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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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6.01. 00:00

수정일 2007.06.01. 00:00

조회 2,314



시민기자 이혁진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먹거리 만큼 달라진 것도 드물 것이다. 이제는 계절음식이 따로 없이 언제든 뭐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중 한때를 기다리거나 한철 음식을 먹을 때의 추억이 새삼 아련하다. 사계절 먹거리 문화가 정착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특유의 먹거리 추억을 즐기는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 어쩌다 한번 먹었던 추어탕이 이제는 생각나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이 됐다. 그러나 예전의 그 맛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음식도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어탕 맛을 느끼기 보다는 어린 시절 향수를 즐긴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그런데 추어탕만큼 전국적으로 즐긴 음식도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이름을 따 몇몇 추어탕이 대중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요즘 가끔 추어탕을 즐기는 입장에서 볼 때 추어탕 맛은 남원과 진주 추어탕으로 대별하고 싶다. 남원 추어탕은 한마디로 화려하다. 탕그릇을 에워싼 주변 찬거리들이 푸짐한 편이다. 전라도 음식반열에서 본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계절음식이라는 관념을 깨고 추어탕을 널리 전파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아마 추어탕하면 남원이라고 자처할 만큼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다. 들리는 얘기로는 추어탕 테마파크를 지자체가 조성중이라고 한다.


반면에 진주 추어탕은 소박한 편이다. 탕그릇이 작고 찬 가지 수도 남원에 비해 적고 감칠맛 나는 겉절이를 주로 내놓는다. 남원 추어탕이 걸쭉하다면 진주 추어탕은 담백하다. 이처럼 추어탕에도 각기 성격이 판이한 문화적 일면을 보이고 있다. 한편 원주 추어탕도 대중적인 인기가 있지만 진주 추어탕과 유사한 맛이다. 추어탕이 가을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 졌지만 사실 가난한 사람들의 대용식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 조상들은 논도랑을 치면서 잡히는 살찐 미꾸라지는 논밭 한 떼기 없이 품 팔고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배려하고 미꾸라지 탕을 한 그릇씩 동네사람들이 나눠먹었다. 소위 도랑탕이 품앗이 형식에서 별미로 발전한 것이 추어탕이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도 추어탕이 대중음식으로 사랑받는 것은 맛과 함께 서로 나누고자 했던 상부상조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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