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산 내시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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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3.03. 00:00
시민기자 이승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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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집을 짓거나 묘를 쓸 때 남향으로 한다. 남향으로 해야 해가 잘 들고 따뜻하며 아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나 지형상의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집이나 묘들이 남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서쪽을 향한 특이한 묘역이 서울에 있다. 이른바 ‘내시네 산’으로 불리는 노원구 월계동과 도봉구 창동 사이에 있는 조선시대 특수신분계층인 내시들의 묘역이 바로 주인공이다. 며칠 전 바로 그 내시들의 집단묘역이 있는 초안산을 찾았다. 전철 1호선 월계역에서 내려 왼편 주택가 골목을 따라 위로 오른 지 10여분 만에 초안산에 도착했다. 산에는 여기저기 운동시설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내시들의 묘역은 길쭉한 타원형인 산자락의 서쪽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묘역이라고는 해도 여느 공동묘지처럼 반듯한 무덤들이 줄지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산자락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내시들의 묘는 문인석이나 무인석, 상석 등의 석물들이 여기 저기 처참하게 쓰러져 있거나 나뒹굴고 있었다. 무덤들도 봉분이 둥그스름하게 온전한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납작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봉분 위에는 소나무나 아카시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그 누구도 거의 돌보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똑 같은 모습은 무덤과 석물들이 하나같이 남쪽을 향하지 않고 서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내문에는 ‘이곳 내시들의 묘는 남쪽이 아니라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그것은 내시들이 죽어서도 궁궐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며 임금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충성심인가. 죽어서까지 자신들이 모시던 왕을 향한 충성심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초안산에는 양반과 서민 등 1000여기의 무덤들이 흩어져 있는데 서쪽을 향하고 있는 무덤은 거의 모두 내시들의 무덤이라는 것이었다. 이 묘역에는 일제 강점기까지 매년 가을이면 마을사람들이 후손이 없는 내시들을 위하여 제사를 지내주었다고 전한다. 특히 이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계층의 분묘와 수백여 개의 석물들은 시기별로 분포되어 있어서 조선시대 묘제와 석조각의 변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참 대단하네요,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이곳에 이런 특별한 무덤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소문을 듣고 구경삼아 왔다는 영등포구에서 사는 60대 중반의 노인은 매우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초안산 내시들의 묘역은 국제적인 대도시 서울의 특별한 볼거리이자 문화유적지로 개발 보존할만한 가치를 가진 묘역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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