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태권도는 국악선율을 타고'

admin

발행일 2007.06.15. 00:00

수정일 2007.06.15. 00:00

조회 1,562



시민기자 최근모




한 마리의 학이 두둥실 날아오른다. 물고기를 번개같이 낚아채듯 동료의 머리 위에 올려진 송판이 발길질에 경쾌하게 부서진다. 점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태권도의 매력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국악선율을 기본으로 한 북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검은 띠로 눈을 가린 청년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동료가 들려주는 종소리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었다. 딸랑거리면 그 소리를 쫓아 한 걸음 한 걸음 단검에 꽂힌 사과를 향해 나아갔다.

종소리가 끝나고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청년은 숨을 고르며 마지막 비상을 위해 숨을 들이켰다. 구경하는 시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얏!” 짧은 기합과 함께 공중으로 한 바퀴 도는 청년의 발길질에 사과는 산산조각이 나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신기에 가까운 발길질에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경희궁 숭정문 잔디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태권도는 국악선율을 타고’라는 행사에서 볼 수 있는 멋진 볼거리다. 국기원 국가대표시범단이 나와 품새와 겨루기, 그리고 숨 막히는 짜릿한 격파시범을 보여준다. 태권도에 맞게 경쾌한 국악을 연주함으로써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멋진 퍼포먼스다. 무대 뒤로 보이는 경희궁 숭정전과 무도인들이 하나가 되어 보여주는 품새는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무대 위에서 시범단이 몇 가지 스토리가 가미된 퍼포먼스를 통해 태권도에 담긴 불굴의 정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감동이 전해온다. 금발의 외국인 부부가 나와 시범단이 잡은 송판을 깨보는 체험도 같이 이루어졌다. 격파 내내 하늘로 분수처럼 흩어지던 사과조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동네 태권도 도장에서 단체로 관람을 온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시범단 속에 섞여 있는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사범님! 우리 여기 있어요! 사범님!" 무리 속에서 아까 눈을 감은 채 사과를 격파한 앳된 젊은이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아이들 눈에는 지금 저 젊은이가 세상 어떤 영웅보다 더 멋지게 보일 것이다.

무대 옆에서는 태권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치렀던 경기 모습과 메달을 땄을 때 환희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얼굴 부분을 뚫어 놓고 태권도 도복을 입고 옆차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포토존도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쉴 새 없이 그곳에 얼굴을 내밀며 장난을 친다. 세 시간 정도의 시연을 끝내고 퍼포먼스의 끝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흥분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앉아 있던 숭정문 계단에서 일어나 궁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조용히 회랑을 거닐다 보니 처마 끝으로 새하얀 구름이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맑고 깨끗한 하늘이다. 그 위로 아까 보았던 시범단의 날렵한 발길질이 겹쳐진다. 어디선가 끝나지 않은 태권도인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해외 태권도 인구는 7천만 명에 이르고 해외 태권도장의 수는 10만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손색이 없다고 본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태권도 도장에 가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새하얀 도복이 낯설지 않다. 외국인에게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이국적인 매력으로 남게 될 것이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의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하면 이곳으로 안내해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통역 해설을 해주고 있다. 물론 끝나고 시범단과 촬영도 할 수 있다. 가족들과 뭔가 활기찬 주말을 경험하고 싶다면 경희궁으로 가 보는 것은 어떨까?

매주 수요일, 토요일 1시30분에 경희궁 잔디마당에서 진행된다. 무대 앞에 천막을 쳐 놓았는데 자리가 충분치 않았다. 더운 날씨라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서 있기 보다는 바로 맞은편에 그늘이 진 숭정문 계단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노하우가 될 듯하다.

국기원 홈페이지 http://www.kukki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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