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겨울 축제

admin

발행일 2008.12.29. 00:00

수정일 2008.12.29. 00:00

조회 1,894



시민기자 최근모




단순히 반짝이는 것이 작년 청계천 축제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좀 색다르다. 그분이 오셨다고 할까?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은 아름답다. 이 별을 보며 연인들 사이에 꼭 한 번씩은 하게 되는 말 "사랑한데이~" "정말" "하모~ 저 별이라도 따다 줘야 믿겠나?" 밤송이처럼 쉽게 따서 사모하는 이의 손 위에 살포시 얹어주고 싶은 게 연인들의 로망이다. 순백의 청계천도 이런 욕망을 잘 간파한 것 같다. 머물러 있는 반짝임이 아니라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보는 이와 함께 춤을 추는 생명성을 가지고 있다.

높게 솟은 빌딩 숲 사이로 눈의 여왕이 장난을 치는 듯하다. 청계광장을 둘러싼 은백의 스크린에서 발산되는 눈보라. 설원에서 활강하듯 빠르게 미끄러지는 백색의 스크린과 콘서트장에 서 있는 듯한 빵빵한 사운드. 영상과 조화된 배경음악에 사람들의 귀가 즐겁다. 빠른 속도로 스크린 위에서 만들어지는 기호와 글귀들이 비트를 타고 달려간다.

천변 산책로를 걸으면 동심원과 눈꽃송이 조명이 눈길을 끈다. 차갑게 흘러가는 청계천 물빛과 그 위에서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눈꽃의 궁합이 절묘하다. 광장에서부터 이어지는 대부분의 조명들이 눈의 색감을 가지고 있어 도심 속에서도 설원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가지게 한다. 광통교 위에 자리 잡은 소망트리에 새해 바람을 적고 있는 꼬마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사랑과 평화.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진다. 춤추는 듯한 빛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영원히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달려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빨간 커플 후드 티를 맞춰 입은 연인들이 다리로 뛰어가고 있다. 무슨 일일까? 뒤따라가 보니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 수면 위로 서서히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안개 속처럼 몽환적인 연무 속을 뚫고 빛의 통로가 만들어진다. 그 안에서 새의 형상을 한 생명이 날아와 수면 위에서 춤을 춘다. 그 신기한 모습에 오랫동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호호 입김을 불며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던 추운 날씨였지만 한 편의 멋진 콘서트를 경험했다고 할까? 구간이 좀 짧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살아 숨 쉬는 빛과 음악이 만난 청계천은 동화 속 세상 같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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