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매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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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3.08. 00:00
시민기자 이승철 | |
봄비가 내린 후 불어 닥친 꽃샘추위가 매섭다. 지난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는데 그 따뜻했던 겨울을 시샘이라도 하는지 꽃샘추위는 오히려 더 싸늘한 것이 목을 움츠리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추워봤자 꽃샘추위다. 며칠이나 춥겠는가. 곧 추위는 물러가고 정말 화창한 봄이 올 것이다. 주말 오후, 청계천을 찾았다. 남도의 꽃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이 지났는데 서울 청계천의 봄소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청계천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모두가 봄을 맞는 사람들처럼 활기차고 밝은 표정들이다. 그런데 물가에서 자란 아기버들강아지가 토실토실해진 모습이다. 봄은 어느새 서울 청계천에서도 기지개를 켜고 있었던 것이다. 물가 양지쪽에는 작은 새싹들도 올라와 있었다. 물속에는 오리 몇 마리가 먹이를 찾기에 분주하다. 하류로 내려가자 지난 가을 아름다웠던 갈대와 억새들이 시들어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이제 곧 새싹들이 다투어 올라올 것이다. 버들강아지 움트는 물가를 걷다가 위로 올라가 억새풀밭길로 나섰다. 비록 시들었어도 억새풀 우거진 풀숲사이를 걷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신답역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자 지하철 콘크리트 벽 근처에 몇 그루 매화나무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나무들 중에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빨간 홍매화다. 다른 나무들은 이제 꽃봉오리가 탐스러운 것이 곧 꽃을 피울 것 같은데 이 나무 한 그루만 먼저 몇 송이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디밀자 지나가던 아주머니 두 명이 다가온다. “어머! 홍매화가 꽃을 피웠네. 예쁘기도 해라.” 홍매화 사진을 몇 컷 찍고 조금 더 내려가자 용답역으로 연결된 다리 아래부근에는 하동매실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었다. 아마 지난 가을에 심은 나무들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나무들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동매실나무들 중에도 한두 그루는 작고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무 근처에 앉아서 쉬고 있던 산책객들도 내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그때서야 꽃을 발견하고 모여든다. 너무 작고 앙증맞은 작은 꽃 몇 송이가 하얗게 피어 있는 모습도 귀엽기 짝이 없다. 청계천의 봄소식을 알리는 홍매화와 하동매실들이 피운 몇 송이의 꽃들이 매서운 꽃샘추위에 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도 이 추위가 지나고 나면 꽃들은 앞 다퉈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매화꽃은 청계천의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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