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도 잘 자라는 서울

admin

발행일 2009.08.19. 00:00

수정일 2009.08.19. 00:00

조회 3,225



시민기자 김정숙



지난 8월 10일,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대기환경측정차량을 발견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울의 공기오염을 지키는 든든한 지킴이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그길로 집에 돌아와 옥상의 뽕나무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뽕나무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만 잘 자란다고 한다. 기자는 그런 뽕나무를 도심 한복판 강남구와 서초구 경계에서 키우고 있다. 서울의 공기가 얼마나 맑아졌는지 무럭무럭 자라나는 뽕나무를 보며 매일 실감하는 중이다.

뽕나무를 같이 키우고 있는 24개월 짜리 은호의 엄마 김수연(32세) 씨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웃이다. "CO2 줄이기에 일조한다는 뽕나무를 아이와 함께 옥상에서 키우다 보니, 서울 공기가 맑아졌음을 잘 알겠어요. 은호의 아토피 증세도 어지간해서는 나타나지 않게 돼서 신도 나구요."

그런데 많은 서울 시민들이 '서울 공기 맑음'을 제대로 체감하고 있을까?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글쎄요! 맑아지긴 한 것 같은데… 말씀대로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버스를 최근에는 보지 못한 것도 같고…잘 모르겠어요" 식의 애매모호한 답을 줄 뿐이다. 물론 그럴 때마다 기자는 옥상에서 키우는 뽕나무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그러면 "그래요? 정말이요? 참 신기하네요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뽕나무를 기자에게 분양해준 장본인인 이한주 씨가 "서울 공기가 뽕나무가 원래 자라던 군포시 외곽보다 더 맑은 모양"이라며 신기해할 정도다. 그래서 그 말이 진짜인가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침내 수도권대기환경청에서 발간하는 2008년 기준 '수도권의 공기' 자료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 그리고 경기도 군포시의 인구와 차량등록대수 및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수치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보았다.

내용/지역

서초구

강남구

군포시

인구수 (명)

411,951

569,176

282,434

차량등록대수 (대)

181,234

242,890

81,509

미세먼지 (㎍/㎥)

55

55

55

이산화질소(ppm)

0.039

0.038

0.030

자료를 통해서도 '서울 공기 맑음'을 확인하고 나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에는 체감지수를 높여보고 싶어 만나는 시민들마다 대기질이 개선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나아가서 뽕나무 키우기나 그밖에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을 제안하고 설득해보기로 했다. 지난 8월 16일에는 국립극장 앞에서 출발하여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남산 백만인 걷기대회'에 참석한 차에, 거기서 만났던 장원중학교 3학년 윤정현, 문혜미, 원가연 학생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뽕나무 한번 키워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소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럼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많은 시민들이 나름대로 CO2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연을 줄여 서울 공기를 더 좋게 하려고 빌딩관리 중에 쓰레기의 철저한 분리, 재활용품 활용하기, 100평 남짓의 옥상텃밭 가꾸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라는 반포IC 근처의 빌딩관리소 박성규 소장이 그런 분 중 하나였다. "광목을 사다가 (재사용할 수 있는) 장바구니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선물하여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는 반포자이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41개월 짜리 이승민 군의 어머니도 인상 깊었다. 9호선 사평역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으로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일원동 대모초등학교 6학년 한지혜 양을 만나기도 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의류구입비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기 위해 이렇게 고쳐 입는다"고 입을 모아서 말하는 교보문고 강남점 건너 옷수선집에서 만난 많은 여성들까지, 든든한 지원군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옥상의 뽕나무가 영감을 주어 시작했던 이번 취재는 서울 시민들 개개인의 생활 속 노력들을 거듭 확인하게 해줬다. 서울 공기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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