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초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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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1.28. 00:00
시민기자 이승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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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날씨 속에 낙엽이 흩날리는 풍경은 쓸쓸하다. 그래서 초겨울 풍경은 낭만적인 가을풍경보다 한결 더 쓸쓸한 모습이다. 서늘한 추위 때문에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너머로 벌거벗은 가로수가 서있는 풍경은 더욱 쓸쓸하다. 그런 쓸쓸함은 고궁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한적한 고궁의 풍경이 더욱 쓸쓸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찾은 종묘의 풍경은 정말 쓸쓸한 모습이었다. 종묘 정문 앞 종묘공원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바둑과 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야윈 어깨가 요즘 어려워진 경제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쓸쓸한 모습 속에서도 초겨울의 종묘를 찾은 사람들은 많았다. 우리 화폐의 환율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일본관광객들이 더욱 많아보였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곳곳을 돌아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종묘제례 때 왕과 왕실가족들이 머물던 재궁에서 젊은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사진을 찍다가 내게 사진을 찍어줄 것을 손짓과 몸짓으로 부탁을 했다. 일본인들인가 싶어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한다. 올해 33세라는 이데린 판씨 커플은 서울 관광이 처음이라고 했지만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울 한 복판에 있는 고궁들이 참으로 아름답다며 종묘를 둘러보고 창경궁과 다른 고궁들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로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의 초겨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들과 헤어져 종묘 정전으로 향했다. 정전 옆 건물 앞에는 커다란 감나무에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여간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감나무가지에는 마침 까치 서너 마리가 날아들어 감을 쪼아 먹으며 신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감을 따지 않고 몇 개씩 남겨놓는 것을 까치밥이라고 했던가 보다. 종묘공원의 산책로는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지만 화단과 담장 밑에 쌓여 있는 낙엽들은 쓸쓸한 풍경이면서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더구나 정전 샛문 지붕 위의 기왓골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엽들은 아직도 낭만적인 모습으로 지난가을의 추억을 불러오고 있었다. 서울 속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문화유산 종묘, 종묘에 찾아든 초겨울은 이렇게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썰렁한 날씨에 몸을 웅크리고 걷는 노인들의 모습이 더욱 쓸쓸한 풍경이었지만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찾은 외국인들의 표정에서는 초겨울의 또 다른 멋과 아름다움으로 우리 서울에 더욱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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