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털어 어르신 보양시키기

admin

발행일 2009.10.09. 00:00

수정일 2009.10.09. 00:00

조회 2,525



시민기자 진정군




최근 도심 거리마다 가로수로 서 있는 은행나무들 근처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살랑살랑 바람에 우수수 은행 열매들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잽싸게 줍고 계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늦은 밤이면 차량운행이 한산한 시간에는 아예 낚시도구까지 동원하여 '은행 털이'에 나서는 이들도 나타난다. 노면이야 오염이 되든 말든 알맹이만 가져가고 그 자리에 양심은 버리고 가기도 한다.

이런 생각에 얼굴을 찌푸린 적이 몇 번 있던 터에 기자는 며칠 전 강서구 방화동 금낭화길을 지나가다가 때마침 은행을 줍고 있는 어르신들과 마주쳤다. 오전 10시경이었는데 6인승 화물 중형차까지 갓길에 주차하고 옷차림까지 제대로 편하게 갖추고 본격적인 채취 작업에 골몰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멈추고 몇 마디 인터뷰를 해볼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강서구 녹지과 가로수팀에서 나온 이상인 팀장 외 희망근로자들을 포함한 여덟 명이었다. 하루 동안만 잠정적으로 팀을 결성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로변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의 채취에 나선 것. 10시경이었는데도 벌써 정부미 마대의 3포를 채취하여 차량에 실어 놓은 상태였다. 가만 보아 하니 누구는 은행나무 가지 위에 올라가 긴 장대로 털고, 누구는 교통차량 안내와 통제를 맡고, 나머지 사람들도 수집된 열매를 줍고, 은행을 마대에 넣고, 차량에 적재하고, 줍고 난 주변을 깨끗이 빗질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마무리가 되면 다음 나무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이상인 팀장에게 “이 열매를 수거해 어떻게 쓰시려구요?”하고 물었다. 이들은 매년 은행 열매를 수거하여 외피를 잘 손질하고 건조시킨 다음 한 사발 량만큼씩 봉지에 포장하여 구내 사회복지 시설에 기거하시는 어르신들에게 건강식 약재로 매년 기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열매가 어디에 좋길래요?”하고 물으니, 은행은 탄수화물 34.5%, 단백질 4.7%, 지방1.7%, 카로린과 비타민C 등을 함유하고, 천식이나 잦은 소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어르신들에게 아주 좋은 자연 약재라는 설명을 들었다. 거리도 보호하고 어르신들에게 건강식도 전달하니 일거양득에 상부상조요, 게다가 희망근로자들의 보람 있는 일자리까지 되고 있으니 이는 진정 아름다운 나눔이 아니던가. 오늘 우리 사회의 희망을 또 한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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