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달리니 재활이 따라온다
발행일 2014.05.21. 00:00
말과 교감하는 법 배우고, 근육 키워 재활 치료, 아이들에게서 변화가 보였다
지난 13일 오후 3시경 강동그린웨이 초입에 있는 방죽근린공원 소운동장(강동구 고덕동)에서는 장애아동들의 '재활승마교육'이 한창이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아동들은 말에 올랐고, 의젓하게 균형을 잡고 안정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닌 듯 했다. 아동들을 태운 말들은 천천히 운동장을 서너 바퀴 돈 뒤, 동네 가로수 길을 약 20여 분 정도 도는 일정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평소에는 만질 수 없었던 가로수 잎을 만져 보며 즐거워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멋지다'며 반가워하며,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교육을 맡은 한국승마아카데미(단장 김명기) 강사들이 경기 포천에서 말 5마리를 싣고 이동 수업을 하러 온다. 아동 한 명당 말의 고삐를 잡는 리더, 말과 아동을 옆에서 살피는 사이드워커 역할을 맡는 두 명의 강사가 밀착 지도한다. 평소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 던지기, 마상 체조, 트랙돌기, 속보, 빨리 뛰기, 장애물 넘기 등의 훈련을 받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근 가로수 길로 산책을 나간다.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진행된 이 날 교육은 6회 교육에 장애아동 34명이 참가했다.
<강동구 장애인 재활승마교실>은 만 6~18세의 1~3급 지적, 자폐성, 뇌병변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2009년 시작돼 올해로 6년째 운영 중이며, (사)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강동지회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참가 장애아동 중 절반은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층으로 수업료가 전액 면제다. 일반 장애아동들도 강습료의 50%만 내면 되고 나머지 비용은 강동구가 부담한다.
매주 1회 30분 타는 재활승마 덕에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띠네
"가경이가 학교에서나 혹은 누가 잘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늘 '승마요'라고 대답해요. 아이가 승마를 타면서 너무 행복해 하니까 저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3년 동안 하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지속시켜주고 싶어요."(김가경 어머니 배혜숙)
아이들의 교육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들은 이구동성 재활승마를 통한 아이들의 변화를 전했다. 말을 보자마자 울던 아이가 이젠 6년째 승마를 타고 있고, 말하기가 서투르던 아이가 '말, 화요일, 승마, 타러 가...' 등 단어를 연결해 말하기도 한다. 좌편향이 심한 아이는 두발 자전거도 탈 수 있을 만큼 다리 힘이 길러졌고, 속보할 때 두 손을 놓는 아이도 있다. 그만큼 운동 신경도 길러지고 균형 감각이 생긴 것. 공격성이 심한 아이가 얌전해지는가 하면 자폐성향이 있던 아이는 재활 승마를 통해 약물을 약하게 조절하기도 한단다.
교육을 맡은 김명기 단장은 "승마는 자세교정에 탁월할 뿐 아니라 약 2미터 이상의 눈높이에서 승마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자연스레 길러진다"며 "승마는 말과 사람의 교감 활동이어서 아동들에게 정서적인 안정뿐 아니라 걷기, 속보, 뛰기 등 말과 함께 반동을 맞추면서 리듬감과 타이밍 감각까지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을 장애인 승마선수로 키워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 교육생들 중 말과 함께 뛰기와 점프를 능숙하게 하는 아동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재활승마교실이 자리 잡기까지 부모들의 남다른 노력과 지자체의 지원이 한 몫
"잘 타죠? 올해 3월 처음 시작한 아이들도 있지만 2-3년간 재활승마로 재활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이 정말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말 타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교육 현장에 와 있던 강동장애인부모회 오금옥 회장의 말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재활승마교실이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는 오회장과 회원들의 남다른 노력들이 토대가 됐다.
'함께가는강동장애인부모회(이하 부모회)'는 약 20여 년 전에 결성된 장애아동을 둔 부모 모임이었다. 부모들은 모임을 통해 특수교육 등 아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도 나누고 서로 힘을 실어주곤 했다. 재활교육 프로그램 중 재활승마의 교육 효과가 차츰 검증되면서 도입 의견이 모아졌다. 경기도 인근 마장(馬場)에 가서 교육을 받곤 했지만 족히 하루는 온전히 걸려야 했던지라 프로그램을 강동지역 안으로 가지고 오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재활승마 교육팀은 섭외가 됐지만 지역 안에서는 장소가 마땅히 없었고 미사리조정경기장 주차장을 어렵사리 빌려, 부모회 아동 15명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양한 치료를 해야 하는 장애아동들이다보니 교육비가 만만치 않았고, 차량이 없으면 이동이 어려워 승마를 중단하는 아동들이 늘어났다. 가깝고 가격이 저렴해지면 더 많은 아동들이 재활승마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거듭하던 오 회장은 도움을 받기 위해 구청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어른들도 잘 못 타는 승마를 장애아동들이 탄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담당자들을 설득했고, 구청이 전격적으로 지원했다. 2009년 지원 첫 해에 22명의 장애아동들이 재활승마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안정을 찾아가던 재활승마교실은 장소 문제로 한 번 더 위기를 맞았다. 민원으로 조정경기장 주차장을 계속 쓰지 못하게 됨에 따라 강동구 초등학교 운동장들을 섭외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했다. 다행스럽게 신면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2010년과 2011년 재활승마교실이 진행됐으나 이마저도 운동장에 체육관이 들어서며 장소 고민이 또 시작됐다.
부모회와 구청은 강동구 구석구석 부지를 물색하다 지금의 방죽근린공원 소운동장을 알게 됐다. 강동그린웨이 초입에 위치하여 운동장 주변으로 나무가 많고 한적해 교육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009년 22명이던 아이들은 2010~2013년엔 30명, 2014년엔 34명으로 늘어났다. 자치구 최초·최대 규모의 '장애아동 재활승마교실'의 탄생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강동구는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을 통한 신체활동 강화와 사회참여기회 제공, 사회 적응력 향상 등을 위해 재활 풋살, 배드민턴, 탁구, 축구, 등산, 게이트볼 등을 추가해 '장애인 재활스포츠교실'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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