 비롯해 식민지시대의 기와도로 같은 건축물도 나왔다. 조선 전기에서 후기에 이르는 건물지 유구(遺構: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 44기와 조선 백자와 분청사기 등 조선 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주요 유물 1천여 점도 출토됐다. 시기와 계층을 망라한 조선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이 대거 발견된 것이다. 사료적인 중요성이 높은 만큼 그 처리방법을 놓고 사회 전체가 뜨거운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운동장 철거 이전부터 문화재위원회는 상징성을 고려해 유적의 제자리 보존을 고수하는 입장이었고, 서울시는 DDP 인근에 세워질 공원의 용도를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녹지와 편의시설로 설정해 놓았었다.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먼저 화합의 돌파구를 찾은 쪽은 서울시였다. 당초의 계획안을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와의 공감대 속에서 변경하여 역사문화공원을 탄생시킨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역사의 흔적이라도 보존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면서도 기존 설계도의 초현대적 첨단 건물과 조화를 잃지 않은 기발한 디자인이 나왔다. 문화재위원회도 협조 분위기로 돌아섰다. 작년 전국에서 진행된 1천 382건의 유적 발굴 조사 중 원형보존이나 이전복원이 이뤄진 유적이 5퍼센트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를 상기하면,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합의는 도심 개발과 문화재 보존 및 활용의 윈윈 사례로 손꼽힐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확정한 유적 보존 방안은 크게 3가지. 첫째, 기저부가 확인된 서울성곽과 이간수문은 최소한의 응급 복구 처리만 하고 그대로 현장에 보존한다. 둘째, 훈련도감을 비롯한 주요 건물터는 성곽 바깥쪽 약 3천㎡ 부지에 이전 복원함으로써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 셋째, DDP 건물이 들어설 일부 공간 지하에 유적 일부를 보존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역사문화공원은 전체 약 3만 7천 398㎡ 중 성곽 우측의 공원 부지에 해당하는 1만 9천 597㎡로서 오는 10월 우선 개장해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그 중 70퍼센트 면적에 해당하는 1만 3천 670㎡가 이번에 발굴한 역사문화 시설물로 채워지게 된다. 서울성곽 265m, 조선 전기~후기의 시대별 축성기법 살려 복원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의 수도였다. 조선 태조 때 수도방위를 위해 서울을 둘러싼 전체 담장이 축성되었는데 그게 바로 서울성곽이다. 성곽에는 남대문인 숭례문과 동대문인 흥인지문을 비롯해 안팎으로 통하는 네 개 주요한 문이 있었는데 부분적 개축과 보수를 통해 대한제국 때까지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훼손되기 시작해 현재 총 18Km 중 약 13Km만이 남아 있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구간은 흥인지문에서 광희문까지 연결되는 265m. 이 중 도성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물을 빼기 위한 이간수문(二間水門)과 서울성곽에서 최초로 확인된 방어시설인 치성(雉城) 1개소가 포함돼 있는 142m구간은 성벽을 쌓아 정비ㆍ복원하기로 했다. 반면 성곽이 멸실된 123m 구간은 향후 복원을 위해 성곽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선을 따라 복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성곽부분은 태조, 세종, 숙종, 영조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시대에 지어진 부분들이 섞여 있어 각 시대별 축성기법을 살려 복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간수문과 서울성곽을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할 방침이다.
'야외 유구 전시장' 구역은 축구장 부지에서 발굴된 건물지 6기, 집수지 2기, 우물지 3기 등 각종 건축 유구와 야구장부지 내에서 발견된 하부문화층의 건축 유구 일부가 전시되며, 썬큰 하부에 마련된 유구전시장엔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부지에서 발견된 중ㆍ상부문화층 건축 유구가 발굴 당시 상태 그대로 이전 설치된다. 이번에 발견된 것들은 서울 도성 내에서 발굴된 하도감터 및 염초청 등의 관청터 유구 중 보기 드물게 비교적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조선 전기부터 구한말에 이르는 한국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史料)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도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시는 곳곳에 미디어보드를 설치하여 다양한 검색 자료들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미디어보드는 유구 전시장 관람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할 것이다. 유적전시관엔 조선 전기~후기 및 일제시대 유물 전시 유적전시관엔 DDP 부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후기 및 일제시대의 다양한 유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일반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재질별로 항온항습이 가능한 수장고가 들어선다. 각 전시실은 유적전시관 내부에서 대형유리창을 통해 한눈에 조망되도록 설계하고, 외부 램프를 통해 유적전시관 옥상으로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전시조망권을 확보했다는 게 특징이다. 한편 다목적영상실에서는 전체 유적의 복원도를 3D 영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상시 상영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유적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성근 서울시 문화시설사업단장은 “역사문화공원을 통해서 실제 과거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리얼 과거’와 ‘최첨단 현재’가 하나의 공간에 유기적으로 공존하게 되었다. ‘과거와 미래의 만남’, ‘회복과 창조’라는 DDP의 주요 컨셉을 가시화하는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 문화시설사업단 동대문디자인파크담당관 ☎ 02) 2171-2657 하이서울뉴스/조미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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