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열정과 젊음

admin

발행일 2007.12.14. 00:00

수정일 2007.12.14. 00:00

조회 2,256



시민기자 최근모

스크린에서 보여 지는 영화는 화려하다. 은막의 스타들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절복통의 스토리의 세계.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스탭들의 땀과 노동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영화를 시작하는 이들의 최초의 계단이라 할 수 있는 헐리우드 키드들의 세계를 잠시 엿보자.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지하에는 시네마테크 극장 3개관이 자리 잡고 있다. 토요일에는 독립영화와 다른 좋은 명작들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상영한다. 이곳에서 열린 한 영화 아카데미과정의 졸업식 상영회를 다녀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극장 앞 로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일반 극장에서 느낄 수 없는 발랄함과 유쾌함이 느껴진다.

어떤 이는 잘 나가는 직장을 휴직하고, 어떤 이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단편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종 영화 아카데미에 모인다. 결코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뼈가 부서지도록 땀을 흘려 비용을 마련한다. 수업이 시작되고 그렇게 시나리오에서부터 연출, 촬영, 조명, 편집까지 배워나간다.

그리고는 그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힘겨운 산고를 겪게 된다.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배우와의 마찰, 스탭간의 불화, 이 모든 난제들을 뚫고 10여 분가량의 단편영화가 탄생한다. 작품의 질을 따지기 전에 하나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대부분 진행하던 작품들이 완성을 못 하고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편영화들이 각 과정이 끝나면 어렵게 상영관을 잡아 상영회를 연다. 우리가 시상식에서 보는 명감독들도 모두 이런 험난한 과정들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상영 시작을 알리는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앞뒤로 스탭들과 지인들이 자리를 채워나가고 그렇게 영화의 막이 올랐다. 연달아 상영된 십여 분의 짧은 단편들. 실험적인 영상과 내러티브를 강조한 작품들도 있었고, 단편영화만의 발랄한 소재를 앞세운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시상식에서의 우열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젊음의 한순간을 대가 없이 온전히 열정을 위해 땀 흘린 그들이 다른 동료의 작품에 보내는 박수와 휘파람이 필자의 굳어있던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한다.

상영회가 끝나고 스크린 앞으로 나온 50대 고등학교 여교사를 보며 젊다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나이대로만 한정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제작 후기를 얘기하던 그녀의 볼이 수줍게 물든다. 내 좌석 뒤로 교복을 입은 개구쟁이 사내 녀석들이 "선생님 짱!!"을 외치며 꽃다발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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