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9월 노량진에서 기차가 출발했다

시민기자 조범동

발행일 2010.09.29. 00:00

수정일 2010.09.29. 00:00

조회 4,223


1899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오늘날 서울 노량진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제작한 모갈 증기기관차는 33.2km의 경인선을 최고속도 30km/h로 달려 1시간 30분이 걸렸으며, 기차가 내뿜는 불똥으로 철로변 민가에는 화재가 빈발했다. 당시 경인선 개통식을 기록한 독립신문은 ‘차창에서 앉아서 밖을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111년이 지난 오늘날 철도연장은 200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377.9㎞이며, 이 중 고속철도는 240.4㎞, 일반철도는 3,143.2㎞, 도시철도는 534㎞로 111년간의 발전상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선은 74년 복선전철화와 함께 도시철도로 변경되어 서울지하철 1호선과 직결 운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제111회 '철도의 날' 기념식이 철도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철도 관계자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 한국철도공사 허준영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KTX를 중심으로 열차, 버스, 승용차간 연계 시스템을 구축, 명실상부한 전국 90분대 생활권 시대를 열어 가겠다"며 "더불어 안전하고 정확하며 환경친화적인 철도를 만들어 고객과 호흡하고 발전하는 가장 친근한 국민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 전철? 기차?

누구나 한번쯤 '서울과 경기도 성남을 연결하는 분당선은 왜 ‘○호선’ 이라는 이름대신 분당선을 사용할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국내 최대 온라인철도동호회인 바이트레인 대표 송지환씨는 일본과 다르게 철도와 친근하지 않은 우리나라 문화를 언급했다. 사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생각보다 많은 철도가 있는데 분당선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광역전철노선으로 지하철보다 기차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경인선(서울역~인천역)을 포함하여, 중앙선(용산역~왕십리역~용문역), 과천선·안산선(오이도역~남태령역) 등은 모두 지하철이 아닌 기차에 가까운 노선들로 우측통행을 하는 지하철과 다르게 일반 철도처럼 좌측통행을 하고 있으며, 신호와 전력 등도 일반 철도와 동일하다. 송대표는 일본의 경우 도시철도도 하나의 기차로 생각할 만큼 철도와 친근한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차는 가끔 여행갈 때 마음먹고 타는 교통수단의 의미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송대표는 최근 대통령 주재로 열린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 보고회의’에 발표자로 참석하여 국민과 친근한 철도 문화가 필요하다고 대통령께 보고했다며, 앞으로 국민과 친근한 철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더 빠르고 더 편리한 미래의 철도

2004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바야흐로 고속철도 경쟁시대로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다양한 고속철도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보다 늦게 고속철도를 개통한 중국은 북경~광주까지 2000km가 넘는 거리를 6시간 대에 주파하기 위하여 350km/h급 고속철도를 일부구간에서 개통했으며, 일본은 동경에서 삿포로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독일은 일부구간에서 330km/h급 고속열차를 운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국산화된 고속열차인 KTX-Ⅱ를 운행하고 있으며, 향후 400km/h급 고속열차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역을 출발하여 기념식장으로 가는 KTX열차에서 만난 최연혜 한국철도대학 총장으로부터 위에서 언급한 기존의 철도와 패러다임이 다른 초고속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기부상열차를 튜브에 넣고 공기를 제거한 터널 속을 달리게 하는 것으로 이론상으로 무한대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열차다. 9월 중 독일을 방문하여 초고속열차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는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를 시승할 계획이며, 향후 우리나라가 70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열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퀴가 있는 현재의 철차륜 고속철도 차량과 다르게 리니어모터를 사용하는 자기부상열차는 공기저항의 영향만 제외하면 사실상 무한대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자기부상열차를 공기저항이 없는 진공터널에 넣어 운행하면 엄청난 속도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공상과학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해저터널을 통해 서울과 뉴욕을 2시간대 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 만큼 철도가 가진 잠재력은 무한하다.



‣ 가장 환경친화적인 교통

철도의 에너지 소비는 승용차의 1/8, 이산화탄소 배출은 화물차의 1/13으로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의 대표주자다. 최근 철도는 또 다른 친환경교통수단인 자전거와 결합되고 있다. 최근 서울역을 출발하여, 옥천과 곡성으로 떠나는 에코레일자전거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이 열차는 국내 최초로 운영되는 자전거 전용 특별열차로 객차 외에 4량의 자전거 짐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철도의 날 기념식 후 영동포도축제를 맡아 운영하며, 에코레일자전거열차로 모객을 했던 팸토피아 백숙현 원장과 에코레일자전거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원장은 에코레일자전거열차가 매우 좋은 관광상품이라며, 철원, 기장, 송정 등 철도와 연계된 뛰어난 자전거 라이딩 코스가 많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에코레일자전거열차가 자전거 전문가들을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누구나 철도와 자전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철도역사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오는 11월 고속철도 2단계 구간의 조기개통으로 서울~부산 간 소요시간이 138분으로 단축되고, 12월에는 공항철도 2단계 구간이 개통되어 서울역에서부터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며, 경춘복선전철도 개통되어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1시간 안팎으로 갈 수 있게 된다. 한때 도로 위주의 교통정책과 마이카시대의 도래로 침체되었던 철도는 에너지 위기와 환경문제 그리고 빠른 속도를 무기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철도가 운행된 지 111년이 되는 9월이 끝나기 전에 자가용 대신 가까운 역에서 철도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