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admin

발행일 2008.12.09. 00:00

수정일 2008.12.09. 00:00

조회 1,682



시민기자 최근모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의 영화 제목은 원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 작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원제목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마니아층의 신호탄이 되었던 ‘네 멋대로 해라’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덴의 동쪽’ 같은 드라마도 각각 60년대 누벨바그의 대표적 감독인 장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1959)와 제임스 딘이 나왔던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이제는 고전이 된 명작들의 이름을 현재의 작품에 그대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영화들을 보고 자라온 감독과 작가의 가슴에 담겨진 사랑과 존경 때문이다.

영화가 이제는 단순히 오락의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철학, 생활, 고민, 유행을 담는 거목(巨木)으로 뿌리를 내린 이상 고전 명작들이 있어야 할 곳은 영화사가 담긴 책 속이나 TV화면이 아니라 영화가 온전히 숨을 쉬고 생명을 가질 수 있는 영화관이다.

김지운 감독이 존경했던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에서 이제는 감독으로 더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를 만날 수 있는 곳. 알랭드롱의 백만 불짜리 미소와 제임스 딘의 반항을 느낄 수 있는 곳.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명작들이 쉼 없이 영사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과거의 영화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그 자산을 공유하는 시네마테크 운동에서 탄생했다. 민간 비영리 단체인 시네마테크협의회는 2002년 5월 안국동에서 첫 전용관을 열었다. 현재의 낙원상가(구 허리우드 극장)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2005년 4월부터다.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이곳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많은 고전 명작들을 보며 영화의 꿈을 키웠다. 지금도 그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세대들이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영화들을 보며 성장을 하고 있다.

종로에서 인사동 길로 들어서면 맨 처음 보이는 낙원악기상가의 상호명이 보인다. 그 밑으로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극장으로 난 골목길을 지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되돌아간 착각을 일으킨다. 길가에 다닥다닥 늘어선 국밥집들. 그 가게들을 지나 도착한 낙원상가 1층에는 낡은 녹색 승강기가 방문자를 맞이한다. 4층에 도착하면 빌딩에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밀폐된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광활한 광장을 만나게 된다. 극장 문을 들어서면 노란색 조명 등 아래 다양한 영화 들을 소개해 놓은 소책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평소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영화들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광장에서 내려다본 인사동 거리는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고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여유일 수도 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독특한 정서가 이 극장에는 담겨 있다. 과거를 만나는 장소에서 미래를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가치는 충분하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